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그리고 창작자와 청취자

2010.10.06 22:17

디나 조회 수:4606

 

  저는 서태지 세대맞습니다. 지금도 정말 또렷하게 기억나는게 초등학교사학년 토욜날 햄버거를 사러 나갔다가 지나가던 전자제품 대리점에서 서태지의 전설적인 데뷔

  무대를 흘낏 보고 나서 너무 충격을 받아 그자리에 계속 서서 끝까지 다 보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저도 서태지에 많이 열광했어요. 아마 그 마지막은 솔로2집까지였던

  거같아요.  그후로는 관심에서 약간 멀어졌구요...

 

  사실 서태지뿐 아니라 어린시절 음악을 막 파고들때 전설적으로 보이거나 신적으로 보이는 인물들....또 그들에 관한 전설적인 가쉽이나 뒷이야기 등등은 신화화를 더더욱

  부풀리는 역할을 하죠...... 그러다가 제가 시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어찌되었던 음악을 하다보니 소박하게나마 창작자의 입장으로 시각이 바뀌게 되고 예전에는 마치 하늘

  에서 뚝떨이지는게 음악인줄 알았다면 이것 또한 자르고 붙이는 콜라주,일정한 방법론이 존재하는, 어쩌면 예술이라기 보다는 장인 혹은 기술자에 가까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기 시작하면서 부터였죠.

 

   그러다보면 3,4분 내외의 대중음악이란게 엄청난 재능이나 천재적인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거 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물론 천재적인 재능의 범위를 어디

  까지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흔히 다른 분야의 천재성....예를 들면 과학이라던지 문학이라던지 영화라던지....에 필요한 천재성보다는 대중음악에 필요한 재능은 천재

  성이라기 보다는 순발력과 센스에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죠... 이런 성향은 시대가 지날수록 더 심해지구요...

 

  전 특히 락음악 분야에 이런 거품이 엄청나게 끼었다고 생각해요. 락음악은 팝보다는 조금 불편하고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부분을 애티튜드니 락스피릿이니

  하는걸로 포장해서 상품화 하는거죠.

 

  물론 서태지가 음악적으로 뛰어나다는걸 부정하는건 억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분명히 대단한 존재인게 맞구요 90년대를 상징하는 뮤지션인것도 맞습니다. 다아~~~만

  그의 등장과 이후의 행보에 워낙 센세이션이 강했기 때문에 그가 필요이상으로 신화화된것은 사실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더더욱 중요한건 스스로도 그런 상황을 부정하지

  않고 자신의 이미지메이킹과 마케팅에 아주 적절히 사용했구요.  그리고 그의 음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일때 흔히 나오는 너무 많은 모방에 대해서 요즘 아이돌이나 가요

  들도 그렇지 않느냐 라는건 좋은 반론이 아닙니다. 왜냐면 요즘 아이돌과 서태지는 체급자체가 말이 안되는 비교라는거죠. 기대감또한 전혀 다른 차원이구요. 그리고 어떤

  점에서는 모방이라는 점에선 요새 아이돌들이 들고나오는것 보다 서태지가 더 노골적으로 카피를 한 점 도 많습니다. 특히나 솔로2집같은 경우는 곳곳에 포진한 리프나

  디테일한 요소들이 뉴메탈 밴드 대여섯개 이상만 들어도 아 여기서 따온거구나 하는게 티가 확 날정도 심했어요. (물론 그 장르 자체가 좀 그런면이 있긴합니다.)  울트라맨

  시절에 서태지는 뭐 콘의 패션이나 스타일 그리고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아주 많이 따라한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건 그 당시의 대세적인 트렌드가 아니었느냐? 한다면

  맞긴 맞는말인데.... 그 당시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져나왔던 수많은 뉴메탈밴드들 중에서도 서태지가 가장 노골적으로 콘에 가까웠어요.

 

  그 다음으로 감성코어 라는걸 들고나왔던 솔로3집. 아마 이때부터 서태지 신화의 포장을 걷어내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던거 같아요. 저도 그렇구요. 이제는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 서태지가 다음에 무슨 음악을 들고나올거라는건 락음악을 좀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수 있던 것이었죠. 그래서 그 앨범이 후졌느냐? 아닙니다.

   잘 만들었어요. 갠찮은 노래들 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더이상 90년대의 문화대통령이나 전설적인 무언가로 감싸줄만큼 대단한 음악은 아니었다는거죠. 그냥 그당시

   우후죽순격으로 쏟아져나오던 이모음악을 추구하는 신인밴드의 앨범이라고 해도 이상할게 없어요. 다만 서태지의 막강한 자금력 때문에 사운드가 해외의 음반들과 비교

   해서 꿀리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근사하게 들리는것 뿐이죠.

 

   가끔 사람들이 애기할때 보면 서태지가 생각보다 음악을 정말 별로 안듣고....한마디로 유명한것들만 몇개 골라듣는거 같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저도 어느저도 동감해요.

   그가 소스를 가져오는것들은 항상 그 장르의 가장 첨병적이고 선봉에 선 것들인 경우가 많죠. 하물며 제작년인가? 음악프로에서 킬러스의 그 유명한 무대를 따라한것도

   그렇구요.... 

 

    그리고 카더라 통신일수도 잇지만 서태지의 밴드에서 알바?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건너건너 전해지는것을 들으면 서태지가 비활동기동안 그렇게 미친듯이 음악에 몰두

   해서 몇백곡을 만들어 그중에 추리고 추려서 앨범을 내는건 아닌것 같더군요. 사실 이 부분은 서태지 뿐만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뮤지션들이 7년간의 공백 10년간의 공백

   하면 자연히 7년만에 10년만에 만들어진 우와!~~ 앨범으로 청취자에게 받아들여지지만...사실 6년6개월 놀다가 몇달만에 만든 경우가 더 많습니다....-_-

 

   한마디로 정성일 평론가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그는 영화의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어 해석하고 용감하게 이걸 감독에게 질문하지만 되돌아오는 답변은

   언제나 무의미일 뿐입니다.... (정성일 디스 아닙니다 전 그사람 좋아해요) 

 

  가끔 생각하는게 제가 만약에 영화를 만드는 혹은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다면 홍상수를 지금처럼 대단하게 생각하고 좋아할수 있을까? 배수아를 지금처럼 좋아할수 있을까

   ?  하는 질문을 할때가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상업예술이든 뭐든간에 이런 장르의 것들은 소비자에게 보여지는것 들려지는것 읽혀지는것 이상의 환타지를 만들어내서 좀

   더 대단하게 보여지도록 하고 있는것 맞는거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요즘 생각하는게 예전에는 음악의 재능중에 비교불가할 정도로 작곡력! 이 최고의 재능이라고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그냥 노래실력 정말 타고나게 뛰

   어난 노래실력이나 (혹은 악기의 연주) 야 말로 그 어떠한 거품이나 과장 없이 솔직하게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다가올수 있고 인정할수 있는 재능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

   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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