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월 개봉이었군요. 상영 시간은 1시간 32분. 살짝 코믹한 액션 영화입니다. 스포일러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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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참 많이 맞습니다. 살인병기는 살인병기인데 늙은 살인병기라... ㅋㅋㅋ)



 - 영화가 시작되면 어두컴컴한 어딘가, 테이블 앞에 앉은 상처 투성이 남자가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지고 있습니다. 먼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참치캔과 캔 따개를 꺼내구요. 마지막으로 품 안에서 고양이(...)를 꺼내 참치를 먹입니다. 그 순간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두 형사가 보이고. 그들이 물어요. 도대체 당신 뭐하는 사람입니까? 그러자 주인공이 느릿느릿 대답을 하죠. 네 그게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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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니다. 라는 대사 없이 타이틀로 대체합니다.)


 그 남자가 바로 주인공 '허치'. 간단히 말해 걍 무난하게 잘 사는 중산층 장년입니다. 상냥한 아내와 다 크고 듬직한 아들, 그리고 늦둥이 귀염댕이 딸이 가족 구성원.

 삶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대체로 이 정도면 상당히 행복하다고 해야겠지만... 하루하루 반복되는 날들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순간순간이 너무나 힘들어 나는 벗어나고 싶은 그런 분위기를 언뜻언뜻 풍기던 와중에, 집에 강도가 듭니다. 근데 주인공은 이상할 정도로 침착하고,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일부러 그들을 보내줘요. 그러다 아들, 경찰, 처남 등등에게 두루두루 무시 당하지만 꾹 눌러 참습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삶의 울분 같은 게 계속해서 적립되던 가운데... 어느 날 딸의 충격적인 말 한 마디가 허치를 무너뜨리죠. "아빠, 제 고양이 팔찌 못 보셨어요?"


 딸의 이 가벼운 한 마디가 일으킨 나비효과로 허치는... 이러쿵 저러쿵 어쩌고 저쩌고 해서 결국 무시무시한 러시아 갱단과 전면전을 치르며 시체의 산을 쌓아 올리게 됩니다. 불쌍한 갱단 같으니. 요망한 고양이 팔찌 같으니...



 - 근래들어 보고 싶었던 안 넷플릭스 영화 3편, '프리키 데스데이', '리스타트', '노바디'... 중에서 마지막으로 보게 됐네요.

 앞의 두 편은 어떻게든 무료 비슷하게 봤는데, 이건 그냥 돈 내고 봤습니다. 두 개를 보고 하나만 남기게 되니 걍 빨리 봐서 리스트를 삭제해버리고 싶더라구요. ㅋㅋㅋ

 다행히도 '리스타트'를 볼 때 쓰고 남은 티비 포인트가 있어서 3천원 정도 내고 봤어요. 뭐 이 정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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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 얼굴이)



 - 평범하고 소탈한 우리들의 이웃이, 가족이, 친구가, 혹은 그냥 내가! 알고 보니 금강불괴의 살인 머신이었다!!! 라는 장르(?)에 속하는 영화죠.

 이런 장르가 대부분 그렇듯이 스토리는 지인짜 별 게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원래 다 비슷비슷하잖아요. 그냥 주인공 캐릭터를 어떤 디테일로 매력 있게 만들어 주느냐, 상대하는 적은 어떤 놈들이냐, 유머와 액션의 배합은 어느 정도냐... 정도로 작품의 성격과 완성도, 재미가 갈리는 정도랄까요. 


 그래서 '노바디'는 어떤 영화냐면, 일단 주인공이 '평범한 동네 아저씨'(로 살고 싶어하는 살인 기계)입니다. 

 어... 설명이 거의 다 끝나 버렸네요. ㅋㅋㅋ 그렇죠. 이 영화의 메인 타겟은 사는 게 지루하고 짜증나며 울분이 쌓이는 증상을 겪고 있는 '평범한 동네 아저씨'인 겁니다.

 나는 평범한 노바디일 뿐이다. 하지만 나를 평범한 노바디라고 부르는 놈은 용서하지 않겠어!!! 라며 악인들을 신나게 베고 찌르고 쏘고 터뜨려 죽이면서 살면서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소원했던 아내와의 관계도 뜨겁게 회복하면서 자길 무시하던 자식놈들에게도 존경을 되찾는. 뭐 그런 대리 만족 환타지를 주목적으로 삼는 영화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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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얼굴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랄까요.)



 - 그리고 '노바디'는 그러한 목적을 꽤 잘 달성합니다. 처음부터 그 목적을 위해 캐릭터든 이야기든 설정이 딱딱 맞아 떨어지게 되어 있거든요.


 뭣보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밥 오덴커크의 캐스팅이 완벽합니다. 사실 전 이 배우의 다른 출연작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만. 그냥 이 영화에서 이 배우는 맞춤이에요.

 진짜 평범한 동네 아저씨일 것처럼 생겼고, 진짜로 자상한 가장이지만 사는 게 별로 재미 없을 것처럼 생겼고, 그러면서 얼굴 곳곳에서 느껴지는 깊은 음영이 필요할 때마다 그럴싸하게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자아내죠. 이 영화의 8할은 이 배우 캐스팅으로 완성되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도 딱 목적에 부합하게 잘 짰어요. 도입부에서 보이는 그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과 쌓이는 스트레스 묘사도 좋았고.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후에도 한동안 몸이 안 따라줘서 고생하는 식의 연출도 아재들 이입하기 적절한 요소였구요. 결정적으로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라탄 중반 이후로는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신나게 달립니다. 애초에 목적이 대리 만족 환타지인 영화라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라는 느낌. ㅋㅋ 그리고 그 와중에도 '내 가족에겐 따뜻'함을 잊지 않는 센스도 적절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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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코 가장을 무시하지 마라!!!)



 - 근데 한참 신나게 보다보면 갑자기 좀 생소한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왜냐면... 이 영화엔 여성이 없어요.

 정확히는 이 영화의 '액션'에는 여성이 없습니다. 아내와 딸이 나오긴 하지만 그저 '지켜야할 사랑스런 가족' 이상은 아니구요.

 사실 요즘 나오는 영화들을 보면 어떻게든 여성 캐릭터를 중요하고 강하며 폼 나는 역할로 몇 명씩은 집어 넣는 게 트렌드잖아요?

 이 영화는 그런 게 아예 없습니다. 그냥 시종일관 남자들끼리만 쥐어박고 베고 쏘고 난리인데... 역시 이 영화의 목적에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애초에 중장년 아저씨들 환타지 해소용 영화잖아요. 뭔가 시국(?)에 맞지 않는 구식 영화 같은 느낌도 조금 들지만, 그만큼 애초의 목표를 이루는 덴 효과적이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겠죠.


 솔직히 이런 식의 영화를 정말 오랜만에 봐서, 보면서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ㅋㅋㅋ 이런 건 넷플릭스 세상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라구요!!!



 -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뭐였냐면.

 이 '노바디'에는 이러한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살인기계' 장르 이야기들 중 대부분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이 '폭력'을 대하는 주인공의 태도에요. 보통 이 장르의 주인공들은 어쩌다보니 정말 피치 못하게 자신의 원래 모습을 꺼내게 됩니다.

 '아저씨'의 원빈은 새론 소녀의 유괴 때문에, '존윅'은 강아지의 사망 때문에, 또 뭐 '런 올 나잇'이 됐건 뭐가 됐건간에 이 장르의 주인공들 중 99%는 정말로 '아 진짜 나를 어쩔 수 없게 만드는구만!!!' 이라는 상황에 몰... 렸다는 핑계를 대고 살인 기계 모드로 변신을 하죠.

 근데 우리의 오덴커크 아저씨는 다릅니다. 한참 다르죠. 그냥 본인이 평범한 삶에 완전히 질린 상태였고, 어디에든 폭력 충동을 발산하고 싶은 상태인 걸로 묘사가 되고. 그래서 그 분노를 폭발시키는 첫 상황에서 아예 그냥 대놓고 기도를 합니다. 버스 문이 열리게 해 주세요 버스 문이 열리게 해 주세요 아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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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그리고 본격 살인 기계 모드에 발동이 걸린 후에도 그냥 본인 입과 행동으로 인정을 해요. 이게 그리웠어! 짜릿해!!! 이젠 하루하루가 새로워!!!!

 그러니까 결국 자신의, 그리고 자신이 대표하는 중산층의 중장년 아재들의 어두운 욕망, 환상을 적극적으로 긍정해 버리는 것인데요.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태도인가 아닌가... 는 각자의 머리로 판단할 일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있어요. 덕택에 클라이맥스의 액션이 두 배로 신납니다. ㅋㅋ

 골치 아픈 생각 다 던져 버리고 그냥 본능에 충실하는 거죠. 좋잖아!!! 우헤헤헤. 그리고 아무 죄책감 없이 쌓인 욕구 풀어버리라고 마음껏 죽여버려도 하나도 안 미안할 개성 없고 사악한 악당들을 몇 트럭이나 준비해주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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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협적인데, 하나도 안 위협적인 불쌍한 우리의 싸이코패스 러시아 갱님들.)



 - 결론적으론 이렇습니다.

 제가 최근에 보고 싶어했던 안 넷플릭스 영화 세 편... 들 중에 가장 훌륭한 완성도를 뽐내는 영화였습니다.

 보다보면 '아니 이게 이래도 되나?' 싶은 순간들이 종종 있지만 그냥 그런 세세한 건 내다 버리고 '대리 만족' 하나를 향해 집중해서 달리는 영화이고 꽤 잘 달려요.

 군데군데 박혀 있는 유머들도 좋고 액션씬 연출도 상당히 고퀄이라서 보는 재미가 있구요.

 개인적으론 '존 윅'보다 이 영화를 더 재밌게 봤습니다. 코믹 액션 좋아하시고 '이웃집 살인무기' 류의 영화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재밌게 보실 것 같네요.




 + 뜻밖의 얼굴들이 꽤 여럿 등장합니다.

 아니 전 크리스토퍼 로이드는 당연히 옛날에 세상을 뜨셨을 줄 알았죠. ㅋㅋㅋ 마이클 아이언사이드가 이렇게 푸근한 인상으로 하찮게 나올 줄도 몰랐구요.

 그리고 RZA는 뭐... '데드 돈 다이'에서도 봤지만 여기서 비교적 폼 나게 나오는 것도 괜찮네요.



 ++ 개인적으로 가장 웃겼던 건 주인공의 '라떼는 말이지...' 습관이었습니다. 아니 이 미친 놈아 왜 그 상황에서 그러고 있어. ㅋㅋㅋㅋㅋㅋ



 +++ 그럼 이제 또 뭘 보나 싶네요. 사실 보고 싶은데 미뤄둔 영화가 너무 많아서 뭘 고르기가 힘들어요. 도대체 올레티비는 '닥터 슬립'이랑 '그것 파트2' 가격을 언제나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릴 생각인 걸까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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