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크게 느끼시나요?

2010.09.09 20:56

disorder 조회 수:2306

 

저는 한 10년 전에는 이랬던 것 같아요.

 

화가 나면 주먹으로 쳐서 책상도 부수고(몇 번에 걸쳐서 내리친거죠 물론 하하) 시계도 집어던지고 볼펜을 연습장에 계속 내리치면서 연습장에 수없이 구멍도 내고.

 

슬픈 마음이 들 때는, 특히나 누군가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는 "내가 죽어야 돼! 으하항ㅜㅜ" 이런 다소 나이에 안 맞는 멘트가 섞인 오바스러운 통곡을 하기도 했구요.

 

너무 흥분이 되거나 기분이 들뜰 때는 끊임없이 조잘거려서 머리가 빙빙 어지러울 지경에 이르기도 했죠.

 

때로는 이 흥분을 표출하기 위해 개구리처럼 날뛰며 집 안을 뛰어다니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저는 솔직히 근본적으로 성질이 매우 더러운 편인데,, 그 성질마저 이제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게다가 이제 웬만해선 슬프지도 않고 눈물도 안나요.  어느 정도냐면 꽤 가깝던 어떤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무덤덤한 편이에요.

 

흥분도 많이 안해요.

 

이유를 생각해보니까

 

1. 나이가 들면서 감정이 발생하고 표현되는 뇌 회로가 점차 퇴화되고 있다. 제가 지금 적은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 많은 나이도 아니긴 하고 한데요.

    어쨌든 그 쪽 뇌세포가 죽어간다.

 

2.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대한 분석을 하게 되어서 이 정신적 습관이 강렬한 감정을 대체하게 되었다.

 

3.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억누르고 있다.

 

4. 나름 삶에 지쳐서 감정이라는 것을 불러일으킬 의욕이 사라졌다. 즉 지쳐서 감정이 안 생긴다.

 

이렇게 몇가지로 한번 원인이 될 수 있는 걸 추려봤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 어느 것도 딱 들어맞는 건 없겠고 그냥 복합적일 수도 있겠죠.

 

감정의 물결이 일렁이지 않으니까 언뜻 생각하면 편하긴 한 것 같은데... 그닥 큰 고통도 안 느끼고...

 

그런데 왠지 저 어렸을 때 감정에 휩쓸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던 그 때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강렬했고 스스로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만큼 그 모든 것들이 훌륭하고 아름다웠던 것 같기도 하구요.

 

지금은 뭐든 무채색인 것 같아요.

 

듀게분들은 나이가 들면서 감정의 일렁임이 어떻게 변화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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