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이 끝나버렸군요. 본방은 사수 못하고 어젯밤에야 VOD로 마지막회를 봤습니다.

참을 수 없이 오그라드는 장면도 많았고 캐스팅에 불만도 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봤습니다.

마지막이 예상보다 더더욱 촌스럽게 끝났지만 뭐 좋았어요.

 

끝난 김에 본방할 때마다 여기 실시간으로 깔리는 불판을 보고 들었던 생각을 얘기해보죠.

전 불판 참여를 한 적은 없고 방송보고 가끔 열어보곤 했는 데 정말 비판 일색이었죠.

작품에 대한 어떤 희망이나 애정, 감동은 찾기 힘들었고 오로지 드라마에 대한 환멸과 실망이 가득했었습니다.

 

원래 불판이나 리액션비디오 같은 함께 감상하기의 역할은 저는 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제가 이해하는 바로는 주로 기대되는 작품을 함께 즐기면서 서로의 반응을 보기도 하며,

이러한 행위 자체가 감상의 만족도를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게 저의 생각이었는데...

 

하지만 해품달의 불판 같은 경우는 오히려 그 반대의 역할을 할 것 같아요.

왜 깨알같이 헛점이 많은 컨텐츠라도 즐기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불판은 그런 가능성도 소멸시켜 버릴만 한 거 같아요.

아니,  아무리 대상 작품이 웰메이드라고 해도

감상에 굉장히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작품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소멸된 상태에서 비판의 자세로 시청을 하는 거로 볼 수 있겠죠.

작품에 대한 기대가 소멸되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나 여기서 제가 이해가 안되는 건

그 이후에도 계속 비판의 자세로 시청을 한다는 부분인데요.

 

음악이든 영화든 즐기는 도중 개연성이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몰입에 실패,

비판자의 자세가 되어버리는 건 저도 굉장히 흔히 겪는 일이죠.

근데 드라마는요.... 5분에서 2시간 안팎으로 감상을 끝내고 평을 할 수 있는 영화나 음악 등에 비해서

몇 달에 걸쳐 최소 10편 이상의 시리즈를 제 시간이나 순서에 맞춰서 봐야하는, 어떻게 보면 소비자의

리소스가 비교적 많이 투자되는 컨텐츠 종류라고 볼 수 있죠.

 

드라마와 같은 경우 중간에 몰입에 실패, 비판자의 자세가 되어버리면 상식적으로

시청 자체를 중단하게 될텐데요.

 

그런데도 불판을 보면 모두 영민하신 분들이 자신의 탐미적 욕구를 만족시켜 줄

웰메이드 컨텐츠를 소비하면서 격조있는 문화생활을 영위하기도 부족할 시간에

굳이 낮은 데로 임하셔서 이런 감정과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지..전 정말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나름대로 이해한 이런 불판의 이유를 적어봅니다.

물론 해당된다고 해도 저로서는 여전히 온전한 이해를 할 수 없지만요^^

 

1. 직업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시청

 비평가, 작가, 방송 관계자 및 모니터 요원,

 혹은 마케터나 광고 분야 등 메이저 트렌드를

 숙지해야만 하는 직종의 사람들 등 직업적 이유로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 전문가 집단들의 짜증

 

2. 애증의 감정으로 시청

 초반에는 매료되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실망과 상처만

 남겼음에도 끝까지 욕하면서 할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으시는

 옛날 우리네 할머니들의 심정

 

3. 사실은 나보다 더 몰입해서 즐김

 이런 수준 낮은 드라마 따위를 즐기고 있다는

 길티플레져의 상쇄장치로서 컨텐츠에 대한 격렬한

 비난을 통해 인정하기 힘든 자신의 취향과 문화적 수준을

 배격하고 죄책감에서 자유로와짐

 

4. 새로운 컨텐츠 감상 문화 시전

 컨텐츠 자체보다는 컨텐츠를 활용해 경쟁적으로

 그것이 가지는 헛점을 집어내고 상호교환하는

 놀이의 일종

 

5. 일종의 문화적 계몽활동

 메이저 트렌드가 되었으나 수준미달의 컨텐츠를

 공개적으로 분해하고 비평해서 수준이 낮은 대중의

 취향을 일깨우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활동의 일환

 

6. 강요에 따라 보게 된 사람들의 한풀이

 애인이나 친지 등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드라마 시청에

 참여한 사람들의 불만 토로의 장

 

7. WYSIWYG

 그냥 보이는 바와 같이 까는 재미로 보는 장르로 변환해서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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