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이라고 하면...작년인가 어딘가에 나와서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내년부터는 막장 드라마라는 말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때 얼굴을 처음 봤습니다. 업계에서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김수현이란 분의 드라마도 본 적 없었고요. 업계의 본좌 중에는 자신의 세계 바깥의 사람들에게 종종 바보 취급 받는 사람이 있고 모든 세계에서 인정받는 사람 두 타입이 있죠. 김수현씨는 전자인 것 같더군요. 김수현씨를 까는 다음댓글들을 보면서 그래도 업계의 본좌인데 뭐가 있어도 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SBS뉴스를 봅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SBS를 튼 채로 채널고정인데...언젠가부터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김수현씨드라마를 하더군요. 이번기회에 김수현씨란 분이 쓴 드라마를 보게되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일단 주요인물 하나가 게이더군요. 지금은 21세기입니다. 등장인물 중 하나가 게이라는 건 별로 중요한 사실이 아니지만, 아니어야만 하지만 드라마를 듣다 보니 김수현씨는 그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계속 듣다 보니 사건들이 진행되어야 할 시간에 말싸움만이 진행되더군요. 다음 기사들을 보다 보니 그게 김수현씨의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그건 스타일이 아니라 시간 때우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21세기입니다. 아들이 게이이거나 남편이 직장 여자 동료와 영화관에 가는 일들은 중요하게 다뤄져선 안되죠. 그런 일들에 놀라서도 안되고요. 정말로 놀랄 만한 일은  하늘에서 우주선이 내려오더니 숏컷 외계인이 이제부터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것 정도입니다. 아들이 게이라고 하는데 그걸 가지고 10분 이상 놀라고 있는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이 나오는 드라마가 공중파 황금시간대에 방영하고 있다니..

 

 그래도 전 드라마를 보는 게 아니라 그냥 tv를 틀어만 놓고 다른 일을 하는 거라서 그냥 채널고정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계속되는 말싸움..전 타란티노의 영화 캐릭터들처럼 잡소리를 늘어놓는 건 꽤 좋아합니다. 그런데 김수현 씨 드라마의 말싸움은 대개 말로 대답해주는 대신 초고속 스트레이트를 날려줘야 할 캐릭터들이 너무 많이 나와요. 그냥 그런 캐릭터들에겐 초고속 스트레이트를 한방 날려주면 대화는 끝납니다. 그러면 작가는 사건을 진행시킬 시간을 벌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김수현 씨 드라마에는 폭력이라는 해결법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건지 그냥 짜증나는 말싸움을 계속 진행합니다. 싸울 필요도 없는 주제를 가지고 서로 말꼬리를 잡으며 끝없이 싸우죠.

 

  물론 현실이라면 그럴 수도 있죠. 아들이 게이라면 놀라는 부모와 남편이 직장여자동료랑 영화관 간 거 가지고 히스테리 부리는 배때기가 부른 아내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세계에서는 그런 자잘한 건 집어치우고 1초라도 빨리 좀비나 연쇄살인범, 우주인을 등장시켜야 하죠. 그런데 김수현의 드라마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군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배때기가 부른 등장인물들은 그냥 말싸움밖에 할 일이 없는겁니다. 만약 제주도에 웬 어린 아기와 초록색 운석들이 떨어져 내리거나 잠들어 있던 휴화산인 한라산이 분화하기 시작한다면 등장인물들이 식탁에서 말싸움이나 하고 있을 수 있을까요?

 

 프랑스에 가면 아무리 가난한 집의 식사에 초대받아도 전채-부요리-메인 요리-디저트가 나옵니다.(사실 전 가본 적 없지만 먼나라이웃나라에서 그렇다고 하니 맞을 겁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죠. 어떤 가난한 드라마라도 스테이크 하나는 준비해 놓습니다. 예를 들어 스몰빌은 클락켄트의 슈퍼맨 스토리가 스테이크고 가끔씩 나오는 클로이의 말장난 같은 것들이 샐러드나 디저트 같은 거죠. 그런데 인생은아름다워는 식사에 초대받아서 풀만 뜯어먹다가 집에 오는 것 같아요.

 

 -----------------

 

 그리고 최고로 황당했던 건 이부분입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한 고졸이 넘어오지 않는 여자한테 옛 애인을 마구 패주겠다고 하는 부분이요. 이 부분으로 미루어보아 김수현씨 또한 이 세상에 폭력이라는 해결법이 있다는 걸 알고있는 겁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그럼 왜 윤다훈이 아직도 살아있는 거죠?

 

 

인생은 아름다워의 세계에 폭력이 존재한다면 윤다훈은 이미 죽었어야 합니다.

 

 

 물론 정말 윤다훈이 아니라 윤다훈씨가 맡은 캐릭터를 말하는 겁니다. 보는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연기는 이선균이 지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더군요. 윤다훈씨가 본좌입니다. 어쩌면 연기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윤다훈씨의 연기 수준만이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건질 만한 요소입니다. 윤다훈씨의 사람 짜증나게 만드는 연기는 알파치노의 그 장님 연기, 또는 더 와이어에서 스눕 피어슨의 혼이 실린 연기와 동급.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6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3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100
122996 페스티벌의 백진희 [3] DJUNA 2010.07.20 4302
122995 아쉬워요... [1] 오뚜기 2010.07.20 1809
122994 이번 피판에서 본 이상한 영화 [6] 나와나타샤 2010.07.20 2499
122993 솔로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타인의 배려는 얼마나 필요할까? [1] 질문맨 2010.07.20 2641
122992 전달(delivery) 내지는 전수의 영어표현 중에 웅장하거나 거창한 느낌이 나는... [5] nishi 2010.07.20 2205
122991 괴물들 메이킹 필름 [8] DJUNA 2010.07.20 2657
122990 퍼머넌트 노바라 같이 보실분? [3] 해삼너구리 2010.07.20 1994
122989 [시국좌담회] 좌담회 때에 천안함을 다루게 된다면 이렇게 골자를 짜볼까 합니다. [8] nishi 2010.07.20 1977
122988 이번 2% 부족할 때 광고들 재밌군요. (자동 재생 주의) [8] 레벨9 2010.07.20 5009
122987 서버 유지비용과 안정성이 문제라면 [19] 푸른새벽 2010.07.20 3315
» 인생은 아름다워를 듣다가..그냥 한번 써봅니다.......................................................... [10] 여은성 2010.07.20 3724
122985 오늘 구글 로고 [4] 자두맛사탕 2010.07.20 2987
122984 파리에서 이틀을 잘 보내는 방법? [13] 불별 2010.07.20 2887
122983 홍상수 '옥희의 영화',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폐막작 선정 [3] DJUNA 2010.07.20 3080
122982 조광래 대표팀 감독 사실상 확정 [6] 달빛처럼 2010.07.20 2447
122981 16년동안 살아오면서 뭐든지 머리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고양이 [10] chobo 2010.07.20 3921
122980 (기사) "각하께서 너만 바라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애", "사모님(영부인)만 아니면 전화번호 따갔을거야" [35] chobo 2010.07.20 5778
122979 [bap] 흑해문화축제 같이 즐겨봐요 [1] bap 2010.07.20 1958
122978 이번에는 민주당-한나라당 듀엣이네요. [4] Wolverine 2010.07.20 2548
122977 공복에 바낭. [2] 장외인간 2010.07.20 172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