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86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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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에는 또 북유럽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좋아요. 물론 호러와도 아주 잘 어울리구요.)



 - 반짝반짝 행복하고 아름다운 한 가족을 소개하는 영상으로 시작합니다. 미인 엄마에 성격 좋아 보이는 아빠. 체조를 하는 듯한 어여쁜 누나와 개구장이 남동생으로 구성된 4인 가족이죠. 참 보기 좋습니다만. 정말로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ㅋㅋ 그 영상이 끝나고 그걸 촬영하던 엄마의 이런저런 지시가 이어지던 중에 갑자기 창문에 새가 날아와서 부딪히고. 다음엔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와 식구들은 얘를 잡으려다가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이것저것 다 깨뜨리고 쓰러뜨리고 난리가 나요. 그러던 중에 딸이 담요를 던져서 곱게 그 새를 잡았는데, '그거 이리 주렴'이라던 엄마는 온화한 미소를 띄고 받아든 새의 목을 꺾습니다(...) 그리고 일반 폐기물 쓰레기에다 버리라고 시켜요.


 그 일로 충격을 받은 딸래미는 그날 밤 이상한 인기척과 열린 창문을 보고 숲으로 나갔다가 아까 쓰레기통에 버린 까마귀가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상태로 숲에 누워 있는 걸 발견하는데. 고통을 덜어준다고 돌맹이로 퍽퍽 내리치며 결국 숨지게 만들고 슬퍼합니다만. 어라? 옆에 둥지가 있고 거기 알이 하나 있네요? 아마도 미안한 맘을 풀고 싶었는지 딸은 그 알을 가져와서 집에서 따뜻하게 해주며 '부화'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깨어나겠죠. 그게 평범한 새일 리는 없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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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 특성상 애초부터 절대 행복할 리가 없는 행복한 가족의 한 때 되겠습니다.)



 - 단점부터 말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가족 구성원 설정이 좀 게으릅니다. '남에게 보여지는 것에만 집착하느라 딸을 몰아 붙이는 엄마'가 블로그와 sns 중독자라니 뭐 자연스런 귀결이긴 하지만 너무 뻔하구요. 이런 극성 엄마가 있으니 아빠는 당연히 무기력하고 악의 없이 별 보탬도 안 되는 사람으로 설정되는 것도 당연하고. 남동생은 그냥 진상이에요. 중간중간 뭔가 의미심장해 보이고 섬뜩해 보이는 짓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말 아무 내면 없이 주인공을 괴롭게 만들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녀석처럼 묘사가 되니 좀 재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단순하게 그저 주인공에게 고난을 던져주기 위해서 짜여진 전형적인 캐릭터들... 을 데리고 이야기를 끌고 가자니 가끔은 좀 그 진정성이 의심될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똑같은 설정으로 가더라도 각자의 디테일이나 설정 같은 걸로 양념을 좀 쳤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뭐 그만큼 작가님이 주인공 캐릭터에다가 몰빵으로 정성을 들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가족들이 배경에서 적당히 살아나 줬음 작가님이 하고픈 이야기의 설득력도 훨씬 높아졌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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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동화풍의 비주얼과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활용하는 호러이기도 해요. 마지막 장면을 봐도 참 꿈도 희망도 없는 잔혹 우화구나... 싶구요)



 - 또 한 가지를 든다면... 이게 결국 이야기 전체가 비유인 거거든요. 애정 없는 보호자들, 혹은 애정은 있어도 게으른 보호자들 밑에서 자기가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자라는 불행한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 라는 식이고 알에서 깨어난 그 무언가도 조금만 보면 대충 무엇의 비유인지 금방 이해가 갑니다. 그렇게 전체적으로 비유, 은유로 가득찬 이야기인데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좀 오락가락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오락가락 중 상당 부분은 그냥 정리가 덜 되어서 엇나갔다... 라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끝까지 보고 나면 살짝 깔끔하지 못하게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고. 역시 그 중 상당 부분은 제 이해력의 문제 보단 그냥 각본의 한계라는 생이 듭니다. 조금 덜 의미심장하더라도 그냥 심플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도록 각본을 짜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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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 이틀 연속으로 엄마-딸 이야기를 보게 됐는데. 둘 다 극성 엄마에 딸들은 엄마를 만족시키려 애 쓰는 이야기지만 엄마의 성격이 전혀 달라서 이야기도 다르구요.)



 - 근데 사실 이런 게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영화의 장점이 단점들을 충분히 덮고도 남을만큼 강력하거든요.


 일단 호러 영화인데 정말로 상당히 불쾌하면서 무섭습니다. 알을 깨고 나온 '그것'의 생김새부터 상당히 훌륭하구요. 또 그것의 생김새(당연히 조류의 모습입니다)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무시무시하고 불쾌한 방향으로 잘 활약을 시켜요.

 또 우리 불쌍한 주인공(누나, 티니아)의 캐릭터가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단단하게 잘 잡혀 있고, 영화 속 사실상의 메인 빌런인 엄마와의 관계 묘사도 충분히 납득이 되고 공감이 되는 방향으로 불쾌한 가운데 적절하게 양념을 쳐서 과장되어 있어요.

 핀란드, 스웨덴 합작 영화인 듯 한데 그 동네의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분위기도 참으로 '노르딕'스럽게 어여쁘면서도 기괴하고 불길한 느낌으로 근사하게 잡혀 있구요.

 마지막으로 참 성실한 호러입니다. 결국 가련한 소녀의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참 성실하고 꾸준하게 피투성이 사건들을 벌여대니 심심할 틈이 없고. 또 그 중에 편하게 대충 넘길 수 있는 상황들이 별로 없습니다. 하나 같이 상황들이 '아악 제발 좀!' 이라는 느낌이라 매번 긴장하며 볼 수밖에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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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 컨셉' 호러들도 가리지 않고 잘 보는 편이지만 그래도 역시 자기 할 일 성실하게 해주는 호러 쪽이 더 좋긴 합니다.)



 - 다 보고 난 사람들 입장에서, 특히 영화의 메시지나 은유 같은 걸 읽어내는 걸 즐기는 사람들 입장에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말했듯이 주제는 그냥 선명하게 드러나지만 그걸 영화 속 상황 상황들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면 살짝씩 어긋나는 부분도 있고, 어떤 면에선 최종적으론 좀 얄팍하단 느낌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일단 엄마 캐릭터와 '부화된 그것'이 적절한 연기와 연출로 충분한 불쾌감을 던져주면서 주인공은 쉽게 감정 이입 할만큼 잘 묘사가 되기 때문에 얄팍하든 말든 보는 내내 집중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아주 괜찮은 호러입니다. 그것만으로도 할 일은 충분히 잘 해 낸 훌륭한 장르물이 되겠구요.

 덧붙여서 영화 내내 가득한 북유럽 동네 분위기가 독특한 맛을 더해주니 이 정도면 호러 팬이라면 챙겨봐야 할 괜찮은 영화가 아니었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호러 팬이라면 가급적 보시구요. 가련한 소녀가 주인공인 비극적 우화 같은 거 좋아하는 분들도 보시구요. 북유럽 사람들도 이렇게 훌륭한 호러를 만들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ㅋㅋ 티빙 만세를 외치며 즐겁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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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를 보아 주십시오 휴먼!!!)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자기애가 철철 넘치는 우리 엄마님께선 블로그나 sns에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올리며 자기 만족을 추구하는 게 삶의 낙인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자기를 닮은 딸에 집착을 해요. (아들은 아빠랑 엄청 닮아서 비슷하게 둔하고 좀 멍청하고 그렇습니다 ㅋㅋ) 그리고 그 집착은 딸을 체조 선수로 성공시키는 방향으로 발현되는데... 불행히도 우리 티니아는 아직 그렇게까지 실력 있는 선수는 아니고. 특히 이 극성 엄마 때문에 친구도 하나 못 만드는 와중에 고맙게도 먼저 손을 내밀어준 옆집 아이에게 실력에 밀려 대회에도 나가지 못할 상황입니다.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엄마를 만족시키기 위해 손이 부어 터지도록 연습을 하는 티니아입니다만 장래는 무척 어둡고요.


 그 와중에 가지고 온 알에서 부화된 것은... 새는 새인데 거대한 새의 시체 조각처럼 생긴 괴이한 새구요. 그런데 이 녀석이 티니아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티니아를 자기 보호자로 여기고 따르면서... 티니아의 마음 속 어두운 소망들을 대신 실현시킵니다. 예를 들어 이 놈이 첫 번째로 하는 일은 티니아의 손을 물려고 했고 자꾸 짖어서 잠을 방해하는 옆집 강아지의 목을 따는 것(...) 그래도 '내가 품어서 부화 시켰어!' 라는 애착 때문에 티니아는 얘를 옷장에 숨겨 놓고 어떻게든 말 잘 듣는 착한 새로 길들여 보려고 하지만 그게 잘 되면 이게 영화가 되겠습니까. 


 결국 이놈의 새는 티니아를 대회 출전에서 탈락시킬 입장이 되어 버린 옆집 아이를 공격해서 거의 죽기 직전의 상태로, 살아나도 다시는 체조를 못할 상태로 만들어 버리구요. 자꾸 티니아를 괴롭히는 못된 동생놈도 노리지만 이건 티니아가 간신히 말려서 무사히 넘어갔고. 그 다음엔 티니아 엄마의 외도 상대(뜻밖에도 아주 좋은 사람입니다. 방황하던 티니아를 위로하고 달래서 거의 정상 직전까지 만들거든요.)를 공격해서 부상을 입히다가. 급기야는 그 외도 상대가 키우는 갓난 아기의 목숨을 노려요. 그걸 눈치 챈 티니아가 대회 중에 자기 시합을 포기하면서까지 아기의 목숨을 살려냅니다만. 이 일에 티니아가 관련되었다는 걸 눈치 챈 외도 아저씨는 버럭버럭 화를 내며 티니아를 쫓아내고 동시에 엄마에게도 결별을 선언하네요. 


 돌아가는 길에 엄마는 당연히 극한의 빡침으로 인해 차 핸들에 자기 이마를 막 들이 받으며 자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요. 대회도 탈락해, 자기 애인이 자길 버리게 만들어. 어째서 넌 내 행복을 방해만 하는 거냐며 딸래미에게 적반하장의 극한 갈굼을 시전합니다. 그러고 집에 돌아간 티니아는 괴물 새에게 '너까짓 것 보기 싫어! 사라져 버려!!' 라고 외치며 밀어내 버리구요. 


 근데 그 새는 그냥 나가지 않고 이번엔 티니아 엄마를 노립니다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걸 발견한 티니아가 엄마를 구해요. 그러고는 '이건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며 엄마가 건넨 칼을 들고 둘이서 집에 숨어 있는 새 사냥을 시작하는데... 결국 어찌저찌해서 새에게 크리티컬을 날리고 목숨을 끊을 한 방만이 남았습니다만. 단호하게 휘두른 엄마의 칼에 맞아 쓰러지는 건 티니아였습니다. 자기가 부화 시킨, 그리고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더 자신과 닮은 모습이 되어 가는 새를 죽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덤으로 별로 더 살고 싶지도 않았구요.


 그래서 칼을 맞은 티니아는 바닥에 누워 있던 괴물 새 위로 쓰러지고, 티니아가 토해낸 피를 받아 마신 새는 정말로 티니아와 거의 똑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서 스멀스멀 일어납니다. 졸지에 자기 딸을 찔러 죽인 엄마가 경악해서 꼼짝 못하고 쳐다만 보는 가운데 티니아는 숨을 거두고, 부들부들 떨며 일어난 새는 아직 인간의 목소리 같지는 않은 괴이한 소리로 크게 외칩니다. '엄마!!!!!'


 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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