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긴, 뭐 생각해 보면 사형제도 비슷한 이유에서 찬성하시는 분들이 많긴 하지요... 아래 글에서 논의되었듯이 이 문제를 논의하다 보면, 성범죄자의 인권이나 기타 등등의 문제를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 거부나 찬성이라는, 감정적 싸움으로 가기 십상입니다만, 참고로 전 화학적 거세의 과학적 효과에 대해서는 판단 내릴 입장이 못 됩니다, 아래의 생각은 어디까지나 그 부분을 제외한 사회, 심리적 논의입니다;

 

- 몇 년전에 체코인가, 슬로바키아던가에서 성범죄자들에게 거세형을 가하기로 했다는 뉴스(그것도 정신과 의사들이 대찬성을 했답니다)를 보고 정신이 아득해졌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같은 상황이 제 주변에서 벌어지니 참 묘한 기분입니다, 죄에 대한 댓가를 치르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인간 사회에서 필요한 일입니다, 네, 그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에 대한 예우'를 지키고, 누리기 위한 댓가라면, 그 형태 또한 '인간에 대한 예우'를 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요? '짐승만도 못한 (성)범죄자들에게 무슨 예우냐?'는 주장은 문제의 원인이나 재발방지, 예방이라는 문제는 도외시한 체 오로지 '보복'과 '증오'에만 치우친 근시안적인 주장은 아닐까요?

 

- 화학적 거세가 '원인 봉쇄'라는 깔끔하고 엄청난 효과가 있으니 해 볼만한 가치는 있지 않느냐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가 보기엔 '사형제'의 유혹과 비슷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심리적 거부감 또한 '사형제' 반대 이유와 거의 비슷한 선상에서 일어납니다, 화학적 거세가 효과가 크다면 큰대로, 없다면 없는대로 문제는 똑같이 일어나겠지요, 화학적 거세의 효과가 크다면(혹은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방법과 똑같이 '부적합자'들을 과학적으로 배제시키고 싶다는 유혹에 이끌리게 될 겁니다, 성범죄자 다음엔 누구지요? 장애인? 동성애자? 심각한 전염병 환자? (모호한) 유전적 아웃사이더?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자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우리가 유전자 조작으로 범죄자의 싹을 잘라버리지 못할 이유는 뭡니까? 물론 '우생학'은 이 문제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는 않습니다만, 이와 비슷한 사고 방식을 가지고 활동하던 사람들이 멀쩡하게 국가의 중책을 맡고 있던 시기가 불과 1세기 전입니다, 1934년부터 1945년까지 나치 독일에선 불치병환자, 정신병자, 백치 몇십 만명을 조직적으로 '학살'했고, 실제로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정신병자, 백치, 강간범을 '세트'로 거세시키자는 법이 유행처럼 통과되었습니다(1920년대 '로린 법률안'은 놀랍게도 맹인, 마약중독자, 결핵, 매독 환자, 간질병 환자, 극빈자, 귀머거리, 무숙자 등까지 포함합니다!) 화학적 거세는 성범죄의 원인을 무엇보다 가해자의 성적 능력(즉 생물학적 능력)을 최우선한다는 점에서 상기한 '우생학자'들의 주장과 궤를 같이합니다, 이러한 방법들이 아무리 효과가 크다고 해도, 대규모의 폭력적 방법에서 비롯된 억압적 사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 반대로 효과가 없다면요? 그건 더 심각합니다, 우리가 저런 희생을 치루고 얻을 수 있는 것이 고작 성범죄자 몇 명에 대한 우월한 통제감입니까? 성범죄자들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을 거세시키는 것이 결코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문제 의식이지요, '거세'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득의양양하기에는 피해자의 트라우마도, 사회가 겪어야 할 부작용도, 너무 큽니다, 우리가 갖은 불편함과 잔인함과 부조리를 참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그래도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함이지, 결코 '괴물'이 되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가해자를 돌로 쳐 죽이는 것은 차라리 쉽고, 피해자를 어루만지는 일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 그리고 사실 입으로 하는 성범죄도 '거세'시킬 수 있다면 아마 저 법을 입법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입을 '거세'해야 할 분들이 많을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덧) 화학적 거세에 대한 과학적 논란, http://news.dongascience.com/HTML/News/2010/03/11/20100311200000115858/201003112000001158580110000000.html

 

덧2) 화학적 거세에 대한 찬/반 여론과 논쟁 진행 과정, http://tqueer.com/12?TSSESSIONtqueercom=2bbd9a395d2afe0c5e1be3fb354ebc9a

 

덧3) 화학적 거세 외국 입법 사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7051820205&code=940301

 

덧4) 이른바 '조지프 프랭스 스미스' 사례도 있습니다, 그는 1983년 교도소 대신 화학적 거세 처분을 선택했고, 이 분야의 성공적 사례로 추앙(?)받았으나, 1998년 여러 건의 성범죄 혐의로 다시 체포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4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3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53
96032 [영화질문] 내 이름은 칸 이 영화를 비판적으로 쓴 평론 [2] EEH86 2011.07.23 1380
96031 세상의 모든계절을 방금 봤는데, 메리라는 여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2] 무비스타 2011.07.23 1407
96030 [듀나in] 운동을 하면 왜 배가 안 고픈가? [2] clutter 2011.07.23 1447
» 화학적 거세를 찬성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시네요, [12] 한이은 2011.07.23 3594
96028 2011한국대중음악상 게이트 플라워즈 수상 소감 [4] 말줄임표 2011.07.23 2328
96027 (동영상) 우와, 정말 잠이 안오네요 [1] 익명중 2011.07.23 1056
96026 30대 남성의 30만원 대 시계에 대한 의문점 [19] 미재 2011.07.23 5046
96025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네요. [5] 지금청춘 2011.07.23 2513
96024 가만 따져보니 가끔영화 2011.07.23 1417
96023 [자동재생] 이거 다 먹을 수 있는 분?ㅎ [3] 자본주의의돼지 2011.07.23 1627
96022 피판 작품상이 [광란의 타이어]에게 돌아갔네요. [3] 쥬디 2011.07.23 1105
96021 스피커, DSLR, 스마트폰, 자동차 그리고 시계 [18] 가끔평화 2011.07.23 2027
96020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대목 [5] 낭랑 2011.07.23 1385
96019 '계몽'이라는 단어는 뭔가 기분이 나빠요. [10] 자본주의의돼지 2011.07.23 1605
96018 시계와 한국인 [8] 방드라디 2011.07.23 2089
96017 [기사] 교육정보시스템 오류, 고교 성적 ‘뒤죽박죽’ [4] 로이배티 2011.07.23 1221
96016 왜 이렇게 시계에 예민한거죠? [18] 알콩달콩 2011.07.23 2375
96015 교정하느라 이 두 개 뺐어요. [10] 맥씨 2011.07.23 1919
96014 운동도 중독이에요.. + 그루폰에서 CGV 예매권 5500원에 파네요. [3] gomorrah 2011.07.23 1309
96013 제 컴에 지금 문제 있는 거죠? 안녕핫세요 2011.07.23 200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