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누군가의 한줄평 중에 '지금까지 본 한국 스릴러는 스릴러가 아니었다.' 라는 평이 있길래 좀 기대를 했는데,

대체 이 영화에서 스릴을 얼마나 느꼈나 싶어요.

 

1. 스릴감이 떨어졌던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어요.

처음부터 범인의 얼굴이나 목소리가 너무 또렷하게 나와요.

꼭 나와야 한다면, 뭔가 흐릿하거나 작게 했다면 더 효과가 있었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한 이 영화 몇몇 장면은 드라마인가 코미디인가 할 때가 있어요.

중간중간 사용되는 감성적인 음악도 그렇고요.

또한 한국영화에서 많이 느끼는 거지만 쓸 데 없는 식상한 개그 욕심은 버렸으면 좋겠고요.

(부자연스러운 욕설이나 머리 때리기 같은 것들?)

스릴러라고 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색감에서부터 음악에서부터 음산함과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 수아도 그렇지만 필요 이상으로 안쓰러운 캐릭터들이 많아서 불편해요.

일단 수아(김하늘)의 실수로 죽는 동생이요

수아는 자신의 결정적인 실수로 동생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그 죄책감이나 그리움의 감정이 차후에 기섭에게 작용하는 점이 있긴 한데,

굳이 그러한 장치가 필요했을까 싶어요. 그냥 동생이 어렸을 적 병으로 죽었는데, 기섭과 참 닮았다라고만 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그런 끔찍한 상황의 사고를 초반부에 그대로 재현할 필요도 별로 없었을 것 같아요. 과거를 얘기하면서 대사로 처리해도 됐을 것 같고요.

안 그래도 가엽고 불쌍하고 위험한 사람한테 주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죽냐고요. 그것도 비참하게.

 

3. 기섭(유승호)도 안쓰럽더군요. 왜 그렇게 많이 맞고 찔리고 그러는지 참. 적당히 하지란 생각들더라고요.

그렇게 많이 다쳤는데도 말짱하게 살아 있는 것 보면 신기하죠.

초반에 기섭이 남들보다 단단한 머리를 갖고 있다고 나오는데, 왜 그게 차후에 사용되지 않았을까요.

범인과 기섭이 나중에 격투를 할 때 범인은 기섭의 머리를 때렸어야 했고, 그래서 기섭이 살 수 있었다면 좀 더 이해가 되었을 것 같아요.

 

4. 한 두명 죽더라도 죽이지 말았어야 하는 캐릭터가 있어요. 슬기(맹인견)요.

 

5. 유승호가 연기를 못 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중간중간 어색했던 것은 유승호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대본이나 연기지도의 잘못이라고 보여요.

초반에 불필요하게 수아에게 쌀쌀한 (맹인한테 븅신이라고 하는 거라든가) 장면은 그리 와닿지 않더라고요.

 

6. 수아의 엄마는 대체 왜 그 비까지 오는 컴컴한 밤에 딸을 혼자 집으로 보냈을까요?

딸이 화를 내며 나가긴 했지만, 엄마는 너무 약하게 말렸어요.

 

7. 어디 보육원에 다니는 것까지 상세히 알려주는 네이버 뉴스라뇨. 보육원 웹사이트로 알게 됐다면 모를까.

 

8.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은 거에 비해 범인이 덜 통쾌하게 죽은 감이 있어요.

맹인인 수아가 범인과 싸우는 장면에서도, 단지 수아는 '감' 하나로 상대하는 느낌이었고, 그 중에는 '운'도 엄청 따랐던 거 같고요.

뭔가 전 범인이 온 몸이 불에 활활 타올라 죽기를 바랬달까요.

 

9. 마지막에 크레딧에서 좌측에 나오는 사진 슬라이드쇼는 너무 어색했어요.

그리고 거기에 나온 맹인견은 슬기는 아니죠?

 

10. 범인은 너무 힘 쎈 남자고, 쫓기는 사람은 앞 못 보는 여자예요.

근데 그 여자가 남자를 결국 죽였고. '결국 힘보다는 감이다'라는 거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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