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나온 영화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43분. 넷플릭스 서핑하다 송지효 얼굴을 발견하고는 '내가 이 사람 나온 영상물을 본 게 지금까지도 쌍화점 하나 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틀어서 봤습니다. ㅋㅋㅋ 암튼 스포일러는 없을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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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무열의 놀라운 열연!!!' 이라니, 이거 배우한테 실례 아닌가요. 영화를 봐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주연 배우라는 건 영화 디스 같고... 이 양반들 돌려까는 건가!!)



 - 사실 제 글 제목은 훼이크이고 주인공은 김무열입니다. 건설업에 종사하며 딸 하나를 키우는 사업가인데 6개월 전에 뺑소니로 아내를 잃었고 그 때의 충격 때문에 멘탈이 나가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죠. 그리고 임시로 부모님 댁에 들어가 살고 있는데... 김무열에겐 어린 시절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실수가 하나 있습니다. 놀이 공원에 놀러가서 잠깐 엄마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6살짜리 여동생에게 풍선 사주겠답시고 '손 꼭 잡고 있어!'라는 엄마의 말을 어기고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그 길로 동생을 잃어 버린 거죠. 이 일은 아직도 가족 모두에게 상처이고 한이고 그렇습니다... 인데.

 갑자기 사회 복지 단체 직원에게서 '니 동생 찾았다!'고 연락이 오고, 송지효를 만나게 되죠. 친자 검사도 해봤는데 맞다네요. 그래서 온 가족 리유나이티드!!! 인데... 당연히 우리 송지효씨는 뭔가 수상쩍고 위험해 보입니다. 아니, 그냥 대놓고 위험해요. 영화가 그런 모습을 숨기려고도 안 하더라구요. 하지만 당연히 주인공을 제외한 가족들은 그걸 못 느끼고 그냥 송지효의 폭풍 친화력에 말려들어가 김무열보다 송지효를 더 믿고 아끼고 의존하게 되는데... 슬슬 집안 꼴이 희한하게 돌아가게 되겠고 김무열은 이 시국을 수습하게 위해 혼자만의 개고생을 시작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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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이 되는 집. 김무열이 직접 디자인하고 지었다는 설정인데 얘 나이가 이제 30대 초반입니다. 인생 참 빨리 사는 분.)



 - K라는 접두사에는 크게 두 가지 용법이 있죠. 우선 뭔가 아주 대박급 작품이 나와서 해외에서까지 인기를 끌 때 국뽕 고취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구요. 혹은 그냥 한국 대중 문화의 (별로 좋지 않은) 특성이 아주 덕지덕지 묻어나는 작품이 있을 때 좀 비아냥거리는 의미로 쓰기도 하구요. 그리고 제가 제목에다가 이 표현을 갖다 쓴 이유는 슬프고도 당연히도 후자입니다. 하하. 


 이 영화는 정말 '한국식 양산형 스릴러 무비'의 특징들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어요. 특별히 나쁜 놈은 아니지만 별로 감정 이입도 안 되고 호감도 안 가는 아저씨 주인공. 치밀하고 천재적인 척하지만 사실은 그냥 운만 더럽게 좋은 빌런. 도입부는 나름 매력적이지만 마무리에서 수습은 별로 좋지 않구요. 어떻게 간신히 간신히 성립은 시켜 놓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절대 실현 가능성은 없는 트릭과 반전들. 구린 건 아니지만 너무 전형적이고 기능적이어서 감흥이 안 오는 연기와 투박한 톤으로 그냥 이야기 전개만 시켜주는 대사들. 마무리로 K-뭐시기에 절대 빠져선 안 될 매우 한국적인 신파 정서까지. 뭐 거의 풀셋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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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스릴러는 어린애 캐릭터도 참 좋아하죠.)



 - 근데... 이게 의외로 볼만은 합니다? ㅋㅋ 늘 그렇듯 제가 관대해서 그런 게 가장 크겠지만 분명히 나름의 장점이 있는 영화이기도 해요.


 일단 기본 설정이 좋습니다.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가족'으로 굴러들어와서 나와 기존의 우리 가족을 위협한다... 라는 건 일단 그 자체로 먹어주는 부분이 꽤 있구요. 또 그 불쾌하고 위협적인 느낌을 이 영화가 의외로 그럴싸하게 잘 살려냅니다. 


 그리고 중반쯤 넘어가서 초반의 불쾌 약빨이 떨어질 때쯤엔... 이야기가 뭔가 예상보다 조금 더 나갑니다. 여기서 '더 나간다'가 무슨 뜻이냐면요. '아니 이거 현실 스릴러 무비 아니었어? 설마 이러다 귀신이라도 나오나?' 싶게 이야기가 비현실적으로 막 나가요. ㅋㅋㅋ 덕택에 '이걸 어떻게 말이 되게 수습하려는 거지?' 라는 관객 입장의 미스테리가 생기고 그래서 일단 끝은 봐야겠네... 라는 계속 관람 동기가 되어주고요. 그렇게까지 막 나가는 덕에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을 만큼의 추가 자극이 주어지죠.


 그러니까 막 게으르고 나태한 영화는 아닙니다. 각본의 상상력이 제 취향엔 넘나 K스럽게 느껴지는 기반을 두고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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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K-가족이다!!!)



 -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마무리입니다.


 영화 속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이 다 깔끔하게 설명이 되는데, 애초에 모든 면에서 많이 무리수를 두고 전개되는 내용이었다 보니 그 설명이 너무 장황해지고, 그 장황한 내용들을 다 받아들이고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 보면 딱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아 진짜 말도 안 되네. ㅋㅋㅋㅋㅋ'

 아니 정말로 말이 안 돼요. 일단 극중에서 벌어지는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상황들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하는 만능 아이템부터 말도 안 되는 데다가 격하게 작가 편할 대로구요. 그나마 현실적으로 설명은 되는 부분들도 하나 같이 범인 입장에서 너무너무 운이 좋구요. 간단하게 해결 가능한 걸 지나치게 복잡하고 거창하게 벌려 놓아서... 이 영화의 빌런이 저지른 일은 마치 물 한 잔 떠다 마시기 위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골드버그 장치를 만들어 놓는 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정황에다가 심각하고 침울하기 짝이 없는 신파를 얹어 놓으니 그게 먹힐 리가 있나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빌런의 동기를 설명하기 위해 막판에 등장하는 '그것'이 참 맘에 안 들었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를 놓고 보면 그건 충분히 그냥 쳐내버릴 수도 있거든요. 어차피 그게 등장해서 영화의 재미나 분위기에 딱히 보탬이 되는 것도 없는데 이야기의 현실성만 나락으로 보내는 느낌이라... 그냥 그거 없이 좀 더 심플하게 이야기를 짰으면 오히려 빌런의 드라마도 더 살지 않았을까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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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지금 무시무시한 스릴러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라는 느낌의 혼신의 표정 연기. 영화 내내 참 일관된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 캐스팅은 좋고 연기도 나쁜 건 아닌데 칭찬은 못 하겠네요.

 송지효는 처음엔 '연기 왜 이럼?' 이란 느낌이었고... 아니 사실 계속 어색합니다. ㅋㅋㅋㅋ 과할 정도로 '난 스릴러 영화 속 정체불명의 위험한 인물이야!!!'라는 표정으로 일관해서 좀 부담스러웠지만 그게 또 보다보니 영화 톤에는 잘 맞아서 납득했구요. 김무열도 뭐 애초에 캐릭터가 별로 정이 안 가서 그렇지 못한 건 없었고. 부모 역이나 집에 침입하는(?) 역할의 배우들은 캐스팅도 잘 되었고 (송지효 엄마를 맡으신 분은 웃는 표정이 그냥 송지효라서 깜놀... ㄷㄷ) 연기들도 깝깝하고 섬뜩한 느낌 들게 잘들 하셨어요.

 다만 이 모든 연기가 다 뭐랄까... 한국 드라마식 연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일일극스런 연기들이라서 칭찬의 말이 안 나오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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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색이 주인공이니 독사진 하나 넣어드립니다.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마무리가 맘에 아주 많이 안 들어서 엄청 열심히 씹었지만 초중반까지의 그럴싸한 분위기(물론 그때도 이야기는 좀 덜컹거립니다만)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본 영화였습니다.

 결말을 조금만 덜 거창하고 조금만 덜 K스럽(...)게 다듬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 같아서 많이 아쉽네요. 하지만 이미 나와 버린 영화이니 뭐...

 그래도 어쨌거나 성실하게 관객들 호기심 자극하며 달리는 영화이긴 하고, 걍 '어차피 별로겠지'라는 맘으로 볼 거 없을 때 킬링타임용으로 보기엔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대략 저만큼의 관대함은 필수라는 거. ㅋㅋㅋ




 + 어찌보면 호러 버전 '기생충'이라고도 볼 수 있는 설정으로 굴러가는 영화인데요. 전 자꾸 '감자별' 생각이 나더군요. 그거랑도 닮은 구석이 꽤 있어요. 아... 지금 생각해보니 그걸 매일 본방 사수하며 게시판에 매일매일 후기를 올려대던 당시의 저는 요즘보다도 더 집요한 게시판 죽돌이였던 듯. ㅋㅋ



 ++ 배우 캐스팅과 극중 나이 설정이 좀 많이 대충이라 살짝 거슬렸습니다. 일단 김무열의 잃어버린 동생은 설정상 1996년에 6세입니다. 고로 91년생이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맡은 송지효는 81년생. 나이 차이가 10살이나 나기도 하고 또 송지효가 이 영화에선 유난히 마르고 칙칙한 인상으로 나와서 아무리 봐도 개봉 연도인 2020년 기준 30살 근처로는 안 보여요. 게다가 극중에서 오빠는 동생과 많아야 두 세 살 더 많은 걸로 나오기 때문에 82년생 김무열에게도 같은 문제가... 남자 나이 32세에 대학 나오고 사업까지 하는데 이미 애가 6살인 것도 뭐 불가능은 아니지만 너무 빠듯해 보이는 와중에 배우 얼굴은 아무리 봐도 그 나이가 아니라. 사업하느라 고생을 많이 해서!! 원래 이런 디테일에 신경 안 쓰는 편인데 이 영화 보면서는 유난히 이게 거슬리더라구요. 왜일까요. ㅋㅋㅋ



 +++ 이런 영화들을 볼 때마다 늘 하는 생각인데, 도로를 건너는 사람을 작정하고 노리고 달려와서 차로 치어 버리는 게 현실에서 그렇게 쉬울 리가 있겠습니까. 그것도 갑작스런 상황에서 임기응변으로요. 특히 한국 영화에서 자주 나오지만 헐리웃 영화들에서도 은근 흔히 보이는데... 전 이게 볼 때마다 거슬리더라구요.



 ++++ 보통 이런 영화를 보다 보면 '그러지 말고 그냥 경찰을 불러 xx야!' 라는 생각들을 자주 하게 되잖아요. 근데 이 영화의 김무열은 경찰을 참 열심히 부릅니다. 다만 그 경찰이 언제나 무능하고 빌런들은 작가신의 가호를 받아 언제나 운빨 폭발이죠. 이 두 가지가 스릴러 작가들의 오피셜 치트키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이걸 너무 태연하게 자주 써먹으면 참 별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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