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1분.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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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점 훼이크 없이 정직한 포스터. 심지어 영화 속 좀 과해 보이게 진한 색감까지 그대로 반영했네요.)



 - 모녀가 차를 타고 어딜 가고 있어요. 다른 구성원 없이 그냥 이 둘이 가족인데... 엄마가 경제적으로나 연애 전선으로나 참 현실 감각 없이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에요. 특히 젊었을 때 싸구려 호러 영화에 나와서 반짝 인기 끌었던 과거를 그리워하구요. 딸래미는 그 덕에 매우 현실적인 성품으로 자라난 듯 하네요. 그래도 이 둘은 서로를 사랑하긴 하지만 곧 사고가 나서 엄마는 이승과 작별을.

 그리고 3년 후, 동네 극장에서 엄마의 출연작을 심야 상영하게 되는데 하필 베프의 오빠가 그 영화 광팬이라 '전설의 그 배우의 딸'을 상영 현장에 데려가고 싶어하죠. 단호히 거절했지만 '너 졸업할 때까지 내가 니 역사 숙제는 다 해 줄게!!!' 라는 친구 오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극장을 찾게되는데. 뭔가 굉장히 말도 안 되는 골드버그 장치식 비매너 관객들의 연쇄 작용으로 극장은 불바다가 되고, 주인공과 친구들은 얼른 탈출해 보겠다고 무대 위로 올라가 스크린을 찢고 그 틈으로 들어가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여긴 방금 전까지 보던 그 공포 영화 속 세상이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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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인간들 파티 : 좌측부터 차례로 절친, 썸남, 주인공, 절친이었다가 관계 틀어진 녀석, 그리고 절친의 호러광 오빠)



 -  위 움짤 분위기만 봐도 아시겠지만 '호러'와는 아주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 호러 영화를 소재로 쓰고 있긴 해요. 하지만 정말 놀랍도록 단 1분 1초도 무섭거나 긴장되는 장면은 없구요. 기본적으로 장르는 코미디에요. 거기에다가 주인공과 엄마의 관계를 통해 멜로에 가까운 드라마를 끼얹죠.


 그리고 코미디 중에서도 핵심 아이디어 하나에 크게 의존하는 코미디죠. 20년 묵은 B급 사실 Z급 느낌 스플래터 무비 속으로 들어간 현대 청춘들!!!

 그 아이디어는 썩 괜찮습니다. 저렇게 한 문장으로 심플하게 요약되지만 그 안에서 뽑아낼 게 상당히 다양하게 많아요.

 일단 큰 덩어리만 대충 정리해봐도 세 가지입니다. 영화 속 영화라는 상황을 활용한 초현실 개그, 옛날옛적 호러 영화들의 공식을 비꼬고 놀리고 뒤엎는 메타 개그, 그리고 2015년의 청춘들이 1995년으로 날아가 그 시절의 청춘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시간 여행 농담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상당히 성실하게 디테일들을 뽑아냅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의 호러 메타 개그는 '스크림'의 그것과는 결이 많이 달라요. 호러 영화의 규칙을 활용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얘들은 환타지 세계 속에서 환타지 괴물에 맞서 싸우는 거니까 온갖 황당한 상황이 막 튀어 나오죠. 그래서 처음 도입부만 넘기고 나면 스크림 생각은 전혀 안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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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쇄 살인마 소환술을 시전 중이십니다.)



 - 그런데 그 와중에... 그런 유머 코드들 중 대부분에 노골적인 방향성이 하나 있습니다. 애초에 이야기를 짠 목적도 그것인 것 같구요.

 그러니까 결국 성역할, 성평등, 페미니즘 메시지를 설파하는 이야기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잖아요. 80~90년대 스플래터 무비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수행하던 기능이란 게 뻔하니까, 그 세상 속으로 21세기의 젊은이들이 들어간다면, 특히나 주인공이 여성 캐릭터라면 결국 이야기가 그렇게 흐를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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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캐릭터 파티 : 좌측부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벗기만 하는 애, 순진한 처녀, 그냥 깍두기로 들어간 흑인, 느끼한 섹스광)


 근데 그런 메시지들이 그렇게 단순, 직설적이고 되게 노골적이면서도 순간순간 예상치 못하게 '음? 괜찮은데?'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특히 처음엔 영화 속 캐릭터들이 죽든 말든 '어차피 쟈들 진짜 사람도 아니잖어!!' 라며 무시하던 현실 인간 무리가 어느새 그들과 정을 붙이면서부터는 이야기가 한결 더 재밌어지고 메시지도 좀 더 살아나는 느낌이었어요. 끝까지 되게 나이브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상당히 훈훈한 나이브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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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던 엄마를 만나긴 했는데 이게 사실은 엄마가 아니고 심지어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를 만난 기분!!!)



 - 그리고 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좀 복잡한 부분... 이 바로 주인공과 엄마의 관계인데요.

 결국 이 '엄마'는 진짜 엄마가 아니라 엄마가 연기한 캐릭터일 뿐이거든요. 하지만 주인공 입장에선 뭐가 어찌됐든 안기고 싶고 또 지켜줘야할 존재이고.

 그래서 둘이 붙어다니다 친밀해지면서부터는 친구가 되고, 동시에 이 '엄마'는 20여년 전을 살아갔던 현재 대비 억압적 환경에서 살아갔던 인생 선배가 됩니다.

 그렇게 서로 속마음도 털어놓고 우야둥둥 어찌저찌 하는 부분들이 사실 다 재밌진 않고 좀 늘어지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둘의 마지막 장면은 꽤 괜찮았어요.


 근데 사실 이 '엄마'에게 그런 내면이 있다는 건 'B급 스플래터 무비 속 캐릭터'라는 영화의 기본 설정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전개죠. 하지만 뭐 애초에 영화가 그렇게 섬세하게 각본을 쓴 영화가 아니고 결과물은 좋으니 그냥...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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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교양있는 매너남과 20세기 영화 속 골빈 섹시녀 캐릭터가 만나면 대략 이런 풍경이...)



 - 늘 그렇듯 제가 이런 식으로 적어 놓으면 또 되게 칭찬 같고 되게 잘 만든 영화 같잖아요?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아닙니다'. ㅋㅋㅋ 그렇진 않아요.


 일단 아이디어들이 참신해 보이는 게 많고 웃기는 것도 꽤 되지만... 뭔가 많이 산만합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만듦새가 그리 좋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에요.

 설정은 좋지만 이야기 자체는 별로 재밌지가 않구요. 농담들을 쉬지 않고 열심히 던져대다 보니 정작 메인 스토리는 대충대충 흘러가는 느낌.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가 너무 착합니다. 전 착한 영화도 좋아하는데 이건 좀 과해요. ㅋㅋ 그러다보니 현실 풍자 같은 부분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고 그냥 싱거운 농담으로 흘러가버리는 것도 많구요.

 또 아무리 호러에 별 관심이 없는 줄거리라 하더라도 어쨌거나 중심 소재로 택한 게 호러라면 이것보단 좀 더 성의를 보여주는 게 나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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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어딜 봐서 호러 영화의 가면맨입니까. 카리스마도, 공포도, 하다 못해 징그러움도 없잖아요. ㅋㅋㅋㅋ)



 - 대충 결론을 내자면...

 아이디어도 좋고 유머들도 꽤 많이 먹히는, 지루하지 않게 런닝타임 잘 채워주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덤으로 훈훈한 감성도 채워주고, 또 건전한 메시지도 전달해주고요.

 하지만 특별한 완성도나 오래 남을 깊은 인상 같은 건 기대하지 마시구요. 총합보단 부분들이 재밌달까... 그렇네요. 그리고 호러는 아예 생각도 하지 마시길. ㅋㅋ

 그래도 뭐 어떻습니까. 넷플릭스잖아요. 그냥 한 번 틀어보시고 타이사 파미가의 사랑스러움이라도 살짝... 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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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바로 그 더 파이날!!! 걸이다!!!?)




 + 사실은 그냥 타이사 파미가 때문에 봤습니다. 이렇게된 김에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도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더 넌'은 별로 제 취향이 아닐 것 같아서 안 봤는데 괜찮으려나요...


 

 ++ 엄마와 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나이 차이가 17세. 그래서 이게 참 어색합니다. 제대로 하자면 도입부에선 나이 차이가 많이 나 보여야 하고 영화 속 세상에선 거의 동년배로 보여야 하는데, 도입부에선 좀 어색하나마 그럭저럭 모녀 비슷하게 보이는데 영화 속 세상에선 이게 아무리 봐도 무리에요. 저얼대로 둘이 친구 먹을 나이로는 안 보입니다. 특히나 타이사 파미가의 현실 언니랑 나이 차이가 21세라는 걸 알고 있는 입장에선 더더욱... ㅋㅋㅋ



 +++ 종종 CG가 민망할 정도로 구릴 때가 있는데 그것도 의도한 건지 그냥 제작비가 모자랐던 건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 영화 속 영화 장면 중에 '헤이 미키!'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장면이 있어요.

 아니 이 노래가 벌써 20년묵은 고전 문화 취급이라니 너무 한 거 아냐!!? 라며 슬퍼했는데... 원곡이 1981년 곡이었더군요. 난 왜 이제 알았지. ㅋㅋ

 하지만 뭐 생각난 김에



 21년묵은 영화 클립이나 올려봅니다. 



 +++++ 게시판 글 올리는 툴에 이미지 크기 조절 기능이 있다는 걸 클릭 실수로 '이제사' 알았습니다. ㅋㅋㅋㅋ 

 앞으론 컴퓨터로 보시는 분들 거대 이미지 테러 당하지 않으시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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