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스타워즈 6부작은 짧게 말하면,


여러모로 인류가 긴 시간 향유해 왔던 신, 혹은 신성과 인간성의 사이에 위치한 드라마틱한 남성캐릭터가 

신성을 획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스스로의 모순으로 몰락하고 말았단 이야기입니다.


연령대를 떠나 남성 관객이 흔히 정석적으로 몰두하기 딱 좋은 이야기였고 


프리퀄 1,2편을 대차게 말아먹었던 것과 달리 다행히도 3편에선 썩 괜찮게 6부작의 마무리를 지어서 

이 기존 6부작에 대한 외전들은 2020년 지금까지도 끝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딱 남성관객들이 몰두하기 좋은 거대한 자기연민과 자기비하가 황금비율로 버무려진 연작 시리즈로서.

물론 몰입의 대상은 시리즈의 간판, 다스 베이더고요.



그런데 시퀄은 어찌보면 기획 자체는 대단히 도발적이었습니다. 거기까진 좋았어요.


베이더의 손자인 카일로 렌이 주인공 중 한명인데, 이 녀석은 무작정 베이더를 숭앙하고 그처럼 되고 싶어하지만

그가 어떤 행적을 거쳤는지, 그 은하계에 어떤 악영향을 끼쳤는지는 전혀 모르는 것처럼 묘사됩니다.


사실 벌써 이 자체가 말도 안되는 설정붕괴이기도 합니다. 제가 시퀄을 극혐하는 이유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시퀄 7편 이전의 내용을 배경으로 한 외전들을 보면, 렌의 어머니이자 베이더의 딸인 레이아가

정계에서 몰락한 이유가 딸이란 것이 밝혀져서인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아들인 카일로는 그런 정황도 자세한 사정도 모른다, 말이 되나요?)



어쨌든, 렌은 메타적으로는 제법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봅니다. 어떤 후일담 서사의 인물로서는 기본 설정부터 글러먹었지만요.


렌은 기존의 베이더-제국-스톰트루퍼에 몰두해 이 시리즈에 40년간 충성해온 팬덤, 특히 팬보이들에 대한 직접적 비유이자

극렬한 디스에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이건 이토록 팬들의 충성도가 높은 오래된 프랜차이즈에선 엄청난 도발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렌의 캐릭터성은 일부의 호평과 달리 관객 다수의 엄청난 혹평을 면치 못했지요.


심지어 베이더와 함께 스타워즈 인기의 한 축인 스톰트루퍼들은 

시퀄에선 나쁜놈들 집단 (퍼스트 오더)이 멀쩡한 인간 아이들을 납치해 병사로 세뇌시킨 것으로 나옵니다. 저는 이것도 시퀄의 큰 패착이라고 봐요.


결국 악에 물들었다 라이트사이드로 돌아오는 렌과 함께 스톰트루퍼들의 갱생을 9편에서 그리고 싶었다면,

트루퍼들도 세뇌가 아닌... 차라리 '돈'을 위해 아무 생각없이 군에 입대해서 자발적으로 봉사한 민간인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8편에서 정치적 중간지대의 사람들은 오직 돈을 위해 움직일 뿐이란 묘사도 했고요.


9편에서 원래 그리려던 이야기가 소수자인 흑인, 동양인 외형의 캐릭터들이 합심해서 은하계의 시민들과 함께 

제국에 대항한 시민봉기를 일으킨다는 레 미제라블 적인.. 원래 스타워즈의 흐름을 훌륭히 계승하는 이야기였다는 점도 아쉬움을 더하고요.


좀 길게 쓰다 보니... 꽤나 스타워즈 광팬이었던 저도 이젠 모든 열정을 상실해서(,,,,,) 더 쓰고 싶지가 않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2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1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996
113027 엘렌 페이지 [6] daviddain 2020.08.04 1020
113026 어메이징한 교차편집 기술 장인 사팍 2020.08.03 767
113025 하늘과 땅이 인간에게 경고하는 모양새 [4] 예상수 2020.08.03 779
113024 [바낭]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어차피 와 버린 장마... [17] 로이배티 2020.08.03 1121
113023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1보다 개운하네요. [11] ssoboo 2020.08.03 762
113022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영화 캣츠 보고 [6] daviddain 2020.08.03 671
113021 택시 관련 뉴스들(ff 칼부림) [6] 왜냐하면 2020.08.03 682
113020 비가 너무 많이 내리네요 [2] 예상수 2020.08.03 409
113019 [회사바낭] 일복이 터졌어 [10] 가라 2020.08.03 786
113018 정의당 차별금지법의 맹점(추가 수정) & 2003년 작 여섯개의 시선 [14] 사팍 2020.08.03 704
113017 오늘의 일기...(외로움과 식단 관리) [1] 안유미 2020.08.03 362
113016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 이틀 만에 훼손 [10] McGuffin 2020.08.03 823
113015 RE: 크림롤님 - 노동요로서의 오렌지로드 콜렉션 [9] googs 2020.08.02 423
113014 시장 한담..기로에 선 코스피//시장에선 황소도, 곰도 돈을 벌지만 돼지와 양은 그러지 못한다. [2] 무도 2020.08.02 635
113013 고소의 방법 [32] 사팍 2020.08.02 1148
113012 Wilford Brimley 1934-2020 R.I.P. [2] 조성용 2020.08.02 256
113011 [넷플릭스바낭] 미쿡 사법제도 구경 다큐 '계단 : 아내가 죽었다'를 봤습니다 [10] 로이배티 2020.08.02 1262
113010 오늘의 일기...(주말과 서울, 번개) [1] 안유미 2020.08.02 502
113009 새와 고양이 [2] 사팍 2020.08.01 417
113008 [EBS1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22] underground 2020.08.01 68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