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영화광 간증 영화 '휴고'.

2012.03.03 21:54

mithrandir 조회 수:2974



(스포일러 아주 조금)




다들 하는 말이지만, 

"이 영화 생각했던 거랑은 다른 영화더군요"라는 글을 읽고 봤는데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더욱,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습니다.


환타지 장면이 다 기계장치나 꿈이라는 건 그렇다치더라도

"아버지가 남긴 유산의 비밀을 밝히는 소년 소녀의 모험"이 아닌

"본격 영화덕후의 멜리에스 찬양 간증영화"였을 줄이야.


초반에는 그냥 그런가보다…하면서 봤는데,

(특히 정신없는 오프닝이 좀 언밸런스했다는 느낌입니다.

차라리 인물들 소개를 다음 아침으로 미루고 음산한 밤으로 설정했다면 어떨까…)

중반에 오토마톤-자동인형이 작동하면서부터 

저에게 이 영화는 감동의 롤러코스터, 환희의 쓰나미와도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비슷한 때 개봉하여 아카데미 주요부문을 가져간 '아티스트'도

어떤면에서는 영화광에 의한 영화광들을 위한 작품이긴 했습니다.

그 '아티스트'를 보면서 '아 뭐, 다들 별로라고 하던데 생각보다 재미있네. 열심히 잘 만들었네'

이런 생각은 들었습니다만, 뭐랄까, 

진부하게 표현하다면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울림"이랄까,

그런 건 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휴고'를 보면서는…


울었네요. 

아 쪽팔려. ㅠㅠ


아 그래, 잊고 있었습니다.

스콜세지님이라고 하면 타란티노라든지 안노 히데아키라든지 

뭐 그런 애송이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영화덕후 중에서도 상덕후님이신데.

굳이 급수를 매기자면 살아 생전의 트뤼포님 정도 되려나...

(그러고보면 셔터아일랜드의 촬영도 영화광적 요소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죠.

근데 정작 필름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찬양하는 이번 영화는 디지털로 찍었다는 아이러니…)


저 개인적으로 가장 눈물이 찔끔 흘렀던 순간은,

회상 장면에서 멜리에스의 스튜디오와

열정과 환희가 넘치는 영화제작 과정이 재현되었을 때였습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


영화사 책에서나 쬐끄만 흑백 사진으로 보던 유리 스튜디오가

3D 컬러 화면으로 생생하게 보이는데 제 눈이 자연스레 촉촉해지더군요.


(그 와중에 해맑게 미소지으며 까메오로 끼어드는 스콜세지옹…

아아… 스콜세지 영감님, 당신이 짱드세요. ㅠㅠ)



하여간 스콜세지 영감님이 휴고를 만든 1차적 목적은,

아무래도 핑계김에 멜리에스의 작품들을 하이라이트만 모아

3D컨버팅을 해보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추리해봅니다.


근데 왜 하필 멜리에스였을까요?

그냥 스콜세지가 멜리에스"빠"여서?

아니면 그냥 원작 '위고 카브레'를 각색하려다보니?

생각해보면 영화광 간증 작품의 주제로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멜리에스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던 그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첫번째 관리인이었던 셈이니까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간에 영화를 좋아하던 소년소녀들한테

모처럼 가슴을 두근대게 만들어준, 고마운 영화였습니다.

스콜세지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께요.(?)




p.s.

이 영화는 아무래도 특정 계층(?)을 위한 작품이고

일반 관객들, 특히 어린 아이들이 보기엔 좀 지루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저도 보면서 어느 정도는 동감했습니다만…

정작 영화가 끝나고나니 뒤에 앉아있던 꼬마애 하나가

"우와, 이 영화 열라 재밌어!"라고 외치면서 나가더군요.

아무래도 그 꼬마의 장래가 걱정됩니다… :-)



p.p.s.

영화 속에 꿈으로 나오는 열차 탈선 사고 장면이 어딘가 눈에 익다 싶었더니,

몽파르나스역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고를 바탕으로 한 것이더군요.


그리고 초반에 등장하는 까메오들 중에는 살바도르 달리나 제임스 조이스도 있었다고 합니다.

전 모르고 지나쳤는데, 영화를 다시 보면 알아챌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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