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작이고 한 시간 37분짜리니까 조금 짧습니다. 넷플릭스에 없구요,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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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시인의 사회' 클럽 멤버들 중 가장 대성하신 우리 에딴혹씨. 어느새 자제분이 성인 배우로 활동 중...;)



 - 대략 70년대 미국 풍경 비슷한 게 보이면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누군가가 열심히 어딘가 음침한 곳으로 걸어가는 모습... 과 함께 의미 심장한 대사가 들리며 시작합니다. "니 인생 망친 놈, 그 놈을 데려다준다면. 그리고 절대 잡히거나 남들에게 들키지도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넌 그 놈을 죽일 수 있겠어?"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폭탄 테러입니다. 터뜨리려는 놈과 막으려는 놈. 둘 다 모습은 제대로 안 보이는 가운데 결국 폭파는 막았지만 막던 놈은 얼굴에 불이 붙어 죽을 뻔하죠. 다행히도 놀라운 과학 기술의 힘으로 목숨을 건지는 건 물론 얼굴도 다 고쳐내지만 원래와는 다른 얼굴과 목소리가 되었다고 하고 그 놈이 바로 에단 호크입니다.

 이 분은 원래 80년대를 살고 있는데,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의 무시무시한 범죄들을 해결하는 정부 기관에서 일하고 있고 지금 쫓고 있는 목표는 전설의 연쇄 폭탄 테러범이에요. 그래서 그 놈이 저지를, 1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발생시킨 최악의, 마지막 테러를 막기 위해 70년대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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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넘나드는 불굴의 액션 히어로 에딴혹! 뉴욕과 지구의 미래를 지켜라!!!!   ....물론 뻥입니다.)



 - 로버트 하인라인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만 소설 제목과 영화 제목, 그리고 한국 수입 제목이 다 달라요. 원작 소설 제목은 'All You Zombies', 영화 제목은 'Predestination', 한국 번역제는 보시다시피 '타임 패러독스'죠. 원작의 제목에 비해 영화판 제목은 살짝 친절하고, 번역제는 그 상냥함이 좀 지나칩니다. 적절한 번역이긴 한데 그 적절함이 과하달까... ㅋㅋㅋ 솔직히 이 제목으로 영화를 접하면서 결말을 예측 못한다면 평소 시간여행물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사람일 가능성이 커요.


 제가 늘 그렇듯 영화를 보고 나서야 원작을 읽어봤어요. 분량이 엄청 짧아서 빠르면 5분, 길어야 10분이면 다 읽게 되는 이야기인데, 놀라운 건 영화가 원작에 엄청나게 충실하다는 겁니다. 그냥 시작과 끝에 액자를 넣어서 이야기의 디테일을 좀 더 살려준 걸 빼면 나머진 99% 원작 그대로에요. 심지어 원작와 영화에서 똑같이 겹치는 장면들은 대사들까지 대부분 그대로 썼습니다. 물론 읽는데 5분 소요되는 단편을 갖고 그냥 그대로 한 시간 반이 넘는 영활 만들 순 없겠지만... 그러니까 마른 미역에다가 물을 부어서 불린 거라고 생각하면 되시겠습니다. 분량은 다르지만 그거나 이거나 똑같은 물건 맞아요. 좀 신기하더군요. SF 단편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들 중에 이토록 원작 그대로 만든 경우가 그리 흔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근데 그래서 좀 괴상한 재미가 있습니다. 이 영화 속에 나오는 70~80년대는 2021년에도 꿈도 꿀 수 없는 기술들이 마구 등장하는 SF속 미래 세계에요. 그래서 처음엔 좀 당황스럽죠. 아니 설정이 왜 이래? 근데 원작 정보를 찾아보니 원작 소설이 1959년에 나왔더라구요. 그러니 이 영화 속 70~80년대는 59년의 하인라인이 상상했던 미래였던 겁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걸 그대로 구현했구요. 이치에 맞죠. ㅋㅋ 그리고 그걸 21세기에 보고 있으니 괴상하고 재밌는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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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막 상식 : VR이 처음 상용화된 건 1975년의 뉴욕입니다. 믿어주세요.)



 - 아주아주 소품입니다. 원작이 그러니까요. 그냥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사고 실험 내지는 말장난 같은 이야기거든요. 시간 여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타임 패러독스가 어디까지 갈 수 있겠니? 라는 질문을 받은 SF 소설가가 "함 내가 극한까지 가 볼까?" 하고 앉은 자리에서 대충 지어낼 수 있을 법한 스토리랄까요. 그냥 타임패러 독스 설정에 설정과 설정을 연결해서 괴악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가운데 '이야기'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캐릭터와 동기만 만들어내 붙인 게 원작의 이야기에요.

 계속 비밀을 지키고 가다가 마지막에 한 방으로 빵! 터뜨리는 구성을 하고 있지만... 뭐 다 예측 가능합니다. 특히나 친절하기 그지 없는 번역제로 이 영화를 접할 한국 관객이 결말을 예상 못하기는 쉽지 않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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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이 대화 나누는 게 영화 분량의 거의 절반은 되는 느낌입니다. 원작 소설도 비슷하구요.)



 - 그런데... 이 영화는 대다수의 'SF단편 원작 영화'들과는 좀 다른 길을 갑니다. 

 보통 SF 단편을 장편 영화로 만들 때 대다수의 제작자들이 택하는 길은 1. 신기한 볼거리 2. 액션을 늘려서 런닝타임을 채우는 겁니다. 거기에다가 주인공 캐릭터에게 적당한 디테일을 추가해서 그 액션을 정당화하고... 그런 식인데요. 이 영화는 쌩뚱맞게도 캐릭터와 드라마에만 집중을 해요.


 사실 그냥 이 단편을 읽어보면 거기엔 인물의 감정 같은 건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건 그냥 타임 패러독스를 맥시멈으로 쥐어짜내기 위한 심심풀이 사고 실험이니까요. 그래서 주인공의 기구하기 짝이 없는 삶을 읽고 있어도 슬픈 기분은 전혀 들지 않고, 오히려 좀 웃기죠. 아니 이 작가 양반 정말 어떻게든 타임 패러독스로 끝장을 보려고 무리수를 꽃 피우시는구만... ㅋㅋㅋㅋㅋㅋ 뭐 이 정도 느낌이거든요.


 근데 이 영화는 그 '태생부터 무리수 그 자체'인 인물에게 디테일을 팍팍 심어주고, 소설에서 한 문장으로 대충 서술하고 넘어간 장면들에다가 주인공이 느꼈을 감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서 묘사합니다. 그리고 그 인물의 역할을 믿을만한 배우에게 맡기고 그 배우는 있는 힘을 다 해 그 캐릭터를 살려내구요. 


 그래서 이 영화는 마치 원작에 대한 도전 같아요. 그 앙상하고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내가 피와 살이 느껴지는 절절한 드라마로 만들어 보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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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짠내 폭발 주인공의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인생 역정... 이 영화 내용의 90%라고 보시면 돼요. ㅋㅋ 이 분 연기도 되게 좋습니다.)



 - 그 도전은 대략 성공... 한 걸로 보입니다. ㅋㅋㅋ 우리의 주인공님 이야기는 정말로 짠하고 슬프거든요. 게다가 그게 원작에 없는 설정이나 장면을 마구 덧붙여서 만든 게 아니라는 게 참 대단하죠. 영화의 주인공이 겪는 일은 원작의 주인공이 겪는 일들과 동일합니다. 그걸 소소한 디테일 추가와 연기만으로 살려내는 건데... 아마 그래서 원작을 먼저 읽었고, 특히 재밌게 읽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훨씬 재밌게 봤을 것 같아요. 아니 그걸 이렇게 살려내나? 하고 감탄하면서 말이죠. ㅋㅋㅋ


 다만 뭔가 기발하고 끝내주는 이야기 같은 건 기대하지 마세요. 앞서 말했듯이 제목부터가 스포일러이고, 도입부에서 거의 대부분의 진상을 바로 눈치챌 수 있는 이야기거든요. 인터넷상의 후기들을 보면 다들 엄청난 반전 운운하며 찬양을 하던데... 제 생각엔 이 스토리의 반전 요소는 그런 것보단 그냥 "아 이 작가 양반 정말 끝까지 가시네 ㅋㅋㅋ" 라고 킥킥거리면서 구경할 정도? 뭐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한 인물의 절절한 드라마 같은 걸 기대하시면 괜찮을 수 있어요. 혹은 앞서 말했듯 원작 팬들도 희한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구요.


 덧붙여서 액션 같은 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건 그냥 드라마에요. ㅋㅋㅋ



 - 어떻게 아무 생각 없이 적다 보니 할 얘길 다 해버려서 추가로 마지막 정리 같은 건 하지 않겠습니다. 소감 끝.




 + imdb에 캐스팅 정보가 어떻게 적혀 있나 궁금해지는 영화였습니다. ㅋㅋ 다 보고 나서 확인해보니 센스 있게 처리해 놨네요. 가끔 캐스팅 정보가 스포일러가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 원작 소설의 번역판은 여기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월도 고고!!!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145/read/17421478



 +++ 꽤 괜찮게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이 감독들의 후속 작품들을 보니 그리 잘 풀리진 않으셨더군요. '직쏘'와 '윈체스터' 이렇게 호러 둘을 만들었으나 둘 다 반응은 매우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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