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함께 일하는 미국 벤더 측 사람이 여름 휴가차 잠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얼굴이나 보자며 그동안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점심 식사를 했지요. 누군가 자신은 한국에서 살기 싫다며 미국은 어떻냐고 물어보자, 물론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요, 그 사람은 미국에서 살기 싫다며, 대도시 아니면 밤에 나가는 것 자체가 굉장이 위험한 일이고 보험 체계도 좋지 않다고 했지요.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아주머니는 자식들한테 짐 되기 싫다고 위궤양으로 피가 입으로 역류하는 데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지내셨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그런 현상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병원에 아예 안 가셨으니 그 내부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지요.

 

몇 해 전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한 달 정도 대학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셨는데 아버지가 이대로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슬픔에 병원비를 걱정할 여지는 없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가셨고, 그 대학 병원에서 장례를 치뤘습니다. 병원비+장례비는 형제들이 분담해서 냈고 실상 큰 돈을 각자 내긴 했지만, 실제로 누군가 타격을 받을 정도로 큰 부담은 안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20년 정도 뇌졸증을 앓고 계십니다. 초기 발병 후 한동안 재활 치료로 상당히 좋아지셨지만 나이가 드시면서 점차 모든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히 노인요양장기 보험을 통해 어느 정도 보조를 받으며 돌봐 주시는 분을 두고 있습니다. 보조금 외에 내야 하는 돈도 형제들이 분담하는데 물론 다달이 얼마간 나가니 부담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낼 수 있는 정도입니다.

 

네, 한미 FTA가 비준되어도 당장 1 ~ 2년 내에 어떻게 되지 않을 지도 모르죠. 그러나 영리 병원이 들어서고 건강보험체계가 해체되면 어머니를 볼 때마다 지금과 다른 걱정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 제가 아플 때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병원에 가지 않으면서 병을 키우게 될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늙어서는 어떨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이 나라에서 세금 내면서 살면서 공적인 제도로부터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하고 빼앗기는 것만 있다면 굳이 이 나라에서 살 이유가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특히 아이들을 보면 저보다 더 걱정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쥐새끼를 겪을수록, 우리 나라 정치 현실을 볼 수록 괴담이 괴담이 아닌 것처럼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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