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추어탕

2010.09.27 00:36

메피스토 조회 수:2315

* 오래전 공익근무를 하던때 점심은 항상 구내식당에서 해결했습니다. 당시 공익근무요원에겐 월급에 식대가 포함되었지만 직원들의 암묵적 동의아래 항상 식권을 받을 수 있었지요. 재미있는건 정작 행사나 이벤트(예를들어, 감사가 뜬다거나)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식당의 식단은 늘 그저그런 식단이었기에 직원 식당의 주요 고객은 공익근무요원이라는 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

항상 그저그런 밥만을 먹던 아해들을 불쌍히 여긴 직원들은 가끔 우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밥을 사주었습니다. 짜장면이나 국밥부터 시작해서 참치나 복지리까지 메뉴와 가격이 다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추어탕은 삼겹살과 더불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참말로 많이 얻어먹던 메뉴였고, 매번 얻어먹을때마다 니들은 결혼을 안해서 이거 먹고 힘쓸때도 없겠다라는 농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가을에 먹어야 맛있어서 추어탕인지, 미꾸라지를 뜻하는 한자어의 추어탕인지, 이도저도 아니고 두가지를 절충한 의미의 추어탕인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모릅니다.


* 남원골 추어탕 or 남원추어탕. 아무튼. 이 가게는 수원역 뒷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말로 설명하긴 거시기한데, 수원역에서 안산가는 방향;북측 버스정류장에서 조금만 더 위로 걸어올라가면 보입니다. 도보로 5~10분? 밖에는 어항이 있는데, 역시나 추선생들이 미친듯이 춤을추고 있습니다.

이거저거 메뉴가 있지만 추어탕집에선 추어탕을 시켜야 합니다. 통추어탕이 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전 그냥 갈아넣은 추어탕을 시켰습니다. 그냥 추어탕은 6000원인가 7000원인가하고, 추어정식이라는 메뉴는 만원인데 추어탕에 미꾸라지 튀김과 오리 훈제가 추가됩니다.
참. 기본상차림이 나올때 두부가 함께 나오는데 꽤 괜찮습니다. 이 집에 추두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꾸라지집에 두부가 기본으로 깔리는걸 보면 추두부가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미꾸라지 튀김은 호불호가 갈리겠군요. 순수한 튀김이 아니라 깻잎에 미꾸라지를 싸서 튀겼습니다. 깻잎향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다소 조심하셔야할께, 모든 튀김음식이 그렇듯, '쏙빠질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겪어보면 아실듯-_-(이봐). 사진은 3인분 양입니다. 맛은...시간대에 따라 달라서 애매하군요. 이집을 세번인가 갔는데 바삭바삭하게 맛좋게 나올때도 있고, 슬쩍 눅지게 나올때도 있습니다.

오리훈제는 그야말로 맛배기 입니다. 사진만 얼핏보면 가격대비해서 좀 많아 보이는데, 이거 1인분이 아니라 3인분 양입니다. 한사람 앞에 한두점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본메뉴입니다. 콩국레벨은 아니지만 제법 걸쭉한 편입니다. 테이블에 들깨가루가 준비되어 있던데 그 옆에 있던게 산초인지 초피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들어 들깨만 넣어 먹거든요. 맛은 괜찮습니다. 눈앞에 사람들이 모내기를 하는 논과 더불어 미꾸라지가 뛰어오르는게 보이는 레벨은 아니지만 잡내가 덜하고 구수해요. 기호에 따라 고추나 마늘을 넣어먹어도 되는데 그냥 집어먹어보니 고추가 좀 맵더군요.
전반적으로 나오는 옵션들의 양이 작아 그냥 추어탕을 드시는게 나을수도 있습니다. 나는 가격따윈 신경쓰지 않는 멋진 부르주아는 아니더라도 따로 비싸게 시키기 보다 미꾸라지 튀김을 맛보고싶으시면 정식을 시키시는게 좋겠지요.

 다먹으면 후식으로 자판기에서 커피한잔을 하면 됩니다. 핫초코도 있으니 어쨌든 살찌고 싶은분들은 뽑아드시면 됩니다. 식당 앞에는 작지만 쉴공간이 베란다(?)처럼 마련되어 있는데, 아저씨들의 담배나 아줌마들의 수다 혹은 두가지 모두가 싫으신 분들은 그냥 아래 주차장에서 담소를 나누시다가 거시기 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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