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8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몰아서 적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롬 좀 콤'이라니 뭐 아무리 1회용 장르명이라지만 어감도 별로고 센스도 그닥...)



 - 미국 영화에 맨날 나오는 그 익숙한 느낌의 바에서 두 여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내일이 7월 4일이라 한가한데 애인도 없이 우리끼리 뭐하는 거니... 하다가 저쪽 바에 서 있는 훈남이 보여요.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어서 가서 말을 걸어라 용자여!!!'라고 부추기고. 주책바가지 느낌의 용자는 진짜로 가서 주책을 주책주책부리다가... 장면이 바뀌면 아침입니다. 그 남자 집의 그 남자 침대에서 깨어나요. 본인 입장에선 아쉽게도(?) 옷은 멀쩡하게 다 입고 있습니다만. 아마 술 취해서 하하호호 하다가 뻗어 버려서 남자가 데려와 잠만 재운 모양이죠. 남자가 먼저 깨서 어디에다 전화를 하고 있는데 비록 싸움은 했지만 미녀 약혼자도 있고 뭣보다 주인공에겐 정말 1도 관심이 없는 분위깁니다.

 그래서 잠시 후 참으로 어색한 대화를 나누고. 주인공은 여전히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매달려 봅니다만 결국 정중하게 쫓겨나서 집에 가려는데... 뭐 어떻게 되겠습니까. ㅋㅋ 당연히 그새 세상은 좀비 아포칼립스를 영접했고, 이 어색한 콤비는 여기서 어떻게든 살아 남아서 각자의 가족을 만난다는 미션을 수행해야만 합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우리의 주인공, 살아 있는 데브님 되시겠습니다. ㅋㅋ 저는 처음 뵙는 분인데 연기도 귀엽게 잘 하시고 캐릭터에도 잘 어울리고 괜찮았어요.)



 - 걍 제목이 웃겨서 보게 됐습니다. 원제를 그대로 갖다 베끼면서 Dead를 Deb으로 바꾼 게 다에요. ㅋㅋ 사실은 한글 제목만 보고 '데브'를 Dev.일 거라 맘대로 착각하고 "살아있는 개발자의 밤이라니 it업계 풍자하는 개그물인가 보군!!!" 하고 재생을 눌렀는데. 시작하자마자 진상을 깨닫고 당황했지만 눌러 버린 김에 그냥 봤어요. 개발자면 어떻고 데브라만 어떻습니까. 웃기기만 하면 되지. 제발 날 웃겨주세요... orz 라는 마음으로 봤는데요.



img.gif

 (무시무시한 좀비와의 사투!!! 라고 해봐야 대략 이런 느낌이라 좀비물 특유의 고어가 부담스러운 분도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게 장점.)



 - 도입부 보면 아시겠지만 좀비물이라는 걸 제외하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좀비'가 뭔지 알고 대처법도 일반 상식화 된 현대가 배경이구요. 장소는 메인주 포틀랜드로 한정되고 좀비 아웃브레이크도 이 동네 한정입니다. 뭣보다 시작부터 끝까지 무서워질 생각이 아예 없는 코미디 영화이고, 그것도 성격 안 맞는 남녀 주인공이 투닥투닥거리다 정 드는 로맨틱 코미디가 핵심이에요. 


 근데 어쨌거나 원조 영화와 연달아 보고 나니 21세기에 현대 좀비 영화를 만든다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배들이 있어서 뭘 해도 차별화도 힘들구요. '암튼 그렇게 됐습니다'라는 식의 무성의한 원인 설명은 거기에서 거기인데 이 영화의 그것이 훨씬 허접하게 느껴지는 거죠. 그리고 아무래도 원조 영화 대비 스케일이 크다 보니 내러티브상 구멍도 더 많이 생기구요. 어떻게 하루만에 도시 사람들이 싹 다 좀비화 되었는지, 어째서 외부에서 도움이 오지 않는 건지. 나름 이것저것 핑계를 대긴 하지만 다 말이 안 돼서 참 무성의하단 생각이 자꾸 들어요. 정말 구멍 투성이도 아니고 구멍 그 자체인 각본인데, 참 다행히도 이 영화의 경우엔 장르 자체가 핑계가 됩니다. 어차피 코미디, 그것도 러브 코미디니까요. '대충 넘어가고 그냥 캐릭터들에 집중해주면 안 될까요' 라는 영화이고 그게 가능한 관객들을 위한 영화이고 그렇습니다. 제대로 된 좀비물 같은 걸 기대하심 안 된다는 말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캐릭터들이 괜찮습니다. 캐스팅도 다들 어울리게 잘 됐고... 다만 '그냥 웃기기만 하면 안 될까요?'라는 방향으로 괜찮아요. 깊이나 입체성 같은 건 기대 금물.)



 - 하지만 다행히도 그 캐릭터들이 꽤 좋습니다. 

 첫 인상은 좀 별로에요. 일단 시작부터 주인공 데브가 보여주는 행동들이 너무 우악스럽고 민폐거든요. 그리고 그 와중에 남자 주인공 라이언도 좀 그렇습니다. 툴툴거리고 속 좁고 좀 갑갑한 인간이구요. 하지만 보다 보면 이런 설정이 계산 착오가 아니라 다 의도된 바라는 걸 알게 됩니다. 로맨스이긴 하지만 '코미디'가 살짝 우선이어서, 일부러 좀 난감한 인간 둘을 붙여 놓고 투닥거리게 만들어 놓은 것이고 이 우악 민폐녀와 갑갑한 소심남은 꽤 괜찮은 개그 콤비가 됩니다. 일단 웃기니까. 그리고 둘 다 생긴 건 멀쩡하게들 귀엽게 잘들 생겼으니까 됐죠 뭐. 그리고 둘이 이런저런 모험을 하면서 서서히 속내를 드러내고 서로 정이 쌓이고... 이런 전개도 꽤 자연스럽게 잘 흘러가서 막판엔 둘 다 귀여워 보이고 잘 됐으면 좋겠고 그렇게 됩니다. 


 덧붙여서 서브 캐릭터들도 에... 뭐랄까. 이들은 주인공 둘에 비하면 좀 거칠거칠한데요. '니들은 웃기기만 하면 된다' 라는 아주 선명한 의도를 갖고 창작을 하셨는지 어쨌든 웃깁니다. ㅋㅋㅋ 많이 얄팍하고 대놓고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어쨌든, 웃기니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스타인 레이 와이즈 할배님. '로보캅', '트윈 픽스' 때부터 봐 왔으니 이제 대체 몇 년인지... 그 오랜 세월을 살아 남은 능력에 뤼스펙!)



 - 클라이막스가 좀 난감합니다. 중반까진 코미디에 로맨스를 살짝 끼얹은 듯이 전개되던 이야기가 막판에 돌입하면서 갑자기 '아아 온 세상이 사랑의 감정으로 가득해!!!!' 와 같은 느낌으로 로맨틱이라는 게 맥시멈 오버로드 모드로 폭주를 하는데요. 에... 뭐 저는 좋게 봤어요. 20세기에 많이 보던 하이틴 로맨스 갬성으로 오골오골 대폭발을 하는데 그게 참 오랜만에 본다는 느낌이라 걍 낄낄 웃으며 넘겼는데. 아무래도 스탠더드한 21세기 감성으론 좀 오바라고 느끼실 분들도 많을 것 같구요.


 그래도 그 후에 그 민망한 로맨틱 쇼를 열심히 잘 수습합니다. 이후에 전형적인 좀비 액션이 벌어지고, 이들이 벌인 일에 대한 세상의 리액션이 보여지고, 그러는 과정에서 깜짝 반전 비슷한 것도 좀 나오고요. 근데 이것들이 다 소소하게 재미가 있으면서 적당히 귀엽고 마무리도 그 정도면 아주 깔끔해요. 네, 뭐 그러면 됐죠. 애초에 만든 사람들이 이걸 각본 쓰고 찍으면서 '21세기 좀비물의 시민 케인이 되겠다!' 같은 생각을 했을 리도 없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냥 이 둘이 각각 귀엽고 합쳐 놓았을 때 보기 좋으면 되는 것이고 그건 충분히 잘 해 줍니다. 그럼 됐죠 뭐.)


 - 뭔가 길게 주절주절 적어 놨지만 결론은 간단하게.

 좀비 로맨스구요. 코미디가 가장 중요하구요. 개연성 부분에선 많이 대충대충 넘기는 부분들이 눈에 띄지만 캐릭터들의 관계 진전이나 감정선 측면에선 매끄러우니 됐습니다(?)

 좀비가 됐든 뭐가 됐든 귀염뽀짝한 사람들 나와서 귀엽고 예쁘게 연애질하는 로맨스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큰 기대 없이 보실만 해요. B급 호러의 탈을 쓴 로맨스물 치고 이 정도면 굉장히 제대로 뽑힌 경우가 아닌가... 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잘 봤습니다. 그럼 이만.




 + 생각하면 할 수록 사태의 원인이 정말 황당합니다. 원조 영화의 그 우주선에서 날아 온 방사능! 보다 이게 더 황당하거든요. 정말입니다. ㅋㅋㅋ



 ++ 포틀랜드가 이렇게 작은 도시였다니!! 구글 검색을 해 보니 인구가 7만도 안 되네??? 원래 이랬나???? 그래도 NBA 팀도 있는 도시인데!! 라고 생각하다가 정신 차리고 다시 검색을 해보니 이름만 같은 다른 도시였군요. ㅋㅋㅋ 농구팀 포틀랜드는 서부에 있고 이건 동부 메인주 바닷가에 있는 소도시였어요. 그래서 극중에서도 자조 드립이 나옵니다. '미국에 메인이라는 주가 있을 리가 없잖아요??' ㅋㅋ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데브는 먼 실버 타운에 멀쩡히 잘 있는 엄마에게 가려고 하고, 라이언은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아빠와 형, 약혼자를 만나러 가는 게 목표입니다. 그래서 일단 라이언을 가족들에게 태워다 주고나서 데브가 엄마 보러 간다... 라는 계획인데요. 둘이 굳이 함께 활동해야 하는 건 라이언이 열혈 환경주의자라서 자동차가 없기 때문이죠. 반면에 데브는 배기 가스를 엄청 뿜어대는 올드카를 모는 관계로 라이언은 얻어 타는 주제에 설교를 하려 들고 그럽니다. 그래봐야 데브가 한 마디도 안 지니까 상관은 없구요. ㅋㅋ


 암튼 고생 끝에 도착한 라이언 가족의 집을 보니... '메인 주 최악의 환경 악당'이라는 대기업의 아들래미셨네요. 수돗물 관련 사업을 하는데 여러모로 환경 오염에 앞장 서서 이미지가 완전히 안 좋은가봐요. 뭐 암튼, 그렇게 돈에만 눈이 먼 아버지와 그 나이 먹도록 제대로 된 일이란 건 해 본 적이 없는 밀덕 형. 그리고 아무리 봐도 집안의 돈과 라이언의 미모 때문에 결혼에 매달리는 약혼녀 + 거구의 폭력 경비원 하나. 이렇게 넷이 뭉쳐 있던 집안에 주인공 둘이 도착했으니 분위기가 온화할 리는 없겠죠.


 게다가 식사 중에 알게 된 사실.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바로 라이언의 아빠였습니다. 뭔가 또 수돗물 정화 공정을 팍팍 단축해서 단가를 아끼려는 신기술을 개발 중이었는데, 이걸 얼른 도입해서 세금을 아껴 떼어 먹고 싶었던 주지사가 무리하게 빠른 도입을 밀어 붙였고. 그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가 수돗물에 들어가서 사람들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다... 뭐 이런 사연입니다. 근데 그럼 평소 미국의 지하수는 늘 좀비 바이러스의 온상이었다는 건가요. 이게 말이... ㅋㅋㅋ


 중략하구요.


 결국 메인 탈출에 실패한 둘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 정들었음을 인정하고. 드디어 핑크빛 무드가 조성이 되는데... 그때서야 '이 동네의 진실을 외부에 알리자!'라는 결심을 하게 돼요. 라이언 아빠 말에 따르면 주지사가 이걸 방사능 누출이라면서 덮는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데브의 직장인 동네 방송국으로 가서 외부로 방송 송출을 하며 이 사건의 진상과 현재 상황을 열심히 알리... 다가 갑자기 눈에서 하트가 발사될 것 같은 표정으로 라이언에 대한 사랑을 마구 고백하는 데브. 라이언도 허허 자기도 참~ 이런 표정으로 받아주는데. 그때 뒤쪽에서 갑자기 나타난 좀비가 데브의 어깨를 앙! 하고 물어 버립니다!!


 그래서 나는 또 언제 좀비 되나... 이러며 엉엉 흑흑하던 데브를 끌고 라이언이 '좀비 되는 건 되는 거고 일단 상처 치료는 해보자고?' 라며 좀비가 가득한 방송국 안을 헤매다가 결국 쫓겨서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구요. 출입문 잠가 놓고 둘이서 시내 야경을 바라보며 이것저것 애틋한 대화를 나누고. 그 와중에 데브는 '나 너무 배가 고파서 자기를 좀 먹고 싶은데' 같은 뻘소리를 하고. 그러다 '이젠 진짜로 먹고 싶다고!!! 꺄아아악!!!' 이러는데...


 잠가놨던 문을 열고 보건소 직원 차림의 남자 둘이 영차영차 걸어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라더니 데브 어깨에 소독약을 바르고 패치를 착! 붙여요. 그러더니 치료 끝~ 이라면서 갑니다. ㅋㅋㅋ 그래서 이게 뭐하는 거임? 나 곧 좀비 될 건데 왜 그냥 감?? 이라고 물어보니. 아이고 이 사람들아 이거 좀비 아니에요. 그냥 사람 좀 멍청 거칠어지고 인육을 먹고 싶어지게 하는 바이러스지. 물린다고 전염 안 되거등여? 이러고 갑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아름다운 메인 시내의 야경을 배경으로 둘의 로맨틱한 입맞춤 장면이 나오며 영화는 장르에 맞게 해피해피 엔딩을 맞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2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7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413
124370 잡담 - 항저우 아시안게임, 진심을 너에게, 명절의 고난 [1] 상수 2023.10.01 198
124369 한국판 사망탑 [5] 돌도끼 2023.10.01 419
124368 쏘우 10편의 평점이 놀랍네요..!!! [10] 폴라포 2023.10.01 663
124367 [넷플릭스바낭] 웨스 앤더슨의 로알드 달 컬렉션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10.01 638
124366 연휴에는 홍콩 영화 그리고 <해피투게더> [2] 스누피커피 2023.09.30 208
124365 4인 식구의 삼시세끼 설거지 [2] Sonny 2023.09.30 380
124364 프레임드 #568 [4] Lunagazer 2023.09.30 110
124363 토드 헤인즈, 나탈리 포트먼, 줄리앤 무어 신작 - 메이 디셈버 예고편 상수 2023.09.30 262
124362 제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오래된 광고 하나요. [2] theforce 2023.09.30 365
124361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를 30분 보니 daviddain 2023.09.29 312
124360 [연휴 바낭] 연휴에 본 영화&시리즈 1 [6] 쏘맥 2023.09.29 337
124359 소림사십팔동인 [3] 돌도끼 2023.09.29 266
124358 사발면에 대한 두가지 [4] 가끔영화 2023.09.29 331
124357 읽은 책, 연휴 맞이 산 책 [4] thoma 2023.09.29 320
124356 BTS 정국 새 싱글 "3D" [2] 라인하르트012 2023.09.29 283
124355 프레임드 #567 [4] Lunagazer 2023.09.29 97
124354 천박사..를 봤어요..유스포 [1] 라인하르트012 2023.09.29 367
124353 시민 케인 (1941) catgotmy 2023.09.29 122
124352 [티빙바낭] 역시 추석엔 가족 영화! '송곳니'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09.29 331
124351 추석엔 역시 가족영화입니다. [6] thoma 2023.09.29 28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