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실에서 동생과 부모님이 진로 문제로 말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언성을 높이거나 불같이 화를 내는 상황은 아니지만 양측에서 사용하는 어휘랄까 어조를 보면

감정만큼은 아주 격한 게 느껴지는데요

예민할 시기인 동생이 걱정되기도 하면서, 부모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면서, 한편으론 

약간 라디오 극영화를 귀로 보는 듯한 탐구의 자세로 귀기울이게 되네요


저는 부모님과 싸우는게 정말 싫어요

특히 엄마랑은 사이가 최악으로 파탄난 적도 있다가 지금은 서로 지쳐서, 혹은 시간이 너무 흐르고

제가 엄마를 자극하지 않는 법을 꺠우쳐서 자체적인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죠


그래도 예전에 받은 상처들이 없어지는 건 아니던데요

잊혀지거나, 이해가 가는 것도 아니고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지만 정작 저한테 그 상처를 준 엄마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요

한번도 둘이 지난 일을 얘기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엄마는 뭔가에 의해 스스로 변하거나 

다른 사람이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냥 엄마는 그런 사람인대로 사는 것이고, 저는 저대로 내일을 살아야죠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지만 결국 지금도 전부를 받아들이진 못해요

때론 가슴에 암덩어리가 썩는 것처럼 답답하고 화가 치밀 때도 있죠

엄마가 말하는 목소리나 사용하는 언어들이 제 정신겅강을 시시때때로 망쳐놓는 거에요


그리고 저는 동생도 저같은 기분일까봐 걱정이고요

물론 저는 첫째고, 딸이고, 터울이 많이 나는 동생은 남자니까 저랑은 다를 수 있겠죠


얘기가 조금 옆으로 샜는데 지금 제가 궁금한건 다 컸다고 부모님과 싸우지 말란 법이 있는 걸까요?

여기서 다 컸다는 기준은 말 그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에 들어선 나이를 말합니다

독립을 했건,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했건 상관없이 한집에 살게 되면 무조건 

싸울일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사람이니까요, 엄마가 항상 싫은 건 아니지만 전부를 좋아할 순 없죠


엄마랑 영원히 싸우지 않거나 영향받지 않고 사는 방법은 정말 떨어져 사는 것밖엔 없는 걸까요?

저도 올해는 독립을 생각하고 있지만 제 성격으로 봐선 한번 나가 살기 시작하면 예전에 쌓였던 

응어리들이 폭발해서 최대한 엄마랑은 얼굴도 안보고 사는게 편하다... 이렇게 될것만 같아요


더이상 애같은 나이가 아니라 해서 부모님과 마찰하지 말란 법도 없는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할때마다 때론 이게 다 내탓이다... 이런 자괴감이 몰려옵니다

제가 좀더 잘나서 훨훨 날고설치면 엄마가 매사에 만족도가 높아질까요?

아니면 서로를 위해서 이제 그만 거리를 둬야할 때가 온것일까요?


나이 먹고도 부모님과 다투는 건 진정 수치스럽고 덜되먹었다고 느낄 일인지 궁금합니다


부모자식 관계란 참

뭐라 딱히 할말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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