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개봉했죠 아마? 장르는 뭐... 본격 사실주의 가출 청소년 드라마 정도 되려나요. 2시간 7분이고 스포일러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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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랐는데 '박화영'에는 비공식 천만영화라는 별명이 붙어 있더군요. 리얼&불편하단 입소문 타고 사람들이 vod로 많이 봤나봐요.)



 - '박화영'에서 주인공 박화영보다도 조금(?) 더 모자라던 그 아이. '세진'이가 이번엔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전편보다 훨 난감합니다. 애국가를 배경으로 집구석에서 손목을 커터칼로 그으며 인스타 라이브를 하고 있어요. 처음엔 걱정하는 반응도 조금은 있었으나 금새 '차라리 죽어 버려라 관종아!!' 같은 댓글들이 우루루 달리구요. 다음 날 학교에선 그 건으로 일진 아이에게 별 이유도 없이 갈굼도 당하네요.

 부모는 어디로 갔는지 존재하지 않는 가운데 낡은 단독 주택에서 동생과 둘이 사는데. 비교적 정상적이며 속 깊은 아이인 듯한 동생과 다르게 우리의 세진양은 '박화영' 시절보다 훨씬 더 멍청멍청을 파워업한 상태. 말도 잘 안 하면서 누가 말 걸면 그냥 실실 웃기만 하는 게 머리에 꽃 하나만 달아주면 딱... (쿨럭;)

 

 암튼 이야기의 본격적인 스타트는 세진의 임신입니다. 학교 선생과의 사이에서 생긴 애에요. 근데 그 선생은 교장 아들이고 막(...) 

 그래서 괴상한 각서(암튼 다 내 잘못임!! 내가 혼자 했음!!! 어떻게?? 나 혼자 해결하겠음!!!)를 쓰고 나온 세진은 사실은 남몰래 각별한 사이인 일진양과 나름 오붓한 시간을 보내지만 잠시 후 벌어진 괴사건으로 인해 일진양은 리타이어. 결국 혼자서 길거릴 헤매다 들어간 24시간 영업 롯데리아에서 전직 아이돌 하니양... 이 아니라 가출 4년차 '주영'이란 아이를 만납니다.

 무척이나 쉽게 의기투합한 둘은 라랄랄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그것도 잠시. 세진은 애를 낙태해야 하는데 돈도 없는 데다가 법적으로도 이게 영 쉽지 않네요. 그래도 일단 돈부터 벌어보자고 작정한 둘은 어찌저찌하여 2인조 남자 양아치들(얘들은 성인입니다.)을 만나 4인조 팸을 결성. 세진의 낙태를 성공시키기 위한 다크하고 머나먼 방랑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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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주연의 기쁨!!! ...근데 사실 이유미에겐 단독 주연이 처음이 아닙니다. 꽤 여러 번 하셨어요.)



 - 먼저 '박화영'을 보신 분들에게 말씀드리자면. 확실히 '박화영'보다는 보기 편한 영화입니다. 상대 평가이지만 어쨌든 그래요. 거의 막판 직전에 가서 벌어지는 폭력 사태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면에서 이 영화는 상대적 순한 맛이에요. 벌어지는 사건의 수위도, 감내해야 할 불쾌함 지수도, 심지어 결말까지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대중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줄 수준까지 순해지진 못했습니다만. 거기까지 가 버렸다면 '박화영 유니버스'로 연결되는 영화가 될 수 없었겠죠. 감독 인터뷰를 보면 애초에 시작은 정말로 대중적인 영화를 만드는 걸로 생각을 했었는데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어 버렸다... 는데 전 못 믿겠네요. ㅋㅋㅋ 뭐 어차피 코로나 시국에 완성되어 공개된 영화라 흥행은 기대할 수도 없었으니 이렇게 만들고 싶은대로 만드는 게 나은 선택이었던 걸로. 



 - '박화영'과 연결되는 영화답게 보는 내내 갑갑합니다. 아무리 갸들 처지를 감안해준다 하더라도 얘들은 정말 바보 같은 선택만 하면서 스스로 위험 속으로 뛰어들거든요. 하긴 갸들에겐 그게 일상이고 그게 자기들 세상이니 딱히 위험에 뛰어드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현명하다고 칭찬해줄 선택들도, 인간들도 아닌지라.

 그리고 그 갑갑함의 중심이자 최고봉이 바로 주인공 세진입니다. 아니 얘는 진짜... 뭐랄까. 좀 선을 많이 넘어요. ㅋㅋㅋ 그나마 다른 애들은 그럭저럭 '그래 뭐 저런 애들은 저럴 수 있지'라는 선은 지키는 데 반해 우리 세진양은 거의 초현실적 캐릭터입니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하면 안 될 짓 아니면 해봤자 소용 없는 짓을 하고 다닌다고 보면 돼요. 그냥 생존 본능이란 게 망가져버린, 어딘가 단단히 고장난 생명체처럼 행동합니다. 그리고 그게 영화가 전개될 수록 점점 더 심해져요. 처음엔 거의 무슨 김기덕 영화 캐릭터 같은 느낌까지 들더라구요. 하하; 그나마 옆에서 동료(?)들이 지켜주고 관리를 해주니 다행이지 아니었음 얘 인생은 이야기 시작 30분 안에 종 쳤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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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님도 연기 잘 하시더군요. 저 청록 머리가 이환 감독입니다.)



 - 그래도 그 갑갑함에 비해서 견딜만한 이유는... 이게 사실 그렇게 막 현실적이지가 않습니다. 뭐랄까, 디테일은 굉장히 현실적이란 느낌을 주는데 이야기의 큰 틀은 오히려 동화나 우화 같은 느낌이 좀 있어요. 


 일단 주인공 패거리들 느낌이 그렇습니다. (사고뭉치) 공주님과 기사단이라고나 할까요. 하니도, 나중에 합류하는 남자 둘도 첫 만남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세진을 지극정성으로 돕거든요. 감독님이나 평자들은 '실제로 10대들이 좀 그렇게 예측 불가 아니냐'고 하지만 글쎄요... 설사 그 말이 맞다 치더라도 이 영화 속 패거리들처럼 '순수한 영혼의 양아치들의 어른 세계 모험기' 같은 느낌까진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ㅋㅋ 심지어 남자애들은 극중 나이로 이미 20대라구요!!


 게다가 각본이 계속해서 은근슬쩍 최악의 상황은 피해갑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늘 접하는 사회면 뉴스들을 통해 볼 때 급하고 절실하게 목돈이 필요한 고등학생 나이 가출 여자애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뭐가 있나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것(...)을 얘들은 선택하지 않아요. 심지어 나중에 그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우리의 츤데레 각본님이 나서서 슬쩍슬쩍 계속해서 피해가게 해줍니다. 막판에 격렬한 파국이 닥쳤을 때도 은근슬쩍 그냥 슥... 하고 넘어가버리는 부분이 있구요.


 그리고 비주얼도 그래요. 중간중간 이야기가 전환될 때마다 들어가는 스케이트 보드 씬들은 거의 낭만적인 뮤직비디오 느낌이구요. 여러모로 '박화영'에 비해서 예쁘고 폼나게 찍은 장면들이 많이 들어갑니다. 여전히 더럽고 지저분하고 위협적인 느낌들의 장면들이 주를 이루지만, 위와 같은 장면들이 그 날선 느낌을 계속해서 중화시켜주는 거죠. 게다가 주인공 둘의 생김새가 뭐...


 암튼 뭐 그렇습니다. 결국 막판에 우리 공주님은 정말정말 험한 꼴을 당하게 되긴 합니다만. 바로 그 장면 전까지 영화의 분위기는 그냥 예전에 유행하던 표현으로 '잔혹 동화'랄까... 그런 느낌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박화영'도 잘 뜯어보면 은근히 나이브한 구석이 많은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냥 이게 감독 취향인 듯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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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진을 만나 세진을 구해주기 위해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듯한 우리 안희연씨.)



 - 배우들 연기는 대체로 다 괜찮아요. 그리고 나름 관심의 대상이었던 안희연(=하니)의 연기는... 괜찮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돌 출신인데 데뷔작이 너무 세지 않은가... 싶었는데 잘 해내서 앞으로의 배우 경력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더군요.

 다만 좀 그런 생각은 들었어요. 이 영화 속에서 안희연의 캐릭터가 좀 많이 비현실적이면서... 그 바닥에서 4년을 구른 애 치고는 넘나 멀끔하거든요. 비주얼이든 성격이든요. 과연 이 역할에 다른 배우, 그냥 신인급 무명 배우가 캐스팅 되었어도 캐릭터와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갔을까? 라는 의심이 모락모락. 



 - 나름 집중해서 괜찮다는 인상을 받으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좀 의외의 기분이 들더라구요. 아니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ㅋㅋㅋ

 감독 인터뷰를 보면 감독의 의도는 그저 '이런 세상이 있고 이렇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거라고 해요. 뭐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이긴 한데요. 문제는 그게 제게 그렇게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비슷한 류의 영화라고 할 수 있는 '꿈의 제인'이나 '박화영'을 봤을 때의 그 뒷골 땡기는 느낌이 이 영화엔 별로 없습니다.

 그 자체로는 슬프고 암울하면서도 낭만적이고 뭐 좋은 이야기이고 잘 만든 영화이긴 한데, 이걸 그렇게 '현실을 드러내는 이야기'로 받아들이지는 못하겠더라구요. 앞서 말했듯이 등장 인물들이 그렇게 현실적인 느낌이 안 들어서 그런지. 앞서 말한 것처럼 정말 위험하고 음침한 부분은 슥슥 다 피해가는 전개 때문에 그런지... 청소년의 임신과 낙태라는 꽤 묵직하면서도 시의 적절한 떡밥을 중심 사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도 찰지게 이어지는 '이 풍진 세상' 묘사들에 묻혀서 그렇게 안 중요하게 다뤄지는 느낌이구요.

 그래서 이 감독님이 혹시라도 다음에 다시 이런 소재의 영화를 만든다면 그땐 굳이 안 챙겨볼 것 같다는 기분도 들었어요. 



 - 음... 그러면 대체 이 난해하고 번잡한 소감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

 계속 '박화영 유니버스'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그냥 같은 배우가 연기하는 같은 이름의 비슷한 캐릭터가 나온다 뿐이지 전혀 상관 없는 영화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어쨌거나 상대적으로 순한 맛의 영화여서 혹시 '박화영'에 관심은 가는데 사람들의 무시무시한 소감(사실 그거 대체로 과장입니다. 그렇게까지 보기 힘든 영화는 아니에요. ㅋㅋ) 때문에 엄두가 안 난다... 는 분은 이걸 대신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비록 제가 바로 윗 문단에서 '별로 와닿지가 않아'라며 투덜투덜거리긴 했지만 뭐 그건 다른 두 영화와 비교했을 때 얘기이고 이것만 떼어 놓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도 괜찮습니다.

 제가 별로 얻은 것이 없었다고 해서 다른 분들도 똑같을 리도 없는 거구요. 만듦새는 충분히 준수하니 이런 소재에 흥미가 가는 분이라면 한 번 보세요.

 반대로 이런 소재에 흥미가 없으시다면 스킵하시길. 보는 동안 스트레스를 참 많이 주는 이야기거든요. ㅋㅋ




 +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청년 둘이 여자애들 둘을 그렇게 열심히 돕고 다니는 게 딱히 말이 안 되진 않네요.

 길 가는데 갑자기 EXID 하니의 탈을 쓴 애가 뛰쳐나와서 도와달라는데 도와줘야죠. 또 도와주러 갔더니 이유미가 튀어나오는데 계속 도와줘야죠.

 비주얼 = 개연성. 그러합니다. ㅋㅋ 심지어 이야기 자체도 슬쩍 그런 느낌을 줘요. 남자애 하나가 이유미에게 순식간에 반한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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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드릴 기회를 주셔서 영광입니다!)



 ++ 다 보고 나서 문득 장선우의 '나쁜 영화' 생각이 났습니다. 음. 다시 생각해봐도 그건 그냥 나쁜 영화였던 것 같아요. 정말로 그 영화엔 가출 청소년들을 이해해보려는 의도나 노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내가 너희들 얘기 한 번 영화로 만들어줄게!!'라고 꼬셔서 불러다놓고 걍 갸들 소재로 본인 하고픈 얘기만 해버린 느낌이었어요.

 


 +++ 막판에 어떤 인물이 세진에게 '도대체 왜 우리가 너 때문에 이렇게 불행해져야 하는데!!!'라고 고함치는 장면이 나와요. 지가 사서 고생해놓고 왜 저런댜... 라는 게 정답이겠지만 정말 세진의 민폐가 초현실적으로 강력하긴 합니다. 처음에 임신 사실 알고 교장 면담을 할 때 딱 5분만 정신차리고 있었으면 이런 개고생 단 하나도 없었죠. 왜 그 땐 정신줄을 풀파워로 놓고 있다가... ㅋㅋㅋ



 ++++ 욕설 많이 나오고 내용 구질구질한 청소년 영화... 라고 하면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 '꿈의 제인'과 '박화영' 그리고 이 영화 정도가 떠오르는데요. '파수꾼'도 있겠지만 그건 뭔가 이야기의 결이 많이 다른 느낌이고. 개인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건 '꿈의 제인'이고 가장 보기 고통스러웠던 것도 '꿈의 제인'입니다. 이걸 먼저 봐서 그런지 '박화영'은 정말 편안한 기분으로 봤어요. ㅋㅋ 그렇게 고통스럽지만 참 잘 만들고 좋은 영화인데... 망할 감독놈 같으니. 이런 영화 만드는 사람이 왜 그런 짓을 하고 다녔는지 참.



 +++++ 듀나님 리뷰를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웃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 2020년이 배경'이라니. ㅋㅋㅋㅋ 듣고 보니 정말 그렇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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