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듀게에 FTA로 난리가 난 시점에 쓴 글입니다.
그 상황에 이런 시큼한 개인사를 올려봐야 좋을 게 없을 것 같아 그냥 써놓기만 했습니다. 일종의 일기처럼요. 하루 지
나서 게시판 상황 좀 살피고, 제가 아직도 올리고 싶은 마음이 들면 올리도록 할 거에요. (올립니다. 펑할지도 모르구요.)

1. 퀴리부인님이 올리신 티파니 네일을 보고 따라해본 거에요. 이번 주말에 산 건데 빨간색 매니큐어 색이 맘에 들어요
. 매니큐어랑 라인스톤을 사는데 네일샵 가는 돈 만큼 든 것 같지만 (사실 한 번도 안가봐서 얼만지 확실히 모르지만) 
일단 여러번 할 수 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고 정당화 했습니다.

(촛점은 안맞지만 그냥 보세요. 촛점 맞아봐야 별로 좋을 것도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예쁜 빨간 색을 바르고 일터로 갔는데도 아무도 코멘트하는 사람이 없군요. 이런 멋대가리 없는 미국인
들 및 외국인 노동자들 같으니라구. (저도 외국인 노동잡니다.)

제가 손톱에 진한 색을 바르고 있을 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확률이 높아요. '스트레스를 받는다 -> 손톱을 
물어뜯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손톱에 무언가 발라놓아야 물어뜯지 않는다. 이왕이면 새걸로. -> 새로운 색의 매니
큐어를 산다.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속 시원해지라고 진한색으로. -> 매니큐어를 바른다' 의 흐름인 거죠. 빨간 색 전에
는 검은 색에 가까운 보라색이었어요. 아아....



2.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요? 지금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을 엄청 쥐어짜야 되는 일이라서요. 저는 다른 사람한테 스트레
스를 주게 되면 제가 더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앞으로 높은 자리는 영~ 못올라갈 성격이죠.  근데, 미국에서도 쥐어짠
다고 쥐어짜지냐고요? 네. 제가 쥐어짜는 사람들은 인도인 그룹입니다. 간디님 죄송합니다. 흑흑. 인도 조직은 일을 너
무 열심히 합니다. 일을 보내면 잠도 안자고 일합니다. 일 보내기가 다 미안합니다.



3. 사실은 스트레스를 받은 이유가 또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목하 치킨게임 중이라서요.

올 초 전 애인과의 길었던 연애를 끝내고 그 연애의 막바지부터 시작해 1년 반가량 묵은 우울증을 벗어날랑말랑 하는 
중인데요,  어쩌다 그 와중에 한 인간남자의 형상을 한 생물체(이하 N이라 함)와 치킨게임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는 말
이죠. 그러니까 누가 먼저 참지 못하고 너랑나랑 둘이만 이래저래 해보자라는 말을 꺼내냐 하는 게임 말이에요. 물론 
이건 먼저 그런 말 꺼내는 사람이 지는 게임입니다. (이런 식의 상황 급반전을 보아 제 정신감정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네요?! -_-;)

이 게임의 치명적인 문제는, 상대방도 이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절대 확신할 수 없다는 거에요. 너도 혹시 나랑 이 
게임 하고 있니? 물었을 때, 대답이 Yes일 경우 게임에서 지게 되고, No일 경우 뜬금 없이 '나 너한테 관심있음'이라고 
고백을 하는거나 마찬가지가 되니까요. (적고 보니 유치하다....)

사실 N은 저랑 종이 다르다고 해도 좋을 만큼 다른 유형의 인간입니다. 제가 집고양이처럼 행동하는 편이라면 N은 혀
빼물고 왕왕 짖으며 다람쥐 쫓아 뛰어다니는 털북숭이 대형견에 비유될만 해요.  꽤 똑똑한데 똘끼가 넘쳐서 어이없는 
돌출행동으로 웃기고, 그 반면 일부 취향의 여자애들이 입벌리고 쳐다보는 그런 운동족이기도 해요.  (N의 어이없는 
실상을 아는 저는 그 여자애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찬 적이 몇 번 있고요. 근데 이 생명체와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고 우기
고 있는 이 현실은 뭔가....... 사실 제가 똘끼 취향이라서요. 죄송.) 인생 별 걱정 없는 성격이고, 여자들 사귈 때 근거가 
있든 없든 자신감이 물씬 넘치는 인간이죠.  어쨌든 그런 인간인데, 얼마 전에 애인과 헤어졌고요. 애인이 바람폈다더군요. -_-;

일단 인물 소개는 그렇고요, 물어본 적도 없고 확인한 적도 없지만 N도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는 정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하네!라는 분은 이의를 제기하셔도 좋습니다.)

- 제가 일전에 "xx에 갔을 때 거기 사람들이 남자로서 나를 대하는 태도가 최악이었다"고 말했더니 정말 정색을 하면
서 "그 놈들 이름 다 적어와라. 내일 아침에 입에 칼이 꽂힌 채로 발견되게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물론 농담이지만. 그
리고 그 자리에 N의 전 애인도 있었습니다. 제가 다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네.

- 얼마 전에 N과 N이 남녀문제를 상담하는 친한 친구, 그리고 제가 N의 차에 타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차가 문 두개
짜리 아주 소형찬데, N의 친구가 뒷자리에 앉고 제가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N의 친구가 뒷 좌석으로 들어간 이후에 
N이 제 좌석을 조정해주는데, 과도하게 넓직하게 잡아줘서 친구한테 미안해지더군요. 뭐 이건 그렇다 치고.  N의 친구
가 N에게 전 애인 후에 새로 만나는 여자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N은 지금은 엄마랑 누나밖에 안만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맥락이 맞지 않는 부분에서 전애인이 바람을 펴서 헤어졌다고 강조를 합니다.  N의 친구는 제 상황도 묻더군
요. 머뭇머뭇하면서 대강 대답하긴 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이 둘이 제가 연초에 헤어지고 쭉 싱글이라는 걸 알게 됐습
니다. 그랬더니 N의 친구가 너네 둘이 같은 상황이니까 같이 클럽에라도 놀러다니고 그래라 하더군요.

- 그런데 진짜로 N과 제가 클럽에 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실은 그 전에도 저희 그룹에서 몇 번 갔어요. 이번에도 
역시 단체로 클럽 출정.) 다른 사람들은 술마시고 취해가는데 얘랑 저랑은 맨정신으로 한 두시간쯤 춤을 같이 춥니다. 
절대 춤추면서 신체 접촉은 없는 그런 춤입니다. (그런 춤, 학춤인가...) 둘 다 술 안마십니다.  물만 마십니다.  그런데, 
제가 앉아서 쉬고 있는동안 굳이 제 옆에 앉아서 어깨로 살짝살짝 부비부비를 하더군요. 꽃돌이가 그러는데 말릴 이유 
없어서 장단 맞췄습니다. (네, 잘못했습니다.) 또, 제가 앉아 있는데 제 앞에서 노홍철 저질춤 비슷한 걸 허리를 돌려가며 
춥니다.  (사실 이건 별로...-_-;) 가사 중에 my heart 어쩌고 하는 노래가 나오는데 제 앞에서 하트를 그립니다.  저는 치킨
게임에 꽤나 몰입한 상태라 박장대소 웃어줬습니다.  아마 제가 이상한 표정이라도 지었으면 "가사가 그렇다고~"라고 
나왔을 애거든요. (아놔....)

- 그렇게 잘 놀고 각자 숙소에 들어가서 잠든 뒤, 다음날 아침. 아침 먹으면서도 굳모닝 이외에 한마디도 안했습니다. 
아이고 어색해라.

- 아차, 생각해보니까 어젯밤에 클럽에서 나오기 전에 웬 노랑머리 여자애가 저한테 춤을 추자고 해서 같이 춤을 췄네
요.  노래는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가 나왔고, 그 여자애가 저를 얼싸안고 브루스 포즈를.......'아니 근데 
니 허벅지는 왜 내 다리 사이에............. -_-;' 왠지 이래서 뭔가가 파투난 것 같지만 여전히 치킨게임중이므로 넘
어갑니다.  아마도 N이 저한테 춤추자고 할 때 그걸 받아주는 것과 생면부지 아가씨의 살짝 과도한 터치를 동반한 얼싸안고 
춤추기를 받아주는 걸 동일한 선상의 친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제가 좀 친절하기로 이름이 드높습니다. 험험.

- 다시 클럽에 가기 전 저녁으로 돌아가 보면, 저희 그룹은 저희랑 비지니스 미팅이 있는 팀과 저녁을 먹기로 되어 있습
니다. 저희 보스가 식사한 뒤에 뭐 하고 싶냐고 물어보더군요. N은 꽤 직선적이라 누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선이랑 나는 
춤추러 갈건데. @이선, 너 그 신발(하이힐) 신고 춤 출수 있냐?' 라고 하더군요. 헐, 물어보지도 않고 제 결정까지 해주는
군요.  아무래도 저랑 춤추러 가는 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려.

- 김빠지지만, 저도 N의 전화번호를, N도 저의 전화번호를 모릅니다.

좋게 포장하면 심리전 애호가들끼리 치킨 게임이고, 실상을 말하자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저~언혀 
알 수 없다는 그런 결말입니다.


라고 라쿠고 풍으로 마무리를 할 수도 있지만 덧붙이면, 지난 주에 N은 뭔가 큰 프로젝트를 준비하느라고 집에서 두문
불출하고 일을 하는 중이었고, 저에게는 엄청난 호르몬 러쉬가 일어났지 뭐에요.  저희 보스는 뭔가 연락을 받는 것 같
은데,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들은 N의 소식을 전혀 몰랐죠.  치킨게임 중인데 제가 나서서 물어볼 수도 없쟎아요.  나
오든말든이라는 식으로 있을 수밖에.  그런데, 호르몬 러쉬, 겪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감정기복이 엄청 심해지고, 사람
이 비관적이 됐다가 낙관적이 됐다가 비웃었다가 자조했다가 난리도 아니죠.  그 호르몬 러쉬랑 내 앞에 없는 N의 운
동바디가 시너지를 일으킨 거에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밥벌이에 집중도 안되고, 이번이 정말 증세가 심하더라구요.  
사실은 다른 증상들도 있지만 창피하니까 그냥 이정도로 적습니다.  

어쨌든, 그놈의 호르몬때문에 머릿속에서 혼자 N에 대한 엄청난 집착의 시간을 겪고 있었는데, 오늘 딱 그 호르몬 레
벨이 떨어진 게 느껴집니다. 다른 생각도 납니다.  일할 맛도 나는 것 같아요.  다시 치킨게임을 시작할 준비가 된 거죠. 
호르몬 따위에 져서 gg칠 뻔한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네요.

게임은 그렇게 계속됩니다.    -> 라지만 그냥 솔로라이프의 연장일 뿐이에요.



길게 얘기했는데, 사.실.은. 제 현재 상황이 상당히 불안정하고 (당장 6개월 후에 제가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저도 몰라요.), 
나이 차이도 좀 나고, 같이 일하는 동료 관계를 망치고 싶지도 않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 생각도 나서 저는 여기서 뭔가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가 없는 상황이고, N은 이런 사정을 가진 저한테 먼저 다가올만큼 절 좋아하진 않는 거죠.

내일이 땡스기빙인데, 물론 땡스기빙에 만날 사람이라곤 없는 외국인 노동자인지라 쇼핑 조금 하고 사람도 별로 없는 
커피숍에 앉아서 구직활동중입니다. 이 구직활동에 성공하면 저는 N이 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도 
할 필요 없는, 어떤 다른 도시에 살게 되겠죠.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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