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야말로 읽기 싫으면 스킵하셔도 되요.








9살의 여름이었어요. 그 다음날 줄넘기 시험이 있어서 어두워질 때까지

집 앞 골목에서 혼자서 줄넘기를 연습하고 있었어요.


그 때 전 하늘색 자잘한 꽃무늬가 있는 좋아하던 원피스를 입고 있었어요.


내가 줄넘기하던 그 자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전봇대와 오렌지빛 전등이 켜져 있었어요.

오렌지빛 전등에 원피스에 내 몸이 비치고 있었어요.


어느덧 쳐다보니 그 자리에 한 남자가 서있었어요.

모자를 눌러쓰고 어둠 속에서 그 남자의 형체는 보이는데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그 남자는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라는 손짓을 너울너울 하고 있었어요.

나는 무엇엔가 홀린 듯이 그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갔어요.


평생동안 늘 궁금했어요. 난 왜 그 남자가 손짓만 했는데

순순히 그 남자에게 다가갔을까????????



그 남자는 나를 나꿔챈 것도 아니고 강제로 손을 끌고 끌고 간 것도 아니였는데

말이에요. 평소에 엄마가 늘 경고를 하고 또 했는데 말이에요.

낯선 사람을 조심해라. 낯선 사람에게 따라가지 말아라. 절대로. 절대로.

낯선 사람이 말을 시키면 대답도 하지 말아라. 여러 차례 경고를 들었단 말이에요.




그 남자는 내 팔을 꽉 잡고 내게 딥 키스를 했어요.

기억나요. 그 남자의 그 딥 키스. 자세한 묘사는 생략할께요.


내가 두려웠구요? 무서웠냐구요? 아니요.


그저 나한테는 기이한 경험이었어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이하고 강렬한 경험이었어요.


그러다가 엄마가 문을 열고 나를 불렀어요.

엄마가 불렀을 때 그 남자는 그 자리에서 없어져 있었어요.


엄마도 그 남자를 보지 못했나봐요. 봤다면 캐물었을거에요.


난 엄마가 부르자마자 정신을 차리고 집 안으로 뛰어들어갔어요.


그리고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어요. 왜 그 아저씨는 나한테 그런 짓을 했을까.

그제서야 왜 그 남자가 나를 불렀는지 모든게 이상했어요.


그리고 죄책감도 들었어요. 불결하다는 기분도 들었어요.

그래서 마당에서 계속 손을 씻고 씻고 또 씻었어요.



네, 다행히도 전 그렇게 이 사건이 끝났어요.

전 그 남자에게 끌려가지 않았어요.



엄마가 만약 문을 열고 나를 부르지 않았다면 나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난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참 운이 좋았어요. 살면서 알게 되었죠.

네, 저는 이 사건을 떠올리면 오싹하지만 난 운이 참 좋았어,

운이 좋았어. 나처럼 운좋은 아이는 몇이나 될까?


그 수많은 아동성범죄,


분명히 이 시간에도 어떤 아이가 강간을 당하고 있을거에요.

네, 저는 확신해요. 어떤 아이는 강간을 당한다구요.


그리고 그 성범죄자들은 양부, 친부, 가까운 친척, 가까운 이웃, 교사,

목회자,상담가,,,,,, 그 아이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아동에게 접근하기

쉬운 인물들이 더 많다는 것도 알아요.


장기간에 걸쳐서 길들여지고 철저히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가장

흔한 범죄죠. 철저히 은폐되고 우리 사회가 가끔만 기억해주는 범죄.



물론 길거리의 성범죄자들도 포함되어 있죠.

아동들은 길거리에서도 성인여자보다 더 쉬운 피해자죠.




고 3끝나고 친구들이랑 밤에 같이 자면서 진실게임을 했는데

놀랍게도 내 친구들 중 나를 제외하면 모두 친척들에게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더군요.


내 친구들은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이었어요.



정말 트라우마에 평생 시달린 가까운 지인의 성추행 경험이 오히려 저한테도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었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33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93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876
114102 내 마음의 홍콩이 사라진 날 [6] 산호초2010 2020.11.30 692
114101 40대가 되니까 시간이 정말 완전 날라가지 않아요? [21] 산호초2010 2020.11.30 976
114100 [넷플릭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중반까지의 감상 [9] 노리 2020.11.30 499
114099 [강력스포일러] 바로 아래에 적은 '콜'의 결말에 대한 투덜투덜 [8] 로이배티 2020.11.30 744
114098 [넷플릭스바낭] 박신혜, 전종서의 '콜'을 보았습니다. 재밌는데... [16] 로이배티 2020.11.30 1120
114097 거리두기 일기... [2] 여은성 2020.11.30 322
114096 영화 콜에서 박신혜가 좀 똑똑했다면 [3] 가끔영화 2020.11.30 641
114095 죄인 3시즌 daviddain 2020.11.30 11826
114094 David Prowse 1935-2020 R.I.P. [3] 조성용 2020.11.29 317
114093 [넷플릭스] '엘리트들' 시즌 2까지 완주. [2] S.S.S. 2020.11.29 551
114092 종교개혁에 대한 드라마 있을까요? [11] Sonny 2020.11.29 578
114091 아까 첫눈 왔나요? [6] 예상수 2020.11.29 398
114090 아나는 가족들에게 얼마나 주었을까 [5] 가끔영화 2020.11.29 424
114089 [EBS1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10] underground 2020.11.29 418
114088 좀전에 받은 귀여운 문자 [13] 어디로갈까 2020.11.29 982
114087 [영화바낭] 망한 선택이었던 영화 세 편 - '건우먼', '나이트 플라이어', '세일러복과 기관총: 졸업' [11] 로이배티 2020.11.29 705
114086 [넷플릭스] 저도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7' 추천합니다! [5] S.S.S. 2020.11.29 426
114085 거리두기 일기... [2] 여은성 2020.11.29 379
114084 [영화바낭] 조지 로메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검은 고양이'를 봤습니다 로이배티 2020.11.28 474
114083 요즘 체감하는 명연설 [4] 예상수 2020.11.28 61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