요즘 오징어 게임이 장안의 화제네요.

이런 국산 장르물이 국내, 아니 전세계에 대히트라니 뭔가 현실감이 잘안느껴지는군요.

개봉 초반엔 굉장하다, 재미있다 등등의 칭송이 쏟아지다가 이제는 작품내적인 비판도 많이 보이고 맘에 안들어하는 사람들의 궁시렁거림도 많이 들리네요.

장르 특성상 어쩔수없는 부분인 타작품과의 유사성이나 클리셰 때문에 표절 운운하는 소리는 특히 더 많이 들립니다.


뭐 이쪽 장르를 꾸준히 파온 이웃 일본의 작품들이 생각나지않을수없는데 그중에서 아주 특이한 작품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때는 2000~2001년경, 한창 인터넷문화가 꽃피고 문화적으로도 많은 것들이 해금되던 때이지만 아직 국내에서 해외의 영화들을 온전한 원본 그대로 보는것은

아직 쉽지않았습니다. 해서 특히 원본으로만 감상해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호러장르는 이때 동호회를 통해 무삭제판을 접할수있게 됩니다.

물론 이때도 해외 직구로 LD나 DVD를 구입해서 볼수는 있었고 PC통신에서도 암암리에 불법복제한 VHS가 거래가 되기도 했으나 그 접근성이나 비용면에서 매니아가 아닌

일반인이 향유하긴 좀 힘든 구석이 있었죠.


그때 흥했던 호러영화동호회중에 지금은 익스트림무비의 전신이었던 호러존이란 곳도 있었습니다. 그곳의 상영회를 통해 무시무시한 소문이 떠돌던 영화 한편이 상영회에 공개됩니다.


붉은밀실 금단의임금님게임이란 작품인데요. 왕게임을 통해 최후의 1인이 상금을 가져간다는 심플한 설정인데 그 벌칙이 가히 엽기적이라 그런 악명을 떨치고 있었죠. 나무위키에 좀 더 자세히 설명이 되어있긴한데 극단적인 장면 묘사는 다행이 없네요. 


아무튼 당시에는 이런 일본산 저예산 장르물이 아주 핫했더ᆞ던 기억이 있네요. 같은 감독이 만든 '선혈의고삐 귀축강간범을 진감시킨 자매'라는 작품도 있었구요. 이건 네무덤에침을뱉어라류의 강간복수물.


그외에도 기니아피그 시리즈라던지 일본산 고어물이 호러영화 동호회내에서 아주 핫했었습니다.


근데 사실 이때 돌았던 작품들의 퀄리티는 대부분 엉망이었다는거죠. 호러영화동호회  특성상 보다 더 자극적인것, 더 희구하고 금지되어있는것에 끌리다보니 이런 작품들이 크게 흥했던것이죠.


일반 공포물은 상대적으로 입수경로가 수월했지만 이런쪽은 일본에서도 vhs로만 출시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극장용이 아닌 대부분 OVM이라는 비디오로만 출시되는 영화들이었거든요. 좋게 얘기하면 영화라고 할수있지만 나쁘게 얘기하면 성인비디오 즉 AV의 사촌쯤 되는 작품들입니다. 제작사나 감독도 그쪽 업계?구요.


호러동내에서도 기존의 시네필들도 많았지만 당시 인터넷 엽기코드붐을 타고 단순히 자극과 극단적인 영상자체에 몰두하는 회원들도 많았고 이들의 성향차이로 인한 갈등도 있었죠.


지금 들으면 우습겠지만 회원간에 영화를 돌려보는 행위도 운영진이 암묵적으로 통제하기도 했습니다. 상영회 흥행을 위해 일반회원들에게 최대한 사전공개를 꺼리고 무삭제판을  운영진이 독점해 자신들의 영향력이나 기득권을 최대로 유지하고 싶었던거겠죠. 이에 대해 예전 호러타임즈라는 동호회를 운영했던 허지웅도 기존 동호회 운영진들의 이런 행태를 비판했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가 활성화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웹하드에 기반한 새로운 동호회가 등장하면서 비디오나 DVD를 돌려보던 시절은 끝나고 너나할것없이 무삭제 영화파일을 마음껏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즈음부터 기존의 공포영화동호회는 활기를 잃고 대부분 문을 닫더군요. 


지금생각하면 코웃음나는 풍경이지만 그 당시에는 뭉텅뭉텅 잘려나간 삭제판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니 그 결핍감과 금지된것에 대한 욕망을  그런 싸구려 잔혹물을 통해서라도 풀수있었던게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던 나라에서 오징어 게임같은 작품이 나와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중이라니 참 세상은 오래살고 볼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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