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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천안함이 피로파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일부에서 이야기하듯이 폭발은 왼쪽인데 스쿠르가 휘어 있는 모양은 오른쪽이다, 와 같은 과학적 증거 때문만은 아닙니다. 첫째는 여러가지의 침몰의 물리적 정황과 사건을 처리하는 정치적 정황이 천안함이 피로파괴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너무나 잘 설명되기 때문이고, 둘째는 피로파괴 가능성을 반박하는 정부의 북한 어뢰 공격의 증거들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이유. 북한 어뢰설이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천안함이 침몰한 정황이 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배를 두 동강 낼 정도의 어뢰공격에도 물기둥이 발생하지 않았고, 그 폭발의 파괴력에 비해서 지진파는 약했으며, 선미와 선두에 타고 있던 사망자의 생존자의 모습은 극단적으로 온전했습니다. 사고 직후 피로파괴를 암시하던 해경의 KBS 인터뷰는 삭제되었고, TOP 영상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은 수시로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사고 직후, 미국 국무부는 피로파괴에 의한 침몰을 암시하는 브리핑(국무부, Philip J. Crowley, 3월 29일 브리핑)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피로파괴 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조중동에 의해서 배제되었습니다. 물론, 멀쩡히 운행하던 군함이 피로파괴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희안한 물리현상에 비해서 그 발생 확율이 더 낮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뢰로 두 동강난 배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둘로 갈려진 기이한 현상과 멀쩡하게 보였던 군함이 피로파괴될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 둘 다 매우 낮은 기이한 일이겠지만 저는 후자의 가능성을 훨씬 높게 봅니다. 물리법칙과 확률의 법칙으로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일 뿐 아니라(피로파괴의 사례가 사람들의 생각만큼 드물지 않음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이미 다루었습니다) 그 이후 정치적 정황을 설명하는데 너무 잘 맞아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왜 국방부는 TOP 영상에 대한 말을 계속 바꾸는지, 왜 살아있을 가능성도 없는 사망자들을 구하기 위해서 UDT 대원이 아까운 목숨을 희생해야 했는지, 왜 피로파괴가 아니라 북한의 공격이라며 군인들이 목청을 높이는 기이한 현상이 생기는지, 왜 피로파괴를 언급한 뉴스의 동영상은 죄다 다시보기에서 삭제되는지 말입니다.
둘째 이유. 그림니르라는 분이 쓴 글을 보면,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 사람은 "이놈의 정부의 말은 믿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들은 "정부주장의 헛점을 공격하지 마시고 설득력있는 논리와 증거를 들이밀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분의 어투는 굉장히 무례하고 건방지게 느껴지는데, 논리적으로도 타당한 말이 아닙니다. 우선, 설득력있는 논리와 증거를 들이밀어야 하는 쪽은 모든 재원과 정보와 인력을 독점하고 있는 정부지 국민이 아닙니다. 그리고, 정부가 모든 정보와 돈과 인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정부의 발표를 불신하는 상황의 책임 역시 정부가 져야하지 국민이 질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피로파괴가 아니라 어뢰공격인 것이 틀림없다면(누군가는 분명히 진실을 알고 있겠죠) 정부의 조사는 그것이 어뢰공격이었다는 것과 어뢰공격을 한 것이 북한이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만약, 그 사실은 확실한데, 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어린아이를 살해한 범인은 그 자가 분명한 (것 같은)데, 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면 경찰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학적인 결과물이 사실과 배치되지만, 일단 증거를 만들고 조작해서라도, 범인을 응징해야 할까요? 물론, 그 질문의 윤리적이고 당위적인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그리고 효율성의 관점에서 역시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그런 식으로 필요에 의해서 시스템을 유린하다 보면 그 과졍에서 진실과 정의은 사라지고 궁극으로 효율성을 지지할 제도 자체조차 위협받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가간의 정치적 싸움은 살인범을 다루는 형사사건과 다른 걸까요? 대답을 하는 대신 이렇게 묻겠습니다. 그래서, 과연 그 결과로 정부가 내놓은 "과학적" 증거들을 국제사회가 신뢰했나요? 북한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았습니까?
분명히 말하지만, 정부의 천안함 발표를 불신하는 사람들은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없을만큼 멍청하거나 타진요처럼 결론을 짜맞추고 있어서 정부의 발표를 안 믿는 게 아닙니다. 정부가 내놓은 과학적 증거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뢰감을 가질만한 과학자들의 반론이 있는 상황이고, 정부가 내놓은 결론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전직 고위급 인사(Donald Gregg, "Testing North Korean Waters", NYT)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타진요는 제 관점에서는 그림니르와 같은 분이 훨씬 더 가까워 보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했지만 혹시 이해가 못했을까봐 부언하자면, 연예인은 '공공연한 영역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직업인'입니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받아 '공공의 영역에서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고. 저는 타블로의 학력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타블로 역시 저에게 자신의 졸업장을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지만, 저는 정부의 조사가 허접해보일 때 불신할 자유가 있고, 더 치밀한 조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결론. 저는 천안함이 피로파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라도 정부의 보여주는 증거와 해명이 충분하다면 저의 견해를 바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직업상의 이유로, 저는 논거가 충분하다면 저의 견해를 바꾸는 데 능숙한 편입니다. 지금 정부가 제시하는 것은 저의 견해를 바꾸는데는 매우 부족합니다. 제 주위의 많은 금융시장 참가자들도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지만, 이 문제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증거을 조작해서 사건 자체를 조작했던, 아니면 사건자체를 위해 증거를 조작했던 놀랄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그것 보다는 다들 먹고 살기 위해서 일상이 바쁜 사람들이고, 북한 문제라는 건 금융시장에 그닥 관심 사항도 아닙니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증거와 당시의 정황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에 불신할 뿐이죠. 이런 상황이 불편하다면 정부가 할 일을 일을 제대로 하는 겁니다. 시장의 합리적 의심을 탓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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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러가지 상황도 그렇지만, 일단 북한이 이로 인해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림니르라는 분은 반잠수정이 비대칭 전력이라고 하셨지만 어뢰는 스크류를 돌면서 옵니다. PCC(초계함)의 전탐실에서 어뢰 스크류도 탐지하지 못했다면, 이건 정말 큰일인 것입니다. 게다가 사고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현장에 방문하는 순간 (이건 심증에 가깝습니다만)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반잠수정이 침몰하고 어뢰로 군함이 격침된 준 전시 상황에서 대통령을 현장으로 보내는 경호실장은 없습니다. 또한 어뢰의 가능성이 분명했다면, 해군에서 기를 쓰고 만류했을 것입니다. 의전을 아는 사람이라면 상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도 어떤 원인으로든 (피로 파괴든 좌초든) 함미에서 침수가 일어났고 그로 인해 생긴 사고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정부가 과연 모든 가능성을 다 면밀히 검토했는지조차 의심이 됩니다. 충분한 증거를 제시한다면 저도 제 의견을 얼마든지 바꿀 생각이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