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물건 오래 쓰세요?

2011.06.27 00:28

dewy 조회 수:1794

 

 

게시판이 개고기 합법화 문제로 후끈하지만. 아랑곳 않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전 좀 오래 쓰는 편입니다.

물건과 의도치 않은 정을 쌓을 만큼 오래요.

그래서 새로운 물건으로 바꿀 시기를 놓칠 만큼.

 

지금 연습장에 샤프로 계획을 정리하다가 새삼 깨달은 건데, 이 샤프랑 저랑 십년이에요. 만으로 십년.

참 징한 것 같아요. 십년 동안 어떻게 잃어버리지도 않고 사용한 걸까요.

이 샤프라 하면. 큰 삼촌이였나? 여튼 친척 어른이 해외 출장 갔다가 사오신 파카 샤프예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엔 학생에게 줄 해외 여행 선물로 만만한 게 파카 샤프였던 것 같아요. (아니면 초콜렛)

종종 쓰는 애들이 있긴 했는데, 제 돈 주고 이 샤프를 사서 쓰던 앤 못 본 것 같거든요.

펜대가 흔들리지 않아서 글씨 쓰는 데 좋기도 하고, 쬐끔 간지도 나지만. 이 정도 장점 때문에 사기엔 고가인 문구류니까요. 몇천원 대에서도 좋은 샤프가 많기도 했고.

중요한 필기는 펜으로 했지만, 마구 문제를 풀거나 정리를 할 땐 이 샤프를 썼어요. 물론 지금도.

제 손가락에 박힌 못의 8할은 이 샤프가 만들었겠네요.

소중해서 곱게 다루다 보니 잃어버리지 않은 건지, 아니면 잃어버리지 않아서 오래 쓰다 보니 소중하게 된 건지.

선후 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여튼 지금은 참 소중한 물건이 되었어요.

어릴 땐 펜 꽁다리 물어 뜯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 샤프 뒷꽁무니에도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또, 이 샤프는 중요한 시험 볼 때에도 늘 동행했죠.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라곤 몇 가지 시험 정도밖에 없었기에, 저에겐 꽤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수능샤프를 받아 쓰던 세대였는데요. 규정에 맞지 않는 샤프를 쓰면 부정행위로 간주한다고 그래서 수능샤프를 썼었거든요.

왠지 모르게 첫해는 그닥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얻었었죠 -_-...

사실 규정에 어긋나는 필기구를 쓴다고 해서 감독관들이 트집 잡진 않잖아요. 학생들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시험인지를 아니까.

나름 경험자라고 배포 있게 두번째엔 제 샤프를 썼었는데. 평소 실력만큼 쳤더랬습니다.

고작 샤프 하나 때문에 잘 나올 점수가 안 나오진 않았겠지만, 허허.

최근엔 준비하던 시험에도 동행 했었죠.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내년에도 고사장에 함께 갈 것 같아요.

지금도 공부할 계획을 이 샤프로 짜고 있구요.

캬아. 시작이자 끝이나 다름 없군요.

그 사이에 잃어버리게 된다면, 엄청난 상실감이 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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