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와 한국인

2011.07.23 11:06

방드라디 조회 수:2089

사실 시계는 근대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남자들이 시계에 환장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내 손 안에 존재하는 기계이자 세상을 잴 수 있는 도구니까요. 요새야 디지털이 발전해서 정확한 시계가 얼마나 경이의 대상인지를 실감하기 어렵지만, 사실 시계는 경이의 대상이죠. 그래서 옛날에는 비쌌습니다. 그래서 옛부터 왕은 신하들에게 자기 이름을 새겨서 시계를 하사했고, 그러한 관습이 남아서 지금도 청와대 가면 시계를 주죠. 게다가 007 영화 카지노 로열에 보면 그 에바 그린이 본드에게 시계가 롤렉스냐고 묻자 본드가 오메가라고 답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본드 영화가 남자들의 여름 휴가를  판타지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시계는 남자들의 허영의 대상인 것 같기는 하죠.

 

하지만 방드라디는 시계는 오메가 이상과 이하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오메가 이상부터야 뭐 악세사리로 작용하겠죠. 그런데 그 이하는.... 뭐랄까요. 아 내가 40만원 짜리 시계를 차고 다니는데 멋지지 않아? 라고 말하면 좀 우습죠. 만약 오메가 이하의 시계를 찬다면 가격을 가지고 이야기하기가 묘합니다. 걔들은 그냥 시계고, 카시오나 거시기나 그게 그거죠. 참고로 방드라디는 요즘 유행인 카시오 빈티지 가죽끈을 차고 다닙니다. 삼만 삼천원 짜리죠. 기계식도 아닌데 하루에 한번씩 시간을 맞춰져야 한다는 것을 빼놓고는 쓸만합니다.

 

그렇지만, 만약 누군가가 남자는 시계가 그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면, 방드라디는 그 사람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건 파이트 클럽에 나왔던 전형적인 CK의 노예들이 사고하는 방식이죠. 물론 남자가 안좋은 시계를 차고 다니면 무시당할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속물들은 그렇거든요. 왜냐면 속물의 기준이 한가지 사실만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전체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좋은 시계를 사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는 바로 그렇게 속물들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는 행위죠.

 

물론 누군가는 먹고 살라면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혹은 동의적으로 사회생활하려면 그래야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만, 방드라디는 그건 지 인생을 지가 그모양으로 사는지에 대한 핑계로 그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한국인들이 전형적으로 좋아하는 남탓이죠. 차라리 자기가 그런 좋은 시계를 못찬 상태로 다른 사람을 만나면 불안함을 느끼는 나약한 존재라고 이야기하는게 옳죠. 마치 경제학자들에게 수식이 그런 역할을 하듯이요.

 

정 안되면 카시오 시계 차고 다니면서 누가 물어보면 눈을 꿈꾸듯이 뜨면서 여자 친구가 선물해줘서 차고다닌다고 그러면 되요. 방드라디의 경험에 따르면 여자 꼬실 때 빼놓고는 언제나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언제나 스토리가 스펙을 이기는 법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방드라디는 마찬가지로 30대 남자가 이상하리 만큼 좋은 시계를 차고 다니면, 방드라디는 그 사람이 자신감 부족인가?하고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젊은 사람일 수록 그런 사람들이 점차 많아진다는 거겠죠. 아마 한국인들이 2000년대 이후의 명품 마케팅에 제대로 세뇌된 거 같습니다. 방드라디는 남자가 시계를 좋은 거 차야한다던 글을 두 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맥심에 실린 글이었고, 다른 하나는 GQ에 실린 글이었죠. 둘 다 시계 광고가 실린 잡지죠.

 

그래서 한국인은 애를 낳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글들에 담긴 생각을 쉽게 받아들이는,  결과적으로 속물들이 사는 세상이 되어 버린 곳에서 애를 낳는 건 범죄 행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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