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8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몰아서 적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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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은 피노 도나지오가 맡았습니다... 만. 뭐 그렇게 기억에 남을만한 음악은 별로 없었던 듯 싶구요.)



 - 단도직입 스타트입니다. 한 여성이 어떤 방에 들어가서 '군터 박사님'을 찾구요. 그 방엔 작은 개집만한 사이즈의 철창에 갇힌 혀가 잘려 말 못하는 여성이 있구요. 그때 뒤에서 그 '군터 박사'가 등장하고, 처음 여성은 깜짝 놀라 뒷걸음치다가 괴상하게 조잡한 장치에 걸려들어 가슴을 관통당하고 죽어요.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연립주택' 비슷한 건물이 배경입니다. 그 건물 주인이 군터 박사이고 세를 줘서 먹고 사는데 무조건 젊은 여성만 들여요. 그리고 이 건물엔 모든 집과 방을 통과하는 환기구가 있고 그게 바로 영화의 제목인 '크롤 스페이스'의 의미 되겠습니다. 변태 사이코 살인마 군터 박사님이 이 환기구를 통해 돌아다니며 세입자들 삶을 훔쳐 보고, 그러다 땡기면 세입자 여성을 죽이기도 하고 그 여성이 끌어 들인 외부 사람들을 죽이기도 하고 그러는 거죠. 물론 영화가 시작되면 가장 예쁜 여자(...)가 새로운 세입자로 들어와서 주인공 비슷한 포지션이 되어 공포에 떨구요. 대략 그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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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 막장이자 범죄였던 배우가 막장 범죄자 역할을 맡아서 완벽한 싱크로를 보여줍니다. 이게 칭찬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요.)



 - 평이 굉장히 안 좋은 영화입니다. 토마토 지수도 십 몇 퍼센트 밖에 안 되구요. 근데 그냥 '클라우스 킨스키는 별 영화에 다 나왔네'하고 기억해 뒀다가 얼마 전에 이게 무려 리메이크까지 존재한다는 걸 알고 호기심에 한 번 봤어요. 분명 구린 영화겠지만 뭐라도 장점 같은 게 있으니까 팬도 생기고 리메이크도 나오고 그런 거였겠지? 했던 거죠. 그리고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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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내 주인공인 척만 하다가 마지막엔 그래도 주인공 비슷한 일 조금은 하시는 분. 배우는 탈리아 발삼. '케이프피어'에 나온 마틸 발삼 딸이구요. 첫 번째 결혼 상대가 무려 조지 클루니였군요. 허허.)



 - 아이디어도 괜찮고 나름 시대를 앞서가거나 최소한 그 시대엔 잘 먹힐 설정들도 꽤 많고. 이야기를 요약해서 해 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스릴러 같은데 각본이 그걸 꿰어 맞춰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데 완전히 실패했네요... 라는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ㅋㅋㅋ 결론은 망작 취급 당해도 할 말 없구요.


 그러니까 설정부터 '도어락' 같은 류의 현대 여성 극공감류 일상 호러 영화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습니까. 결국 젊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여성들이 변태 자본가 남성에게 착취당하고 희생당하는 이야기니까 그런 쪽으로도 떡밥을 캐 볼 수 있겠구요. 근데 또 주인공은 여성들이 아니라 이 변태 할아버지에요. 그러니 일반적인 스릴러에서 주인공과 빌런의 위치를 역전해 놓은 신선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겠죠. (이건 '도어락'의 원작과 비슷한 부분이군요) 또는 이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그냥 클라우스 킨스키 캐릭터에 집중해서 아주 불쾌하면서도 개성있는 빌런이 나오는 사이코 살인마 스릴러가 되는 것도 좋았을 겁니다. 갈 수 있는 길도 많고 잘 풀릴 길도 많았고 각본가도 그런 걸 분명히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짠 것 같습니다만. 결국 그 모든 것에 못 미치고 끝이 납니다. 간단히 말해 발상은 괜찮았는데 역량이 부족했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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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본을 쓰다 만 듯한 부분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저 여자분입니다. 대체 왜 안 죽이고 혀를 자른 채 가둬두고 키우는지 끝까지 설명 제로!!)



 - 다시 말 하지만 엄연히 주인공은 집 주인 할배에요. 그러다 보니 영화 전체에 널려 있는 여성 시각의 스릴러가 될만한 설정들이 다 뭔가 되다 말고 죽어 버리구요. 그래도 이렇게 빌런이 주인공이라는 나름 신선한 이야기이니 이 쪽에 집중하면 좋았을 텐데, 이 빌런과 관련된 디테일들이 뭐가 많기는 한데 별로 실속이 없습니다. 흥미로운 구석 없이 그냥 최선을 다해 불쾌하게 행동하기만 하는 B급 호러 괴물에 그치구요. 그렇다고 연출이 좋은 것도 아니어서 뭘 하면 할수록 구질구질합니다. 도입부 소개에서 여자를 죽이는 '괴상한 장치'도 정말 허접하거니와 그 뒤로 계속 나오는 이 양반의 창작 장치들이 다 그런 식이에요. '뭐하러 저렇게 귀찮고 구질한 물건을 열심히 만들고 있담?' 이란 생각이 들고 그래서 살인 장면들이 어설프고 웃음까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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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상황 자체는 무려 '손에 쥐고 있던 쥐를 터뜨려 놓고 그 냄새를 맡으며 여자를 훔쳐 본다'라는 무시무시한 상황인데 실제로 보면 좀 웃기고요.)



 - 그래도 기본 설정이 나쁘지 않아서 아주 지루하진 않은데... 그 와중에 또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죠. 그러니까 딱 그 시절 B급 호러다운 건데, 그냥 자극적이고 사람들 좋아할만한(?) 장면들에 집착을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 건물의 세입자 여성들 몇 명의 일상을 시간을 들여 보여주는데 그게 다 좀 거시기해요. 자꾸 외부 남자를 끌어 들여 변태적 취향의 유희를 즐기는 여성이라든가. (물론 벗습니다. 섹스씬도 있구요.) 무식을 정말 사방에 튀기면서 백치미로 갑부 아저씨를 꼬셔 팔자 고치려고 드는 여성이라든가... 이런 모습들이 나오고 우리 빌런은 묵묵히 환풍구에서 지켜보구요. 그러니까 요즘 말로 소재를 '착취'하는 성향이 꽤 강한 영화입니다. '아 이것은 불량 식품의 맛!'이라고 즐길 수가 없는 건 아닌데, 굳이 그런 식으로라도 즐겨야할만한 알맹이가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닌 듯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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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같아선 여성을 위한 호러 영화가 되어야 할 것 같은 설정이건만. 설정만 그렇고 현실은 이렇게 눈요깃거리로...)



 - 장점을 말하자면, 아무래도 클라우스 킨스키입니다. 이 할배가 원래부터도 성질 더러운 현실 기행 전문 배우로 악명이 높았고 본인이 맡은 캐릭터들 중에도 히트한 건 사이코에 성질 더러운 인간 역할이 많았죠. 이 영화에선 아예 대놓고 사이코 변태 살인마인데, 되게 잘 어울립니다. 배우 원래 이미지와도 잘 맞고(...) 또 이 사람이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니니까요. 거기에 덧붙여서 이 할배 사후에 불거진 논란까지 생각하면 정말 완벽한 캐스팅의 승리랄까 그런 느낌이구요. 뭐 어쨌든 킨스키는 충분히 본인 밥값 이상을 합니다. 영화의 엉성한 내러티브를 그나마 봉합해내는 게 이 배우의 포스와 연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엉성한 와중에 어라? 싶을 정도로 괜찮은 장면들이 몇 번은 나와요. 중간에 몇 번 나오는 긴장감 조성 장면이나 클라이막스에서 펼쳐지는 환풍구 추격전 장면 같은 걸 보면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고 그걸 배우들이 (킨스키 & 여주인공 배우) 잘 살려내서 '볼만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많지가 않아서 그렇지. ㅋㅋ 마지막으로... 처음에 말한 '여성 시각의 호러' 떡밥이 우연의 일치는 아니겠다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깔려 있고 엔딩에선 살짝 살아나기도 해서 아주 조금은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그걸 제대로 살렸다면 나름 선구적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 대충 하찮게 다루다가 결말에서 반짝! 하니 쌩뚱맞음으로 끝나버려서 아쉬웠지만요.


 암튼 이렇게 '훨씬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 라는 느낌이 드는 조각들을 찾아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론 분명히 확실하게 망했지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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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는 훌륭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게 연기 같아 보이지가 않아서 오히려 문제...;)



 - 어차피 결론은 확고한 비추천으로 진작에 정해졌으니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아마 그 시절에 봤으면 나름 신선한 느낌도 받고 긴장도 하며 봤을 것 같긴 해요. 완성도와 별개로 그런 느낌을 줄만한 요소들이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2023년에, 이런 장르물에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진 상태로 보니 전반적으로 엉성한 완성도와 노골적인 착취적 장면들 때문에 그런 감흥은 절대 무리구요.

 그냥 '좋을 수도 있었던' 요소들의 잔해들을 구경하며 '이야 킨스키 저 양반 연기는 완전 본인 인생 그 자체였네!!'라고 감탄(?)하는 게 이 영화에 남겨진 컨텐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누가 좀 멀쩡하게 다듬어서 리메이크를 한다면 그 영화는 나름 볼만할 것도 같지만, 어쨌든 이 영환 아닙니다. ㅋㅋ 

 끝이에요.




 + 한 가지 허무 개그. 사실 이 영화는 리메이크 된 적이 없습니다. 비슷한 설정(이라고 해봐야 주 소재로 환풍구 변태가 나온다는 정도)을 가진 똑같은 제목의 영화가 무려 네 편인가가 있어서 제가 멋대로 리메이크라고 착각을 한 것... 전 이 영화 왜 본 거죠. ㅋㅋㅋㅋ



 ++ 다들 저보다 잘 아시겠지만 이 클라우스 킨스키 사후에 첫째 딸 폴라 킨스키가 어렸을 때 아빠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 당했다는 주자을 해서 난리가 났었죠. 뭐 이제사 법적으로 증명할 길은 없지만 나름 주장에 신빙성도 있고. 또 킨스키 이 인간이 개차반 인간이라는 건 생전에도 아주 유명했던지라 다들 믿는 분위기구요. 이런 걸 어렴풋이나마 알고 봐서 영화 속 연기가 더 섬뜩해 보였던 부분도 좀 있고 그렇습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빌런이자 주인공인 '군터 박사'님은 사실 인체 실험과 고문, 처형 전문가였던 나치 간부의 아들이었고, 본인 또한 어렸을 때 그런 아버지를 존경하며 아주 깊은 영향을 받았다네요. 다행히 어릴 때라 전쟁 후에도 처벌 받을만한 일을 한 건 없었고. 그래서 무난하게 자라 의사가 되었는데 그때 실수로 멀쩡한 환자 하나를 죽이게 되면서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마약보다 더 강력한 매혹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교묘하게 자기 환자들을 안락사 시켜서 총 70명에 가까운 사람을 죽였다... 라는 참 그 시절 영화스런 배경 스토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괜히 어딘가에 양심이 남아 있는 척하면서 사실은 관객들 앞에서 간지나는 캐릭터인 척 폼 잡는 설정이 하나 있는데. 틈만 나면 자기 권총에 총알을 하나만 넣고 러시안 룰렛을 해요. 그러고 살아남으면 '신의 뜻이 그렇다면!' 이라면서 세입자 또 죽이고요. 이게 뭔 간지라고... 싶지만 그냥 그 시절이 그랬고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아.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자기 비밀의 방에 히틀러 관련 영화 필름을 숨겨 놓고 수시로 그거 틀어 놓고 감상하는 게 또 취미이기도 합니다. ㅋㅋ


 이런 배경 스토리를 전해주는 건 본인이 직접 나레이션으로 읊어주며 열심히 적는 일기장 내용이기도 하구요. 또 초반을 넘기면 등장하는 군터를 추적하는 캐릭터가 전해주는 정보이기도 합니다. 자기 형이 군터에게 죽어서 이런 사실을 밝히고 복수를 하겠다는 양반인데요, 처음부터 그런 의도를 다 밝히고 다니는 통에 군터가 준비한 트랩에 걸려 비참하고 허망하게 사망합니다.

 

 그리고 뭐 별다를 건 없구요. 결국 마지막엔 이 인간이 그냥 다 끝장을 봐 버리고 싶었는지 큰 일을 벌입니다. 일단 주인공격인 신규 세입자가 자기 냉장고에 가득한 쥐들과 욕조에 놓인 시체(바로 위에서 언급한 그 '추적자' 양반)를 보고 기겁해서 뛰쳐 나가려는데 아파트 출입구가 봉쇄되어 버리고. 창 밖에선 우리 군터씨가 나이프를 들고 자길 째려보고 있어요. 그래서 이 집 저 집 문을 두드려 보지만 참으로 꼼꼼하게도 한 명도 빠짐 없이 이미 다 살해 당했네요. 그래서 도망치고 도망치다가 결국 군터의 비밀 방에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엔 도입부에서 등장했던 혀 잘린 여성이 철창에 갇혀 있겠죠. 일단 급한대로 그 여성에게 철창 열쇠를 쥐어주고 본인은 환풍구로 도망을 가서 군터와 추격전을 벌입니다만. 그래도 어떻게 용케도 잘 도망치다가 결국 군터는 자기가 만들어 놓은 덫에 스스로 걸려 가슴을 관통당해요. 그래서 철창 여성과 함께 아랫층으로 내려와 바깥에 구해달라고 전화를 하려는데 자기 집에 전화가 없으니 군터의 집으로 가죠.


 근데 전화를 거는 사이에, 사실은 찔린 척만 했을 뿐 멀쩡했던 군터가 또 나이프를 들고 나타나 허허 웃으며 다가오고. 그때 주인공의 손에 군터의 러시안 룰렛 놀이용 권총이 잡히고. 방아쇠를 당기고 헛방이 날 때마다 실실 웃으며 다가오는 군터입니다만, 결국 총알이 한 방은 들어 있었기에 그거 맞고 죽어요.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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