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2023.09.27 11:46

Sonny 조회 수:719


https://www.mbn.co.kr/news/society/4966104



법원은 892자 분량의 기각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도 크지 않은 것으로 봤습니다.


------


이번에 이재명 구속영장을 두고 민주당과 검찰 쪽의 행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이 이재명한테는 얼마나 천만다행의 일인지, 한동훈한테는 체면 구기는 일인지, 그 여파를 무슨 시사평론가처럼 쓰고싶진 않습니다. 제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제일 이상하게 생각했던 건 이 이슈를 무슨 삼국지 소설읽는 것처럼 반응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건곤일척 일기토 한판 승부가 일어난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이 사태를 관망하면서 낄낄거리는데, 이게 남의 나라 일인가 싶었습니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가결이 날 때도, 현재 구속영장이 기각이 날 때도 이걸 어떤 사람들은 즐거운 유희로 소비하더라고요.


이게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거리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찰이 야당대표를 1년 반간 소환해가며 조져대다가, 이제 그것도 안되니까 구속을 하겠다며 대놓고 겁박을 천명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모든 이슈가 다 강건너 불구경으로 되어버리더군요. 이런 분들은 '꿀잼', 혹은 '팝콘각'이라는 이름 아래 각 팀의 득실을 따지고 향후 결과를 신나게 분석합니다. 이런 태도는 단순히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생겨도 나, 우리의 문제는 아니라는 그 근본적인 거리감의 문제에 더 가깝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논쟁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어차피 타인들의 승패문제이고 승자를 축하하거나 패자를 비웃으면서 그 거리감을 만끽하면 될테니까요. 


이런 태도에서 저는 순진한 낙관론을 보곤 합니다. 어떤 정치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고 어떤 권력적 억압이 생기든, 그건 그 선에서만 끝나고 자신이 사는 세상은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무의식적인 낙관에서 비롯되는 행동이기 때문이죠. 왜냐하면 그 어떤 인간도 자신의 일에는 절대 낄낄대면서 웃고 넘어갈 수 없으니까요. 인터넷 댓글들에서 보이는 이런 태도들은 뭔가 해탈했다기보다는, 그냥 어떤 일도 자기 일은 아니라는 폐쇄적인 무관심에 더 가까워보입니다. 어떤 정당을 지지하든간에 최소한 시민의 입장에서 어떤 사안들의 옳고 그름이나 권력의 흐름은 좀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세상 모든 사안에 다 적용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겠지요. 풍자와 자조는 때로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의 긴장감을 해소시켜주기도 하지만 모든 사안을 시니시즘으로 대하는 일관적 태도는 결국은 정치혐오와 세계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저는 좀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사회적 평가를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을 밀어붙이는 비민주적 주체들에 대해서는 더 진지한 반응으로 바위치기를 해야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4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3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51
124472 이런 저런 잡담 [16] thoma 2023.10.13 425
124471 와호장룡 (2000) [1] catgotmy 2023.10.13 211
124470 비싼 냄새 [3] 상수 2023.10.13 372
124469 RIP Mang Hoi (맹해) madhatter 2023.10.13 189
124468 [아마존프라임바낭] 살짝 부실하지만 재밌습니다. '토탈리 킬러' 잡담 [5] 로이배티 2023.10.12 276
124467 (또) 1편보고 호들갑, 어셔의 몰락 훌륭하다! [4] Lunagazer 2023.10.12 482
124466 프레임드 #580 [2] Lunagazer 2023.10.12 86
124465 [왓챠바낭] 나름 올해의 화제작 중 하나... 였던 건 맞죠? ㅋㅋ '킬링 로맨스' 잡담입니다 [16] 로이배티 2023.10.12 766
124464 어제(11일)치러진 2023 보궐선거 결과(서울 강서구민들) [3] 상수 2023.10.12 594
124463 부국제 마지막 밤 - 악은 존재했다 상수 2023.10.11 277
124462 프레임드 #579 [2] Lunagazer 2023.10.11 85
124461 신용문객잔 (1992) [5] catgotmy 2023.10.11 261
124460 친명 비명 맞수 두의원 유머 가끔영화 2023.10.11 341
124459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 [3] catgotmy 2023.10.11 517
124458 [게임바낭] 근래에 엔딩 본 게임들 잡담 [4] 로이배티 2023.10.11 330
124457 너무 기다렸던 니쥬의 한국데뷔 [1] 라인하르트012 2023.10.11 387
124456 프레임드 #578 [6] Lunagazer 2023.10.10 118
124455 동사서독 (1994) [6] catgotmy 2023.10.10 390
124454 최근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3.10.10 632
124453 고레에다 히로카즈 신작 괴물(스포약간), 부국제 N일차, 해운대 바다는 좋지만 [1] 상수 2023.10.10 57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