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보고나니 진이 빠졌고,

애증에서 점점 "애"가 더해가는 

나는 가수다 잡담들.





1.

이소라 순위는 절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저에겐 바람이 분다 이후로 최고의 무대였어요.

힘빼고 부르면 이런 순위가 나온다는 문제를, 이소라를 비롯한 가수들과 제작진들도 이젠 잘 알고 있는 듯 한데…

특히 오늘 방송에서 이 문제가 유난히 자주 언급되었죠.

이소라는 이 문제에 대해 나름 해탈했지만 결과적으론 안좋은 순위였고,

박정현의 경우 이 문제로 고민했기에 결국 무대에서도 문제가 불거졌고...


탈락제도를 보강하기 위해서 만든 게 1차 2차 합산 제도인데,

이런 상황에서 만일 이소라같은 가수가 2주 연속으로 "편안한" 노래를 받으면

2주 연속 5-6위로 합산 결과 탈락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문제는 이걸 알고 있다고 해서, 과연 해결 방안이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거.

사실 관중평가단 개개인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을 거 같기는 하지만,

결과가 모여 개인개인이 아닌 집단 대중이 되었을 때는

감성을 건드리고 화려한 무대에 표를 줄 수 밖에 없을 거라 생각해요.



참, 오늘 이소라 무대 편곡에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제가 송창식 앨범의 원곡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 묘한 단조의 피아노 전주부분을 평범하게 바꿔버렸다는 것입니다.

요 부분을 살려줬으면 화룡점정으로 더더욱 좋았을텐데 말이죠…




2.

BMK는 지난주 방송을 보고는 "어라? 기대보다는 별로인데…?"였지만, 이번주는 좋았습니다.

풀 버전(?)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관객들과 출연진들의 추임새가 들어가면서

"현장에서의 감동"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역할을 했겠죠.

실제로 나가수 방영이 계속되면서, 다음의 무편집 버전 영상이 음악을 듣기엔 더 좋지만

의외로 감동이나 재미는 덜하다는 의견들이 점점 늘어나더군요.

결국 이 프로그램의 인기요인인,

일반 음악 프로그램들이 주지 못하는 감정적 충족이

바로 이런 예능적 교차편집에서 나오는 거겠죠.




3.

전 이번 윤도현 공연 좋았는데, 인터넷에선 의외로 호불호가 갈리는 듯.

(아, 윤도현 김제동은 "좌빨"이라 싫다는 애들은 아예 제쳐놓구요. 

순수하게 음악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을 말하는 겁니다.

홍어드립따위나 치는 그런 쓰레기들 의견까지 신경쓸 것까지야... 풉.)


근데 편곡이 재미없다는 의견만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일단 런데빌런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전 이곡을 꽤 적극적으로 싫어합니다.

이 곡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정말로 죄송하지만, 런데빌런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의 제 감상은

"소녀시대를 데려다놓고 다크 컨셉으로 간다더니 겨우 이딴 축 늘어지는 곡이나 준 거야?"였거든요.

그리고 지난주 방송으로 알게되었는데, 이 노래의 가사는 제가 기억하던 것보다도 더 맘에 안들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전 오늘 이 축 늘어지는 곡을, 

이렇게 "신나고 경쾌하게" 만들어낸 윤뺀의 편곡이 매우 맘에 들었고요.

이번 편곡이 실망이었다는 분들께서는, 

이 곡의 편곡이 어떤 방향이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좀 궁금하기도 합니다.


꼴찌해도 상관없다고 외쳐대는 YB밴드는, 

차분한 노래 속에 승부 따위는 무시한 이소라만큼이나

나는가수다의 압박감을 초월한 모습이었죠.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지난주까지의 YB밴드는 "아, 이젠 한계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주 런데빌런 무대를 보고나니 "이 밴드 몇 주 더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이번 무대의 새빨간 윤도현은 매우 여성스러웠다는...




4.

오늘의 묘기 대행진 1탄.

김연우의 "너네 이런 거 좋아하면 내가 한 번 보여줄게" 쇼.


전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무대가 김연우의 최종무대가 되어야 한다니. 이건 정말 아니야.


인터넷 스포일러에서 "김연우가 (콘서트에서 종종 하는 것 처럼) 후반을 무반주로 불렀다"는 말을 듣고 저는 은근히 기대했습니다.

아, 김연우가 창법을 좀 바꾸기는 했어도, 이번 무대는 정면 승부로 승부수를 띄우는구나.


하지만 현실은 정면승부는 커녕 90도 지그재그 변화구.

무반부로 바뀌는 그 포인트도 과시가 너무 강했고,

후반부의 보컬은 기교가 지나치다보니 지난주 담백했던 무대가 그리울 지경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아쉽습니다. 좋은 보컬이자 좋은 예능인이자,

무엇보다 그 긴 시간동안 양말(…)만 출연했던 나가수 최대의 피해자.

정말 세상엔 인연이란 게 있고, 김연우는 나가수와 인연이 아니었나봐요.




5.

오늘의 묘기 대행진 2탄.

김범수의 "난 늪을 가성으로도 부를 수 있고 진성으로도 부를 수 있어요" 쇼.


예상치 못했던 즐거운 무대였습니다.

아마 김범수 입장에선

"늪? 오, 이 노래 괜찮은데…"

"어랏, 키를 낮추니 맛이 안사네?"

"어랏, 키를 높여 가성으로 부르니 모창이네?"

"어랏, 키를 높여 진성으로 부르… 으악! 뭔가 잘못되었어! 난 여기서 나가겠어!"


하지만 들어올 땐 맘대로라도 나갈때는 맘대로가 아닌 것이 범수씨 운명의 데스티니.

지난주 SM룩에 이은 순백의 앙드레김 패션으로

윤도현의 빨간 페미닌룩과 깔맞춤을 이루시며

박정현을 향한 정신 공격을 보기좋게 성공하셨습니다.


(김범수 무서운 아이…)


그래요, 이 모든 건 1위 후보 박정현을 떨어뜨리기 위한 범수의 계략이었죠.

지난주엔 실패했지만, 2주 연속된 의상 공격으로 결국 박정현의 멘탈을 흔드는 데 성공했어요.

(의자 뒤에 숨었지만 결국 시각 테러를 피하지 못한 박정현 지못미.)

이젠 "다음주엔 김범수가 뭘 입고 나타날까"와 "박정현이 이번엔 어떤식으로 까무라칠까"가 궁금.

그리고 이런식으로 하나하나 경쟁자를 제거해나가는 미남 김범수 파이팅.


어쨌든 김연우 무대보다는 좀 나았습니다.

과시욕이 강하긴 했지만 조금은 직구에 가까웠달까요.


뭐 어쨌든, 정형돈과 겨룰만한 무대였어요.




6.

박정현의 소나기가 7위를 한 건 분명 편곡때문만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다시피 편곡과 어울리지 않는 박정현의 지르기 스타일 때문이었겠죠.


근데 참 안타까운게, 분명 박정현 본인도 이걸 인식하고 있었을 거구,

박정현이 "저는 본래 이런 음악도 해왔어요"라며 보여주고 싶었던 쪽도 이쪽은 아니었을텐데…


아아, 나긋나긋하면서도 몽환적인 박정현을 정말 듣고 싶었는데.


아마 박정현은 이렇게 지르는 스타일 속에서도 자신만의 감성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였을테지만,

김범수의 의상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 속에(?) 불안한 무대로 마무리하고 말았네요.

오늘 박정현의 불안한 모습은 1시즌 마지막 방송때 패닉에 빠졌던 백지영도 연상되구요...


나중에라도 같은 편곡에 좀 더 차분한 창법으로 불러서

새로운 버전의 소나기를 앨범에 수록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나쁘지는 않지만 역시 아쉬워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구요.




7.

마지막 무대에 대해서는 뭐 달리 할 말이 있겠습니까.


사실은 임재범 무대 보고 우는 관객들을 상콤하게 비웃어주며

"하하, 무대를 보고 울 것 까지야. 뭐 훌륭한 무대이긴 합니다만"이라고

TV를 보며 쉬크한 반응을 보일 생각이었지만…


삐뚤어진 생각으로 나가수를 시청하였으나,

결국 이불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펑펑 쏟아버렸습니다.

(사실 화면에 잡힌 관객들보다 내가 더 많이 운 거 같다는… -_-;)


다른 사람이 불렀다면 손발이 오그라들 나레이션+무릎꿇기 퍼포먼스이지만,

윤복희나 임재범이 이 노래를 부르면 오그라듬은 떠나가고 눈물과 감동만이 남는단 말이죠.

노래와 가사의 힘도 있겠지만, 역시 가수의 힘이 크겠죠.

또 누가 이 노래를 소화해낼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8.

이번주 방송도 고맙게 잘 보았습니다.

연출도 점점 안정되어가고, 가수들도 점점 적응해가고.

하지만 평가단의 점수매기는 방식이 어쩔 수 없이 "완성도" 평가가 아닌 "노력상"에 가까워진다는 문제가,

언젠가는 이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듭니다.

(뭐 인터넷 어딜가도 다들 하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이제 탈락자 문제는 그렇다치고,

당장 궁금증은 내일 녹화에 임재범이 참가할 것인가,

임재범은 정말로 (임시?)하차를 할 것인가,

C모 가수는 정말로 임재범 대타로 들어올 것인가,

그리고 몇달째 까이기만 하고 있는 O모 가수는 

이제 "김연우도 밀아내더니 임재범까지 밀아내고 들어오냐"는

말도 안되는 폭풍 까임에 시달리게 될 것인가…


궁금증이 많은 속에 저는 이번주도 광속으로 음원을 결재하여 무한반복해 듣습니다.

후크와 그지같은 가사들이 난무하던 요즘,

제대로 감성과 서사가 있는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하지만 여전히 모순과 애증이 사라지지는 않는 프로그램.

어쨌든 전 다음주 일요일도 나가수 때문에 저녁 약속을 비워야만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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