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학교 생활상담소의 집단 상담에서 만난 사람이었어요. 10명정도의 그룹의 대인관계 능력 향상을 주제로 하는 집단 상담에 참여한거죠.

 

한 여학생이 잊혀지지 않아요. 저보다 나이는 한 두 살 많았고 호감가는 깨끗하고 단정한 외모에 세련된 옷차림과 목소리까지 나무랄 데가 없어서 왜 왔나 싶을 정도였죠.

 

상담 선생님께서는 상담을 진행하다가 만약에 여기서 누군가를 뽑아서 보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주저없이 A씨를 보낼 거에요라면서 그녀를 칭찬하고 모두에게 대인관계나 호감을 주는 법의 모범으로 삼으라는 듯이 얘기하시더군요.

 

그런데, 그녀의 말 잊혀지지 않아요.

 

전 어디서나 누군가를 무작위로 찍어서 그 사람을 나한테 빠지게 만들 수 있는 자신이 있어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구요

 

그냥 우스꽝스러운 자뻑이 아니라 꽤 그럴 듯하게 들렸어요. 뭐랄까, 저는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고 컴퓨터 능력이 어느정도 된다고 말하는 듯한 어조였죠.

 

그리고 어린 마음에 부러웠어요. 난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호감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으니까요.

 

그러나 시간이 가고나서 그 날을 떠올리면 오싹해요. 사람을 무작위로 찍어서 자신의 매력에 빠지게 한다는건 자신은 진심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을 장난감처럼 감정을 가지고 놀다가 어느날에겐가 이용가치가 없으면 가차없이 버리거나 시들해지면 돌아서겠다는걸 담고 있는거였죠

 

원래는 유아교육 전공이었는데 과를 바뀌어서 우리 학교로 편입했던 건대 상담 선생님이 없을 때 우리한테 말했어요. 작은 목소리로. “난 애들 정말 안좋아해요. 원장이 안볼 때는 마음에 안드는 애의 팔을 꼬집었어요아주 짜증난다는 투로 전혀 죄책감은 느껴지지 않았죠.

 

싸이코패쓰라는 말을 제가 남용한다고 여기실텐데 싸이코패쓰나 프로파일링에 원래 관심이 많은데 보통 싸이코패쓰라고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연쇄살인범류의 범죄자만 떠올리지만 전 그 때 만난 그 여자가 그저 자기 허영에 빠진 철없는 젊은 여자라고 보기에는 섬뜩하게 느껴지더군요. 시간이 갈수록. 언젠가 자기가 친 덫에 빠졌을거라고 생각은 해요.

 

싸이코패쓰, 혹은 여러 인격장애도 정도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고 여기지더군요. 쉽게 사람을 뭔가 하나의 잣대로 쉽게 규정할 수는 없지만요. 흔히 공감능력 떨어지는 직장동료나 상사들에게 저인간 싸이코패쓰지라고 하는데 인간미도 없고 공감능력 없이 등골 빼먹는 관리자들은 물리게 봐서 그러면 널린게 싸패겠지요.

 

지금도 책을 읽고 있어서 다시 기억이 났어요. “영악하다”“교활하다로 표현되는 사람을 이용하고 가지고 노는 우리 주변의 널린 여러 인격적인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은 의외의 사람일 수도 있는거에요. 성인군자 컨셉으로 널리 호감을 얻고, 네 뭐 혜민인가 하는 그런 사람 류 비슷하달까, 직장에서 모두가 그가 아주 착하고 성실한 사람인줄 아는데 막상 같이 일해보니 일을 아주 교묘하게 떠넘기면서 본인은 공을 모두 자기에게 돌릴 수 있는 능력자도 계시더라구요.


아이~~~~그런 사람이 어디 한둘이야하시겠지만 끝내 누구에게도 욕먹지 않고 다른 사람을 교묘하게 착취하던 그 사람 제일 싫었어요. 나를 들들 볶아세우고 모욕주던 그 어떤 사람보다 그 사람이 제일 혐오스럽고 다시는 이런 류의 인간은 만나고 싶지 않더군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일하라고 닥달하고 감시하는 상사쪽을 택할거에요.

 

 

-지금 읽는 책은 진단명 싸이코패쓰: 우리 주변에 있는 이상인격자로버트.D.헤어


우울한데 이런 병적인 심리에 대한 책을 읽으면 더 정신건강에 해롭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전 흥미로우면 아예 어둠의 바닥까지 들여다보기도 해요.

자기 전에 범죄 프로파일링 팟캐스트 듣다가 잠들기도 하는데 그런다고 더 우울해지고 악몽에 시달리는건 아니거든요. 그러다가 결국은 밝은 컨텐츠로 다시 돌아오게 되구요.

 

제일 끔찍한건 모든게 다 지루하고 공허하고 정신이 멍해져서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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