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소통

2024.03.27 14:55

Sonny 조회 수:333

최근 들어 프로이트 관련 강의를 하나 듣고 있습니다.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대면과 비대면이 있는데, 아무래도 비대면으로 하다보면 제가 집중도 잘 못할 것 같고 선생님 얼굴을 직접 봐야 그래도 맛(?)이 날 것 같아서 대면을 선택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취향인데 비대면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이 강의를 불완전한 형태로 선택하는 것 같아서 좀 손해보는 기분이 들더군요. 물론 굳이 현장을 찾지 않아도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겠습니다만.


수업 첫날에 선생님이 조금 혼란스러워하셨습니다. 현장의 강의실에 있는 저와도 아이컨택을 하고, 줌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도 카메라로 아이컨택을 해야했거든요. 차라리 대입 인강처럼 시선을 고정하실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요. 시선을 휙휙 좌우로 왔다갔다하시느라 저도 조금 정신없긴 하더군요. 수업을 듣는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좀 신기하긴 했습니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교류라는 걸까요.


한편으로는 줌으로 수업을 하는 게 꽤나 고역일것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코로나 시국 이후로 이 줌 어플을 통한 수업이나 교류가 흔해졌는데, 가르치는 사람과 가르침을 받는 사람의 쌍방 소통이 잘 안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있으면 설령 수강생이 대답을 안하더라도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아이컨택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줌 수업은 그런 게 전혀 없더군요. 학생분들은 전부 다 자신의 화면은 꺼놓고 마이크도 꺼놓은 상태입니다. 무음의 까만 모니터 화면을 보면서 지식을 전파하려는 선생님이 좀 안쓰러워보였습니다. 어떤 반응도 없는 그 시커먼 화면들이 좀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종종 선생님이 그렇죠? 이해 가시나요? 흥미롭지 않나요? 라고 물어도 어떤 대답도 없습니다. 그럼 선생님이 혼자 네~ 그럼 이해되신 걸로 알고 넘어갈게요~ 하면서 자문자답으로 마무리를 하시죠.


큰 스크린 위에 띄워진 검은 화면들을 저도 종종 보곤 했습니다. 현실은 그냥 수업을 듣는 개개인일뿐이겠지만... 그 너머를 제가 전혀 들어다볼 수 없는 심연의 어둠 속 존재를 상상하게 되더군요. 그 화면들이 작동을 멈춰버린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HAL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세계의 교류에 대해 좀 무섭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모니터 너머의 절대적인 장막으로 자신을 감추고, 그저 어떤 액션을 흡수할 뿐 어떤 반응도 되돌려주지 않는 이 블랙홀스러운 소통의 장이 디스토피아가 아닐까요. 이제 인간은 어둠을 향해 외치고, 어둠 속에서 이뤄졌을 반응과 이해를 상상해야하는 것입니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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