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 1시간 52분. 장르는 글 제목대로입니다.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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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에 있는 건 다 나옵니다. 다 나오긴 하는데...)



 - 시작은 상당히 환따스띡합니다. 모텔방의 남녀가 다정한 시간을 보낸 후 다정하게 알약을 하나씩 꺼내 먹는 거죠. 그러고 남자는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여자는 침대에 흐뭇한 기분으로 앉아 있는데... 둘 다 환각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괴상한 현상을 체험하는 겁니다. 별 거 아닌데 그때 툭 튀어 나오는 이미지들이 나름 꽤 강렬해서 괜찮았어요.

 그리고 장면이 바뀌면 우리의 주인공, 팔콘과 그레이 앤서니 매키와 제이미 도넌이 등장해요. 이 둘은 한 조로 함께 일하는 구급요원인 동시에 오래묵은 절친이구요. 구급대원이 다 그렇듯 언제나 언제나 빡센 하루하루를 보냅니다만... 갑자기 좀 수상쩍은 환자들을 연달아 목격하게 되는 거죠. 이 동네에 존재할 리가 없는 뱀에게 물렸다든가, 최소 수백년 이상된 무기에 몸을 관통을 당했다든가, 들어갈 틈이 없는 엘리베이터 바닥에서 아작이 나 있다든가 등등. 그리고 그런 괴상한 현장마다 '싱크로닉'이라는 합성 마약(이지만 성분을 교묘하게 조절해서 동네 담배 가게에서 합법적 판매 가능!!)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은 형사가 아니거든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죠.

 하지만... 아 너무 길군요. 간단 요약 : 며칠 후 제이미 도넌의 딸이 그 약을 하곤 행방불명이 되어 버리고. 어차피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뇌종양!) 우리 앤서니찡은 자신을 유난히 잘 따르던 그 친구 딸을 위해 목숨을 걸기로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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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미 도넌의 요즘 출연작들을 보면 뭔가 안 잘 생겨 보이려고 애를 쓰는 느낌이랄까...)



 - 제가 지난 이틀간 본 영화를 만든 감독들이 내놓은 최신작입니다. 2019년작이지만 아무튼 일단은 최신작이 맞아요. 이거 이후론 영화가 없거든요. 일자리를 잃은 건 아니고... ㅋㅋㅋ 티비 시리즈 몇 개를 연출했어요. 다행이죠. 전 이 사람들 스타일이나 센스가 대략 맘에 들거든요.

 다만 슬픈 건, 어쨌거나 제가 지금 찾아서 접할 수 있는 이 분들의 최신, 최근작인 이 영화가 이전작들에 비해 영 별로였다는 겁니다. 



 - 같은 사람들 작품을 세 편을 연달아 보다보니 대략 파악이 되는 이 양반들 성향을 간단히 말해보자면.


 1) 흔한 호러, 환타지의 소재를 쓰지만 그냥 대충 쓰지 않고 적절히 조합해서 매번 개성있는 설정이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2) 가능하면 너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뻔하게는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으려고 애 쓰는 부분이 눈에 띄구요

 3) 캐릭터들에게 성격, 디테일을 부여하고 인물간 감정을 묘사하는 데 힘을 쏟으며 아주 건전한 의미로 '인간적'인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대략 이 정도인데요. 이 영화도 마찬가지의 특성들이 다 들어가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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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감성이 느껴지신다면.... 속으신 겁니다. 걍 병원서 뇌 촬영하는 장면이에요. 근데 또 거의 유일하게 SF느낌 드는 장면인 건 맞구요. ㅋㅋ)



 간단히 말해서 '약 먹고 시간 여행' 하는 이야기이고 그 시간 여행에 횟수 제한을 붙여서 서스펜스와 드라마를 만드는 영화인데... 이것 자체는 특별히 신선할 게 없죠. 한국 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도 있잖아요. 근데 이 시간 여행이 뜻대로 제어가 안 된다는 게 특징입니다. 이 시간 여행은 장소에 따라 랜덤하게 발동되기 때문에 사라진 누군가를 따라가려면 그 누군가가 약을 먹고 뻗었던 장소를 찾아서 정확히 그 위치에서 약을 먹어야 해요. 아무데서나 먹으면 무슨 빙하시대로도 갔다가, 미국 개척(?)기로도 갔다가 난리가 납니다. ㅋㅋ 나름 미스테리도 만들어내고 개성도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이었죠. 친구 딸래미가 약 먹은 장소를 찾아라!


 이건 스포일러일 수도 있어서 자세히 말은 안 하겠지만,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마지막 도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도 예상과는 조금 달라요. 저는 당연히 원하는 장소에 도착해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남은 약의 갯수만큼 반복 도전하는 전개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네... 이 감독들 영화들 특징이 또 주인공들 캐릭터 설명하고 관계 보여주느라 본격적인 이야기 시동이 상당히 늦게 걸린다는 건데요.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두 주인공의 성격, 현재 상황과 요즘 고민들 같은 걸 구구절절 보여주면서 나중에 나올 주인공의 결심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또 결말 부분에서 여운도 남기고... 그러려고 하는데요.


 의도는 좋습니다만. 그게 종합적으로 좀 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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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주연이라서 + 감독들 평 좋길래 믿고 출연했지만 결국 울적해진 팔콘씨...)



 - 왜 망했냐는 얘길 하는 게 좀 시간 낭비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냥 망했어요. 거의 총체적으로 망했습니다. 이전 작들에 비해 이야기도, 연출도 많이 부실합니다.

 일단 주인공들 캐릭터나 드라마가 별로 와닿지가 않아요. 쟤들 왜 저러나 싶을 정돈 아닌데... 처음부터 시간을 들여 구구절절 보여주다 보니 대략 납득은 가지만 그냥 감동이 없습니다. 너무 기성품 설정과 스토리인 것도 있고 또 그 설정들이 너무 편할대로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아주 강하거든요.

 그러니까 인물 설정, 관계 설정, 시간 여행의 규칙 등등 모든 것이 결국 마지막 한 번의 시간 여행과 그 결과를 위해 다 짜맞춰져 있다는 게 '너무' 티가 나서 이입도 안 되고 흥미도 안 생겨요. 아무리 배우들이 열심히 해도 그게 진짜 감정으로 와닿지가 않구요. 또 아무리 신기한 풍경을 보여줘도 그 역시 별 감흥이 없어요. 보는 순간엔 음!? 하는데 그 장면이 지나고 나면 금방 사라지는 거죠. 어차피 마지막 시간 여행 한 번 말고는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


 암튼 이걸 그렇게 공들여 길게 설명할 의욕도 별로 안 생기고 그렇네요. 그냥 늘 해오던 패턴을 한 번 더 시도했는데 이번엔 창의성도 부족했고 그냥 완성도도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별로였다는 거.



 - 좋은 점을 찾아보라고 하면... 그래도 없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도 적었듯이 도입부는 상당히 매력적이에요. 도대체 어떤 이야기로 발전해나갈지 기대감도 들고 호기심도 생기고 그러죠. 

 또 중간중간 독특하게 보기 좋은 장면들도 여럿 나오구요. 배우들도 연기 열심히들 해 줍니다.

 시간 여행의 규칙을 파악하기 위한 주인공의 도전 과정은 웃기면서 재밌어요. 뭔가 옛날 옛적 추억의 외화 '타임머신' 생각도 나고 그랬네요. 보오그으으!!!

 

 근데 정작 중요한 핵심 드라마가 폭망이고, 또 시간 여행의 영화 속 설정과 과학이 너무 속보이게 편의대로이고... 또 결국 시간 여행을 통해서 뭐 대단한 일을 하질 않습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스케일의 시간 여행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전 하다못해 선사시대 사람들에게 불이라도 가져다 줄 거라 기대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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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 시간 여행 역사 어드벤쳐!!! 였음 좋았을 것 같은데...)



 - 대충 결론을 내자면.

 계속 마이너에서 활동하며 주목 받던 감독들 중 메이저 근방에 입성해서 낸 첫 작품이 성공적인 경우가 의외로 별로 많지 않죠.

 이 양반들도 비슷한 징크스에 걸린 모양인데. 이게 정말로 이 분들이 소진되어서 그런 것인지 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결과물이 많이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들의 이전 작품 두 개, '타임루프: 벗어날 수 없는'과 '스프링'은 B급 호러 팬들에게 충분히 추천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하구요.

 이 영화는 그 두 편을 다 봤는데 모두 맘에 드시는 분들에게만 의무방어전 차원으로 추천드려요. ㅋㅋ

 뭔가 좀 훨씬 괜찮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는데... 라는 느낌에 험한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거야 전편들을 다 보고 호감이 생긴 제 입장이구요.

 지금의 결과물은 그저 무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저예산 환타지물 느낌입니다. 시작은 그럴싸하고 아이디어도 괜찮은데 뭔가 모자라고 결말은 맥빠지는... 그런 거요.




 + 사실은 이거 인종 차별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장소가 미국인데 흑인 주인공이 자꾸 오래 전 과거로 점프하다 보니... ㅋㅋㅋ 마지막 시간 여행의 내용을 보면 감독들도 그걸 분명히 의식하고 이야기를 짠 것인데. 그럴 거면 그냥 아예 그걸 주제로 잡아서 만들었으면 오히려 재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연습' 장면에서의 개그 센스도 나름 나쁘지 않았으니 좀 가벼운 톤으로 그런 이야기를 풀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 주인공이 둘인 척하는 포스터를 쓰고 있지만 사실 앤서니 매키 단독 주인공 영화입니다. 제이미 도넌의 캐릭터는 별 비중이 없어요. 그런 것치곤 자꾸 중간중간 등장해서 드라마의 지분을 차지하는데... 이것도 좀 에러 같았습니다. 아예 비중을 키워서 중요한 일을 시키든가, 아님 그런 부분을 쳐내고 그 시간에 주인공 이야기를 더 들려주든가 했음 나았을 듯.

 아. 뭐 제이미 도넌이 뭘 못한 건 없습니다. 연기 열심히 하고 나쁘지 않아요. 그냥 캐릭터도, 비중도, 역할도 애매하게 하찮을 뿐이죠.



 +++ 그러고 보면 한국 드라마 '나인'이 뭐랄까... 비록 표절 시비에 걸렸고 비록 한국적 신파뽕이 강렬했다 해도 참 잘 만든 드라마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이 영화도 차라리 드라마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한 회에 시간 여행 한 번씩으로 전개하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갔으면 오히려 재미도 있고, 또 캐릭터에 정이 들어서 마지막의 뻔할 뻔자 결말도 조금은 감동적이었을 것 같네요.



 ++++ 다른 건 다 그러려니... 하더라도 이 '싱크로닉'이란 약을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너무 심했어요 감독님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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