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제 쓴 회사바낭에...

그래도 이팀와서 승진이라도 했으니 이팀온게 나을지도.... 라고 했는데 

하루만에 번복 합니다.

아오....

오늘 조직개편이 떴거든요. 또! 반년만에! 

그냥 예전 팀에 있었으면 '그분'에게 시달리고 만년 과장 했어도 정치때문에 스트레스는 안 받았을텐데.



1.

회사 오너가 바뀌고 회장이 기존 임원들 대부분을 날려서 기존 파벌 라인이 한번 리셋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게 추후에 영업총괄부사장, 생산총괄부사장, 마케팅실장이 되는 세분이었습니다.

영업부사장이랑 마케팅실장이 초기에 발톱을 숨기고 분위기를 살피는 동안

생산부사장이 총대를 메고 신규 조직을 그렸습니다. (자진해서 나섰겠지만)

영업부서는 영업부사장 밑에 있지만, 구매, 생산기획, 공장, 연구소 등 영업외 알짜 조직은 다 자기가 챙겼죠.


문제는, 생산총괄부사장이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라 생산기획실장 출신으로 본사에서 영업, 지원, 생기만 왔다갔다 하신분이었습니다. 보통은 영업이나 본사 경영지원쪽의 임원이 되는게 맞겠지만 경영지원부사장은 로오얄~ 훼미리가 하기로 정해져있고, 영업부사장을 하기엔 영업총괄이 워낙 막강하고 그 밑으로 들어가긴 싫었던 모양입니다.

생기실이 힘이 쎈 곳이긴 하지만, 기술을 모르는 사람이 생산총괄이 된건 제가 이 회사 다니면서 처음 봤습니다. 보통 경력 관리 차원에서도 공장장이나 부공장장을 1,2년은 했던 분들이 했었죠.


그러다 보니 공장이나 연구소에서 기술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짜증을 냈죠. 내가 알아듣게 얘기 하라던가, 그런건 니들이 알아서 하고 그래서 이게 해결이 된다는거야 아니라는거야? 하는 식으로. 결정이나 방침을 정해줘야 하는 상황이면 갑자기 골프나 TV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면서 그러니까 이렇게 하라고.. 응 무슨 소린지 알지?! 하면 아랫사람들은 '대체 뭘 어떻게 하란 소리냐..'하면서 절레절레 했습니다.


운빨이 따라줘서 코로나 시국에도 영업 실적이 무지막지 하게 좋은데, 생산이 못 따라주는 겁니다. 그래서 생산부사장이 신임을 잃었죠. 공장장이랑 부서장들 들들 볶기만 하고..

거기에 라인 증설을 하는데, 일정보다 5개월이 늦어집니다. 그일로 결정적으로 회장에게 찍혔다나...


라인 증설이 지연되자, 영업부사장이 슬슬 발톱을 내보입니다. 생산부사장 휘하의 구매실을 뺏어가고, 회장에게 '더 팔고 싶은데 생산량과 품질이 못 따라주네요' 라는 식으로 생산부사장 디스를 했다고 합니다.


알짜 부서인 구매실 뺏기고, 그래도 생산기획실장 출신이니 생산기획실은 유지하고 있었는데... 결국 영업총괄이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그 여파로 오늘부 조직개편 뜬거 보니 생기실도 뺏기고, 공장도 뺏기고 투자기획과 연구소만 겨우 챙겨서 서울에서 저희 공장으로 유배(?)오셨네요.

그분의 오른팔, 왼팔이라는 생기실장이랑 물류팀장도 보직 변경. 사장 라인인 영업부서장들이 승진..


그리고 저희 팀이 이분 직속이 되었습니다. 하....


공장 팀장들은 '이제 뜬구름 잡는 소리 안듣겠구나..' 하면서 속으로 기뻐하는 분위기지만.


저는.. 저 신입때 지도사원해주셨던 부장님이 '가팀장... 야.. 그분 깐깐한데.. 고생하겠다..' 라면서 한숨 쉬고 가시더군요.

다른 팀장도 '너네가 이제 그쪽 기획부서네.. 참 그분 모시기 힘든데... 고생해라' 라고 하네요. ㅋㅋㅋㅋ


이분이 재기를 위해 일을 벌여도 그 따까리를 해야 하고, 다 놓고 그냥 시간 보내다가 나가라면 나가야지.. 해도 일단 수행은 제가 해야 합니다. ㅋㅋㅋ

(그리고 이분이 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이분은 의전을 중시해서 자기랑 '급'이 맞는 상대가 중요한데, 저는 팀장중에서도 말석이라 이분이랑 급이 맞지 않죠.. 

가뜩이나 파벌싸움에서 지고 좌천된 분인데, 더 깐깐해지는거 아닌지...



2.


몇번 독대로 보고하러 간적이 있는데, '가팀장. 잘 들어. 나는 과정은 관심 없어. 그냥 일이 되게 해야 하는거야. 법규나 규정 같은거는 네가 알아서 하는거야' 라면서 FM을 찾는 고지식한 엔지니어인 저를 맘에 안들어 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이분 소속이 아니라서 업무적으로 골치 아픈적은 없었지만.. 이제는 골치 아파지겠죠.


저희 팀에 승진 누락을 몇번 한 팀원이 있는데.. 작년에 이 친구가 성과도 좋고 해서 승진 시켜 달라고 강력히 밀었는데, 물먹었어요. 본사쪽에 수소문해보니 부사장이 막았대요. '얘는 싸가지가 없어서, 주변에 나쁜 영향을 준다. 내보내야할 사람인데 승진은 어불성설이다' 라는 식으로....

이 친구 조직개편 뜬거 보고 죽상 되서 담배만 피고 있습니다. 나는 올해도 글렀어... 라나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도 올해도 망한게 맞습니다. 올해초 인사팀에서 이 친구 방출시키라는 압박의 배후는 부사장이었을거라...


그래도 아직 부사장이라, 이쪽에 방 만들면서 자리 배치한다고 하는데, 배치안 보니 부사장방 바로 앞에 좌 우리팀, 우 투자기획팀... 

꼴보기 싫은 애들이 눈앞에 알짱 거리면 기분 좋겠습니까.. 왜 이따위로 배치를 했지.


애초에 본부장급, 부사장급이 본사에 방이 없었던 적이 있었나? 싶은데...

누구 지시인지 서울에서 방 빼고 이쪽에 방 만들라고 했답니다.

기존에 생산총괄일때도 공장은 한들에 한두번 보고 늘 본사에만 계시던 분인데.

(라인 증설 지연때도 띄엄띄엄 내려오다 회장한테 욕먹고나서야 일주일에 한두번 내려옴..)



언제는 안그랬냐만은.. 앞으로 더 험난해질것 같습니다.

그나마 서울로 이사 안가게 되어서 다행이지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9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5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134
116360 거리두기 잡담, 자신감 [2] 여은성 2021.07.12 411
116359 [넷플릭스바낭] 미루고 미뤘던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를 봤습니다 [27] 로이배티 2021.07.12 699
116358 유로 결승을 보는 스코틀랜드 인의 심정 [19] daviddain 2021.07.12 770
116357 미디어 오늘 기사;98년생 김현진은 무엇과 싸워야했나 [1] 메피스토 2021.07.11 641
116356 자전거 헬멧 착용을 강제하면 안되는 이유 [24] eltee 2021.07.11 1740
116355 동요 한곡 [2] 가끔영화 2021.07.11 200
116354 사랑해, 파리 Tuileries (2006) [3] catgotmy 2021.07.11 337
116353 [넷플릭스 다큐] 폭군이 되는 법, 펭귄 타운 [5] Lunagazer 2021.07.11 778
116352 셧다운제에 대해 [4] Sonny 2021.07.11 486
116351 여혐으로 대동단결 [8] 메피스토 2021.07.11 876
116350 주말에 본 것 [2] daviddain 2021.07.11 346
116349 '공채(공개채용)의 종말' 과 시험 능력주의 시대 [13] between 2021.07.11 800
116348 아이들에게 인사하기 [4] 채찬 2021.07.11 415
116347 남혐, 정부가 재발방지나서 [8] 사팍 2021.07.11 590
116346 코파 아메리카 아르헨티나 우승 [6] daviddain 2021.07.11 279
116345 영화 <귀신친구>를 봤습니다-부천국제판타지영화제 [9] 부기우기 2021.07.11 596
116344 분위기는 리액션이 결정한다. [4] chu-um 2021.07.11 395
116343 [바낭] 영화, 드라마, 게임, 취미 생활 시간 만들기 [28] 로이배티 2021.07.11 634
116342 남혐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발작버튼 눌린 경향에는 부정적이네요 [5] 예상수 2021.07.11 681
116341 그가 나에게 왔다 [12] 어디로갈까 2021.07.11 71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