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또 다시 나온 흔한 나꼼수 까는 글입니다...--


 개인적인 잡담하나 하고 시작하자면... 솔직한 심정으로 나꼼수라는 존재때문에 어떤 강박? 같은 것에 빠지는거 같단 느낌은 들어요. 자주 가던 사이트에서는 (꼭 그것때문만은 아니지만)그것때문에 상당히 인망을 잃기도 했고... 물론, 어떤 현상의 원인이 하나로 환원되지는 않겠지만...(환원론 싫어합니다...)


 나꼼수라는 존재가 어떠한 헤게모니를 발휘하고 있는건 분명한 사실이고, 그러한 흐름속에서 - 이건 아니야! 정당한 문제제기를 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든 - 아놔, 흐름에 뒤쳐지네, 저거 발목잡아서 뒤쳐진 인간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든 뭔가 그것을 염두에 두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각하게 되는건 분명히 있는거 같고... 그러한 심정의 결과로 그에 대항? 하는 사람이 처하게 되는 상황이란건


"페이스 상실"


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히 나란 인간, 찌질해도 나름의 페이스란게 있었는데, 나꼼수란걸 상대하다보니 페이스를 잃는달까, 말려든달까 하는 부분이랄까나요. 솔직히 그런거 인정하기엔 자존심도 상하고 기분도 좋지 않지만, 인정하지 않는게 더 찌질하다 생각하고, 입 꽉! 다물고 인정해야겠다 싶기도 하고 그럽니다. 어찌보면 그걸 인정함으로서 다른걸 지키려 하는 방어기제일지도 모르지만...


 잡설이 길었는데... 나꼼수를 무조건 부정하거나 쓸모없다고 말하는거 아니란거 미리 밝히고 들어갑니다. 사실 듀게는 나꼼수에 대해 견제하는 주장도 상당히(꾸준히 눈팅하질 않아서, 어느쪽이 더 지배적인 흐름인지 잘 모릅니다. 양해점...) 있는 곳이라 이렇게까지 조심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나꼼수를 강하게 비판(난?)하다가 궁지에 몰리고 보니 조심하지 않을수가 없게 되었달까나요... 그런걸 감수하면서도 나꼼수를 까고 있는 스스로를 보면 이것도 중독? 이래저래 잡설만 기네요.


 나꼼수를 옹호하는 논변들이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이명박이 사라지면 나꼼수도 사라진다"


라는 것이지 시프요. 분명히 이명박이 사라지면, 나꼼수는 끝날겁니다. 뭐, 저같이 찌질한 미물도 할 말이 많아 죽겠는데, 저같은 것보다 몇십배는 할 말이 많을 사람들이니 뒷이야기 후일담 같은 식으로 조금쯤은 더 할테고, 그건 당연하다면 당연한거라고 봅니다. 김어준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니 싫어하지만 그 사람이 식언하거나 말 바꿀 사람은 아니라고 봐요. 아니 오히려 너무 안바꿔서 문제라면 문제랄까... 어쩄건 이명박정권이 끝나면 나꼼수도 끝날겁니다.


 그러나, 중요한건 그게 아닌거 아냐? 라는게 제 생각인게... 이런 생각을 저만 하는건 아닐거 같고, 이미 나온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떠한 사회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것을 희구하는 어떠한 사회심리, 사회적 요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나꼼수라는 어떠한 현상은 분명 일차적으로는 이명박이라는 "괴물" 을 처치해야한다는 사람들의 바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겁니다. 정말 그게 다 라면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그게 다 일까요? 이명박이라는 존재는 희대의 악마이고, 그 악마를 물리치면 정의는 실현되고 나꼼수같은 '극약'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다른 자리에서 저는 나꼼수 현상이 노무현 현상의 이면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사실, 그 둘이 완전히 동일한건 당연히 아닙니다만, 공유하는 기제가 몇가지 있다고 봐요.


 하나는 특정 인물에, 어떠한 가치를 투영하여 환원한다는 것.

 노무현은 정의의 상징으로서, 이명박은 불의의 상징으로서 어떠한 아우라를 지니게 되어버린다는거죠. 그리고, 영웅을 응원한다는 것은 악마가 쓰러지기를 원하는 것이며 악마가 쓰러지기를 원하는 것은 영웅이 그를 무너뜨린다는 것으로써... 그때는 이회창이 악마가 되었고, 지금은 문재인? 안철수? 가 영웅이 되고 있다, 그런 느낌이 들어요. 이러한 인물 환원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서 또 논점이 무진장 많은 이야기겠습니다만, 밤은 깊은데 이야기가 길면 지루하니(물론 대부분의 분들은 낮에 보시겠지만) 간단히만 말하고 넘어가자믄 상황이 단순화되어버립니다. 물론, 그 단순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은건 분명해요. 김어준(과 아이... 아니 친구들)이 섭렵하는 정보와 접하는 사람들의 폭같은거는 제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거겠죠. - 이런 생각을 하는 부분에서 저는 엘리트주의자일지도 - 그러나, 그 결과로 구성되어 나온 논변이 이러한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면, 그에 대해서 흔쾌히 그렇구나! 해 주기는 찜찜해지는 부분이 생기는거 아냐? 라는거죠. 그다지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아니지만, 의도와 결과는 반드시 정합되는게 아니고, 정합되지 않는다고 해서 결과에 행동이 책임이 없어지는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다른 하나는 목적론적 행동.

 이 이야기를 한 분을 좋게 기억하고, 결코 비하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매우 적극적인 노무현 지지자였던 분께 이런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어요. 그분은 어찌보면 '표준적;인 노무현 지지자 - 노무현에 열광했는데 - 집권하고 나서 실망하고 - 봉하마을에서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 그의 투신이후 엄청난 충격을 받은 분이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노무현을 올려놓으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올려놓고 나도 안되더라. 그래서, 실망하고 등돌렸는데... 그 등돌린 결과가 이렇게 되고나니 너무 참담하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습니다만... 그 절치부심의 마음 변치 않으셨으리라 믿습니다. 믿습니다만... 그 반대의 서사가 지금 거대한 규모로 작동하고 있는게 아닌가, 엄밀히 말하면 그 작동이 시작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어요.

노무현이라는 정의로운 존재를 정상에 밀어올림으로서 어떠한 정의를 실현하려는 그 반대쪽에서... 이명박이라는 불의한 존재를 끌어내림으로서 불의를 척결하려는 시도 말입니다. 그러나, 노무현은 정의롭기만한 존재가 아니었고, 그로 인해 진한 섭섭함이랄까, 아쉬움이 남았는데... 그 섭섭함과 아쉬움이 이명박이라는 존재에 대한 증오로서 구체화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불의롭기만한' 이명박을 끌어내린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요? 정의로워질까요? 그것까지는 뭐라 말하지 못하겠습니다만... 지난 과거를 돌아보자면 참고는 되는게 아닐까 생각해요. 비아냥으로 들리려나...


 

 나꼼수를 '노무현 지지자들의 집단행동'(엄청 순화한 표현이지만...) 정도로 볼 생각은 없습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제게도 크게 남아있고, 그에게서 배운것 얻은 것을 그에게 실망하고 잃은것으로 없이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렇다 해도 어떠한 연속성이 느껴지고... 그 연속성이 어떠한 불길한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생각이 들 때에, 그것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수 없는거 같아요. 제가 나꼼수때문에 페이스를 잃은건 저 자신의 과거와 저의 부족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에 생각이 미쳤는데, 그것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서 느낀 착잡함... 이라기엔 너무 느긋한거 같고 초조함?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발로라고 스스로 생각해요.


 모든 인간과 모든 사회는 역사적이고, 그렇기에 나꼼수 또한 역사적인 것일거에요. 그렇다고 한다면, 나꼼수는 돌출되어 존재하는 전무후무한 어떤 것이 아니고... 그것이 표적으로 삼는 이명박또한 돌출되기만한, 전무후무하기만한 어떤 것은 아니고(사실 전두환이나 박정희보다 이명박이 나쁘지는 않잖아요? 다만 그들과 우리의 거리는 너무 먼데, 이명박은 가까울 뿐)... 그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사회심리또한 그렇다고 한다면... 나꼼수현상에서 드러난 사람들의 바램은 형태를 바꾸어서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그것은, 대화가 실종되고 정치가 희박한(사실은 부재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 사회의 "지금의 모습" 에서는 부득이하다면 부득이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이명박이 끝나도 이 사회는 끝나지 않고... 이명박정권이 문을 닫은 이 사회는 그 전의 사회와 분명히 다르지만, 분명히 같은 점을 - 연속성을 지니는 어떤 것일겁니다. 이명박이란 존재를 이 사회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명백히 제한된다면 말입니다... 솔직히 내심에 있는 말을 해 보자면... 나꼼수는 분명 새로운 대통령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얼핏 보시기에도 나름 조심스레 쓴 글이라는 느낌이 들거 같네요. 요즘 이것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서... 뭐 그런걸 갖고 스트레스까지 받고 그러냐? 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명박이란 존재에 대해 제한적으로 판단하려는 저입니다만, 분명히 매우 강하게 긍정하는 것은


"이명박이라는 존재는 한국사회전체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발생"


시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는 해소될 출구를 찾지 못한채 이 사회를 엄청난 속도와 힘으로 배회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 파편에서 저 스스로는 자유롭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 마지막에, 그것이 파열음을 내는 순간에 저또한 발목이 잡혔달까... 마 그런 생각이 들지 시프요...--



 이 글도 까이려나...-- 하긴 공개발언을 하면서 까이지 않을 생각을 하는게 도둑놈 심뽀겠습니다만... 또 여담을 해 보자면 도대체 이렇게 겁이 많은 주제에 무슨 배짱으로 글을 써대는지 모르겠습니다. 공명심과 허영, 자의식과잉이 쩔기 때문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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