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잡담

2011.06.21 10:37

메피스토 조회 수:1895

* 체벌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을 폭력에 익숙해지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만일 한명의 인간이 폭력에 익숙해지고, 또 폭력의 효과를 몸소 체험하게 되어 그러한 방법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또 그런 사람들로 사회가 구성된다면 결국 그 사회는 폭력을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여기는 사회가 됩니다. 그것이 과연 학생들에게만 적용될까요? 말안듣는 학생을 폭력으로 통제하려는 교사와, 말안듣는 군인을 폭력으로 통제하려는 군대, 말안듣는 노동자를 폭력으로 통제하려는 회사;폭력으로 무언가를 통제하려는 정서는 완전히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한명의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그렇게 형성된 가치관이 미래 사회를 만드는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주제에서 늘상 하는 얘기지만, 전 이 사회의 물리적인 폭력의 상당수가 초중고에서 일어나는 학생-학생, 학생-교사 간 폭력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복도에서 뛰었으니 XXcm 길이의 체벌도구로 손바닥 한 대, 라는 규칙은 어떨까요. 복도에서 뛰는게 나쁜일인가요? 그것이 그 구성원이 속해있는 조직이나 개인의 인격 성장에 엄청난 해를 끼치는 일인가요? 만일 한명의 이상행동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의 질서유지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혹은 명백히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면, 그것은 명문화된 규정에 의해 통제되는게 정상적인 사회일 것입니다.

 

법치국가에서 명문화된 규정(법)과 관련하여 불이익을 받거나 이익을 얻는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만일 자신이 받는 불이익이 부당하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것이 과연 사회질서를 무너트리는 것이냐라는, 전제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죠. 그렇다면 그런 사회에 대한 예행연습의 공간인 학교의 그것은 일반 사회에 적용되는 그것과 비슷하거나 동일한 시스템이어야 합니다.

 

이상행동이 질서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라면 그만큼 불이익이 커야하고, 반대라면 그만큼 작아야겠죠. 체벌이 그런 교육의 도구가 될 수 있을까요? 물론 체벌은 단기적으로 학생을 통제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입니다. 교사가 줘패면 일방적으로 맞았던 학생으로서, 체벌이 단기적으로 효율적인 도구일 수 있다는 이야기엔 어느정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효율적인 도구이냐와 교육적인 도구이냐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벌점제는 어떨까요. 문제가 많을 수 있습니다. 과도기도 존재하겠죠. 어떤분들은 벌점제나 이와유사한 방법론에 의한 통제도 폭력이다라고 이야기하시는데 전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제도적으로 합의된 룰에 의해 한명의 개인이 불이익을 얻는 것과, 거의 완전히 개인vs개인의 구도로 이루어지는 물리적 폭력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문제는 이걸 얼마나 잘 다듬냐지, 체벌이나 이거나 똑같은 폭력이니 체벌을 부활하자로 물타기하는게 아닙니다. 물리력으로 학생을 다스리는 행위는 애시당초 논외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체벌이 없기에 학교가 붕괴된다는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것은, 결국 지금까지 교사들이 오로지 '체벌'이라는 도구에만 의존하여 학교라는 시스템을 유지해왔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뭔가 전문적이거나 직업적인 스킬을 통해 학생들을 교육시키는게 아니라, 사회라면 미친짓아니야?라는 의문을 가졌을 '폭력'이라는 방법에 학교가 유지되어 왔다는 이야기죠.

 

사실 전 체벌이라는 것이 이렇게 논의되는 이유는 아이들이 약자이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아이들의 인권이 존중받고, 그 인권을 존중함과 동시에 교육의 목적을 달성시킬 수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다면, 체벌이라는 손쉬운 통제방법이 논의되진 않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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