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8년 거리로 나가고 싶었지만, 당시 신분의 제약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다행이었어요. 잘못했으면 경력에 빨간 줄 긋고 처자식까지 힘들게 할 뻔 했으니까요.

그 당시에도 우려했던 건, 쇠고기개방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광우병 위험이 다소 과장되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선동의 논리로는 주효할 지 모르나, 통계적, 실증적인 논거가 부족하니 나중에 역공당하면 대책이 없었거든요.

당시 이른바 보건전문가 전문가 우석균씨가 토론에 나와서 일견 그럴 듯해 보이는 주장을 펴시다가 이 허점을 공격당하자 반박을 못하시는 걸 보고 이런 걱정이 더 커졌죠.

어쨌든, 그 때 고생을 함께 하지 못한 게 아직도 미안함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번에 또 미안한 일이 생겼네요.

어제, 그저께도 일에 치여 아예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한미FTA 중요하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은 일단 기한 안에 해야 하니까요.


전 사실 한미FTA 자체에 대한 입장을 아직 명확히 갖고 있지 못합니다. 접할 수 있는 정보도 부족하고, 전문을 본 들 읽고 있을 시간도 없고, 이해할 자신도 없습니다.


다만 이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애초에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부작용은 최악의 경우만을 상상한 극단적 결과들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게 필연적으로 잘못되어 온 나라가 지옥불에 떨어질 것인가? 꼭 그렇게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FTA 체결론자들의 주장에 찬성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당장 ISD만 놓고 보더라도, 이 양반들의 논거라는 게 고작 "매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선진국가 미국 사람들은 절대로 우리에게 부당한 소송을 거실 리가 없다. 일부 몰지각한 기업이 소송을 걸어도, 매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국제기구의 판관들이 매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내려주실 것이다."라는 게 다에요.


전 이런 논거를 전혀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한미FTA를 굳이 지금 비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들은 대체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나 모르겠어요.



2. 지난 5년간 몸이 부서져라 일해 왔으나, 단지 줄을 잘못 섰다는 죄로 말도 안되는 비난을 받고 팽당하게 된 지인이 the man을 찾아 뵈었습니다.

The man께서는, 자신과 전혀 관련없는 것처럼 매우 안타까운 척을 하시더니, 보나마나 또 몇 년동안 죽어라 고생만 하다가 팽당할 것이 뻔한 자리에 꽂아 주시겠다는 떡밥을 던지셨다는 군요.

알면서도 모른 척 하며 충성하는 아랫것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분들은, 다른 사람들이 전부 바보라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별것 아닌 권력으로 사람을 이용해 먹다가 아무렇게나 버리는 가카적 인간들에게 빅엿을 안겨 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려 있으니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런 가카적 인간들은 나를 도와 주지는 못해도, 인생 꼬이도록 훼방은 놓을 수 있거든요.


그나마 정치인은 표로 심판이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3. 행복을 위해서는 나의 욕망이 어디로 향하는 지를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 이제 대략 알아가는 것 같은데, 지금의 현실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마치 '내가 어디까지 견디고 해 낼 수 있는 지 알아보자'는 목적으로 사는 것 같습니다. 정작 문제는, 이 판을 떠난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있을 지 확신이 안 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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