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영화의 스포일러가 조금씩 있습니다.







1.

이제 서울아트시네마 영화제도 끝나가네요.

벌써 며칠전이었지만, 드레스드 투 킬 좋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시스터즈'를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아니면 '캐리'는 어떨까요? 전 이 영화를 보러 왔다가 비명을 질러대는 관객들이 꼭 보고 싶습니다.

요즘 기준으로 봐도 꽤 깜짝 놀랄만한 장면들이 많은 영화니까요.


드레스드 투 킬을 지금 다시 만든다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요?

아마 영화 라스트에 성전환 수술을 대화의 소재로 삼는 코믹 장면은 잘려나갈 것이고,

싸이코를 대놓고 인용한 정신과 의사의 설명 장면에서도

"모든 트랜스젠더가 정신병자는 아니고 이 사람이 특수한 경우에요~"라는 핑계가 들어가줬겠죠?




2.

CINDI 영화제 내내 영화는 못보고 그 근처 까페에서 일하느라 바빴습니다만,

어찌어찌하여 간신히 필름 소셜리즘을 봤습니다.


이제 고다르의 신작은 항상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전반부는 뭔가 부조리한데 상징이나 설정은 많고

(고다르 좋아하시는 분들이 들으시면 기겁을 하실 표현이겠습니다만)

정작 연출은 어딘가 학생단편영화(나쁜 의미로)같은 작품이고…

아니, 연세가 있으시니 연출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또 후반부는 감각이 죽지 않으셨다구요.


근데 그 나머지 후반부는 쩔어주는 연출력으로 몽환적인 시청각 체험을 제공해주시지만...

솔직히 말하면 98년도에 만드신 '영화의 역사(들)'의 

비공식 속편(나쁘게 말하면 재탕)일 뿐이구요.


네, 전 고다르를 안좋아합니다.

트뢰포님께서 일찍 안돌아가시고 살아계셔서 

계속 서로를 갈궈주셨어야 하는 건데.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이 또 신작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또 뭔지...




3.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드디어" 천국의 문을 보기 전의 내 생각: 

(그리고 아마도 많은 씨네필들의 생각)


'오오, 마이클 치미노의 저주받은 걸작을 보게 되다니. 두근두근하군. 

시대를 잘못 타고 난 희대의 걸작을 감상하고 나서 그 시대의 대중과 평론가들을 마음껏 비웃어주리라!!!'


천국의 문을 보고 난 후의 내 생각:

(그리고 아마도 많은 씨네필들+일반 관객들의 생각)


'망할만 했구만…' -_-;



뭐 그렇다고 엄청난 졸작이라거나 심심한 평작은 아닙니다.

재미있었어요. 근데 뭐랄까, 엄청 쓸데없는데 힘을 팍팍 주는 영화라는 느낌?

예를 들어 별 내용없는 동네 주민들 춤추는 장면에서 연출력에 힘이 빠악 들어간다거나…

인터미션 직전의 그 먼지 나는 장면(?)은 멋있긴 하지만 너무 뻔해서 쿡쿡 웃음이 났구요.

물론 이 영화를 지지하는 분들은 그런 면들에 주목하면서 이 영화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캐릭터는(연기는 좋으셨으나) 끝까지 보고나니 짜증나는 인간이더군요.

결국 마지막의 그 부인은 오프닝의 그녀였던 거죠?

이자벨 위페르 지못미…


근데 이 영화,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참 이상하면서도 화려한 조합의 캐스팅입니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과 이자벨 위페르와 크리스토퍼 워큰이 삼각관계인 영화인데,

존 허트랑 제프 브리지스가 조연이고 브래드 도리프(!)랑 미키 루크도 나오는 영화.

(윌리엄 데포도 나왔다는데 대체 어디 나왔다는 거야…?)

특히 오프닝엔 주연처럼 등장하더니만 

알고보니 단역으로 나온 신인 시절 미키 루크보다 비중없던, 존 허트 영감님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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