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었던 책들 감상평.

2011.05.18 18:50

우잘라 조회 수:1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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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10.0)

 

 

 

 

 

입대하고 처음으로 TV를 봤을 때, 재보궐 선거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서, 아, 내가 고작 1~2달 세상과 동떨어져 있었다한들 세상은 변하는 게 없구나, 하는 생각들을 조금은 씁쓸하게 곱씹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종류의 씁쓸함, 개인적인 외로움의 발로에서보단 무언가 더 큰, 일종의 변화나 변혁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에서 오는 씁쓸함. 지금 중동에서 불고 있는 혁명의 바람과 같은 그런 변화의 일면이나마를 바라는 마음과, 그런 마음과는 대비되는 현실 사이에서 오는 괴리같은 것이겠지요.

 

조정래의 이 소설은 그런 씁쓸함의 한 단면, 아니, 한 단면이라기엔 너무나도 거대한 한 세계의 모습을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너무도 선명하게 '계몽적인' 소설의 목적과 어투에 반감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중간에서도 팔딱거리며 살아 있는 문장과 이야기, 그리고 비록 '계몽적'이라지만 그 문제의식이 가리키고 있는 현실개선의 방향성, 이 모든 것들은 충분히 이 소설을 하나의 명작으로 완성시킨 것 같습니다.

 

지금, 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고, 읽어봐야 할 것 같은, 그런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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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10.0)

 

 

 

 

 

사실 1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희한하게도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이 ≪롤리타≫를 앞에 두고 감상평을 두드려보자니, 것 참 막막한 기분이 드는 것 같습니다.

 

좀 기묘하게도, 지금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건 험버트와 롤리타보단, 그 두 사람이 타고 달리던 차 뒤에서 피고 진 수많은 풍경들인 듯싶습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느꼈던 게 일종의 '색조'라면 ≪롤리타≫에선 일종의 '파노라마'...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생동감에 넘친다기보단, 차라리 흑백 영화에 가까우리만치, 흡사 정지되있는 듯한 느낌까지 드는 기묘한 풍광들인 것입니다.

 

그건 아마 그 풍경들을 달리던 두 사람이 지독하리만치, 끔찍스럽게 멈춰 있고, 끈적끈적한. 잘 표현을 하기가 좀 힘든데, 주변 풍경의 팔딱거림마저 빛바래게 할 정도로, 피가 튈 만큼 맥동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끔찍하게 못박혀 있는. ㅡ음. 아무래도 이상한 표현밖에 흘러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만.

 

여담 하나는, 제가 큐브릭의 <로리타>가 따로 있는 줄 모르고,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가 ≪롤리타≫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인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붙였어도 제법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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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10.0)

 

 

 

 

 

이것은 참으로, '위대한', '이야기'다. 라고 적고 싶습니다.

 

고작 이 두 권(1,2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의 세상 속에서 완벽한 이야기가, 피었다 집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제가 읽어 보았던 그 어느 소설의 '이야기'보다도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노벨 문학상 수상작들은 거의 읽어보질 않았는데, 이 정도는 되어야 그 높디 높은 위명에 걸맞을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지레짐작이긴 하지만, 이 ≪백년의 고독≫은 그중에서도 손에 꼽힐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야기 속에서의 환상성과 현실성의, 실로 환상적인 어우러짐! 현실은 환상보다 작을 수밖에 없고, 결국 환상이 현실을 잡아먹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형용은 '환상적'이 될 수밖에 없진 않을까요. 하하. 재미없는 말장난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시답잖은 말장난과는 달리 이 소설의 이야기는 손을 뗄 수가 없을 만큼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아니. 재미있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우선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소설을 권한다면, 이 소설이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어서가 아니고, 이 소설이 마술적 리얼리즘의 절묘한 표현을 통해 '소설의 죽음'에 대한 하나의 통렬한 반증이 될 수 있어서 권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소설은 재밌습니다. 참 재밌습니다. 꼭 읽어들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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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10.0)

 

 

 

 

 

헤세의 작품은 이걸로 세 번째인 것 같습니다. ≪데미안≫, 아직 다 읽진 못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그리고 이 ≪수레바퀴 아래서≫로 세 번째.

 

이전의 두 작품과는 달리, 작가의 목소리가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마치 조정래의 ≪허수아비 춤≫처럼. 의도도, 겨냥하고 있는 목적지는 다르지만, ㅡ아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로서의 재미, 를 말해보자면 앞의 두 작품에 비해선 좀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야기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에 대해선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의 두 작품과는 다른 결말. 그리고 싱클레어나 나르치스에 비하자면 유난히 '창백한' 느낌의 한스. 이 두 가지를 찬찬히 곱씹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져오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ㅡ수레바퀴 아래에 있었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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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10.0)

 

 

 

 

 

≪주홍글씨≫와 <큰바위 얼굴>로 유명한 나사니엘 호손의 단편선입니다. 처음에 빌릴 때는 누군지도 모르고 책 뒤표지의 문구가 그냥 마음에 들길래 집었는데... 앞에 언급했던 두 작품이야 워낙 그 이름값이 널리 퍼져 있으니. 하지만 아직 ≪주홍글씨≫는 안 읽어봤고, <큰바위 얼굴>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어찌어찌 말하자면 근묵자는 흑, 이랄 수 있을 그 내용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우연한 만남. ≪주홍글씨≫의 작가라는 걸 알았을 때 처음 들었던 일종의 막연한 선입견은, '고전적인' 느낌의 작가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작품인 <나의 친척, 몰리네 소령>부터 시작되는 기묘한, 일종의 으스스함. 고딕스럽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전율이 느껴지더니, 선입견과는 완전히 반대가 되는, 와, 이 작가가 이런 작가였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들 만큼 환상적인 내용의 단편들이 이어졌습니다. 멋져서 환상적인 것도 맞지만, 그 단편들은 말 그대로 환상소설, ㅡ판타지였습니다. 저도 어느새 쌓아버린 것 같은, 이 단어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에 진저리가 납니다만.

 

<메리 마운트의 오월제 기둥>, <목사의 검은 베일>, <반점>,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 <라파치니의 딸>이 특히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메리 마운트의 오월제 기둥>의 그 환상적인 축제 장면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에서 나비가 마침내 살아났을 때도 그렇구요.

 

하지만 '이야기'가 아주 재밌었다고 말하기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던 '고전적인' 이야기의 전개라던가, 작품 속에서 은연 중에 맞닥뜨리게 되는 논리에선 좀 퀴퀴한, 구닥다리 같은 느낌도 났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완성도들도 그렇게 좋다고 평하기는 좀 힘들 듯싶었구요.

 

그럼에도, 훌륭한 환상 소설 단편 모음집이랄 수 있습니다. 읽어 볼 가치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p.s

Nathaniel Hawthorne [nəθǽnjəl,-niəl hɔ́:θɔ́:rn]

책 제목은 '나사니엘 호손'이라고 표기되어 있었지만, 정확하게 읽어보자면 너thㅐ니얼 호손, 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새니얼? 쌔니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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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에 허수아비 춤을 읽었고, 오늘은 어느새 5월 18일이네요.

 

참 징하게 읽은 것 같습니다만...

 

알차게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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