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다짜고짜 고시원 많은 데가 어디냐고 묻는데 애가 우는 소립니다. 

**는 다른 친구의 원룸에 월세와 생활비만 반분해 같이 살고 있습니다. 방 구하기 나쁜 시기였고, 사정이 있어서 보증금 낼 돈이 없었는데 비교적 보증금이 비싼 집에 살고 있는 친구의 호의로 같이 살게 된 거죠. 


 전 그냥 **이 얹혀 사는 설움에 수가 틀렸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 방주인인 친구가 일방적으로 방을 뺐대요. 

 방 빼서 옮기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갈 곳도 구해야 되고 집주인이랑 이야기도 해야 되고. 이걸 모두 룸메이트와 한 마디도 없이 진행한 거죠. **은 집이 다른 지방이라 당장 갈 곳도 없어요. 당분간 제 집에 와사 방 찾아 보라고 했는데 이것 참. 


 **에게는 무슨 오해가 있나보다, 운을 띄웠는데 못 들은 게 아니냐 이렇게 얘기했지만 실은 방 주인인 그 친구의 일처리 방식이 원래 이렇다는 걸 알아요. 

 전화해 봤더니 역시 오해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디테일에 전달 상 오류가 있었을 수는 있지만 일언 반구 없이 갑자기 방 빼고 나가라고 한 건 사실이에요.


 그 친구의  연애사 등을 꿰고 있는 제 입장에선 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닙니다. 애인하고 헤어질 때도 늘 진을 다 빼 놓고 네가 알아서 떨어지라는 식으로 짜증 내다가 물어보면 피곤하다, 아니다, 오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뒤통수 빵. 그녀의 전 애인들에게 제가 전화를 받은 것도 몇 번이나 됩니다.

 방 주인인 애가 남들보다 마음이 약하다는 건 알아요. 처음에는 진심으로 호의였을 것 같고, 어느날 버거워졌는데 나가 달라 소리는 못 하다가 꾹꾹 참는다는 것이 짜증으로 새고, 그러다가 새는 짜증만으로는 자신의 스트레스가 감당이 안 돼서 정도 이상의 화를 내며 뒤통수 빵 치고 끝. 웃기는 건 얼마 전 -주인에게 방 빼겠다고 이야기는 이미 했을 시간 같아요-저까지 셋이 있는 자리에서 당연히 **과 같이 사는 것을 전제하고 하는 이야기를 저도 들었거든요. 커튼 바꾸자는 이야기였나? 뭐 그랬어요.


2. 보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이 일 때문에 문득 그제 본 천 일의 약속이 생각났어요. 

'문권이랑 나랑 버는 돈 칠십 퍼센트씩 다 모아서 변두리 서민 아파트는 살 수 있겠구나...'


 서른 살 여자+ 군대도 다녀왔을 거고, 지금은 편의점이며 제과점 아르바이트에 종사하는, 아직 대학생인지 졸업하고 직장 얻으려고 하는 스물여덟 남동생. 이 조합으로 변두리 서민 아파트 구입이 서른에 가능해요? 연봉 둘이 합쳐 오천을 잡으면 삼천 오백씩 오 년. 대출 끼고, 사정 좀 있는 -경매 곧 넘어갈 집이라든가-가능이야 하네요. 둘이 합쳐 오 년간 평균 연봉 오천이 안 될 것 같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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