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 제 생에 처음으로 육로로 국경을 넘었어요 ㅠㅠ

 

 방콕 북부터미널( 택시를 타고 '빠이 콘쏭 모칫'하면 북부터미널로 갑니다^^ )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아란으로 가서 포이펫을 지나 씨엠립으로 장장 일곱시간이 넘게 걸린 대장정이었다는...

 - 뭐 이정도면 대장정도 아닌가요...;;

 

 *

 

 어제는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 도착하자 미리 공부해둔대로 사층으로 가서 그 어떤 추가요금 지불없이 미터로 저렴하게 택시를 탔죠

 ( 택시 기사분이 엄청 친절하셔서 20바트를 팁으로 드렸다는 )

 그리고 파쑤멘 요새 근처에서 내려 미리 예약도 해두지 않고 제맘으로만 품고있던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는데

 

 여러분 혹시 그거 아세요? 

 

 한국에서 길치, 방향치면 태국에서도 길치, 방향치라는 거........

 

 아무튼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한참을 헤멘 끝에 친절한 방콕시민들의 도움으로 결국엔 게스트하우스를 찾았지요

 

 게스트하우스를 찾았을땐 정말이지 도와준 태국시민들을 붙잡고 울 뻔 했답니다

 - 사실 조금 울었답니다...

 

 그런데 그 게스트하우스에는 싱글룸 밖에 남지 않았더군요 거의 고시원보다 조금 큰 수준의 싱글룸...

 

 그래도 미리 예약도 안했는데 베드버그도 없고 개인욕실 딸린 방을 얻어서 그거라도 감지덕지했지요

 

 저는 그저께 짐을 싸면서 공항에서 수화물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보자는 결심으로 선배에게서 빌려온 배낭에

 지나치게 많은 옷가지와 갖은 쓸데없는 것들을 담았는데 진짜 공항을 오가면서 어깨 빠지는 줄 알았어요

 - 저 같은 여행초보 여러분... 진짜 요즘에는 왠만하면 현지에서 필요한 것들을 다 살 수 있어요

 저처럼 고생하지 말고 배낭은 무조건 가볍게... 아니면 캐리어를 끌고 다니시든지 ㅠㅠ

 

 아무튼 그래서 그 싱글룸에 진짜 제 비루한 삶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웠던 짐을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기쁘더군요

 

 배낭을 내려놓자마자 씻지도 않고 밖으로 나온 저는

 

 카오산로드에 가보기 위해 태사랑에서 제작한 지도를 보면서

 

 정반대에 있는 쌈쎈로드를 한참 걷다가... -_-;;;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어둠의 다크함만 짙어진다는 것에 의문을 품다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한참을 돌아가 마침내 카오산에 도착할 수 있었지요 '_';;;

 

 우와! 카오산은 좋더군요 정말 말 그대로 자유로움이 가득 느껴지는 여행자의 거리

 

 저는 카오산에 도착하자마자 20바트짜리 조각과일들을 사먹으며 태국에 온 느낌을 만끽했지요

 

 그리고 잠시 돌아다니다가 가이드북에서 본 찬윗 마사지를 발견하고 그곳에 들어가 한시간 동안 200바트를 내고 맛사지를 받았지요

 저는 예전에 타이맛사지를 받았을 때에도 받은 뒤에 딱히 엄청 컨디션이 좋아졌다 너무 개운하다 이런 걸 못느꼈는데

 이번에도 그런 느낌은 없었어요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한시간 동안 편안하게 릴렉스하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너무 좋더라구요

 만족스웠어요 하지만 다음번에는 헬스랜드도 가보려구요!

 

 아무튼 그렇게 맛사지를 받고 나오니 열시가 다되었더라구요 카오산을 좀 더 돌아다니다가 케이에프씨에 들러 쉬를 하고...

 좁은 골목을 가로질러 람부뜨리로 넘어가서 초입에 있는 라이브바에서 호랑이맥주 한병을 홀짝거리며 음악을 듣다가

 - 태국 현지인들 같던데 꽤 잘하더군요 -

 이내 그것도 싫증이 나서 람부뜨리 구석구석을 새벽까지 돌아다녔지요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을 찾아 태국을 잘아는 선배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로맨스 없는 방콕은 방콕이 아니라며

 반드시 로맨스를 만들어 오라고 하더군요 한국 친구도 사귀고 태국 친구도 사귀고 그외 다른 나라 친구도 사귀고...

 - 그게 뭐 레고블럭도 아니고 만들긴 뭘... -

 

 저는 아는 사람들에게는 경박스럽게 수다가 많은 스탈인데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건 너무 부담스럽더라구요 ㅠㅠ

 일단 말을 거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뭔가 그뒤에 이어져야 될 대화거리를 만드는 게 너무 귀찮아요...

 

 아무튼 그래서 뭐 로맨스고 뭐시고 언제나처럼 늘 항상 서울에서도 그래왔던 것처럼 

 마치 좀비와도 같은 발걸음으로 으슥한 거리거리를 홀로 걸어다녔지요!

 

 사실 카오산은 금방 싫증이 났는데 람부뜨리는 참으로 낭만적인 곳이더군요  

 성수기에 연인과 함께 한번 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

 - 저는 그럴 일이 없겠지만... 안생기겠지만... 없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정신없이 카오산 인근을 돌아다니다 게스트하우스로 다시 돌아오니

 거의 세시가 다되었더라구요 대충 씻은 뒤 좁은 방에 홀로 누워있으니 참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쓸쓸한 건 참으로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더군요...

 

 그런 기분에 잠식당해서 씨엠립행을 포기하고 호텔로 숙소를 옮겨 남은 일정동안 돈을 아끼지 않고 펑펑 쓰면서

 맘껏 쉬다가 한국으로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었죠 다시 씨엠립으로 향해가면 그곳에서는

 더 쓸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섭더라구요

 

 그렇게 뒤척이다가 여섯시반 경에 눈이 떠졌는데 그 이후로는 잠이 오지 않아서 거의 눈만 감은채 한시간여를 보낸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불면증이었는데 그렇게 피곤한 여정을 겪은 후에 도착한 태국에서도 마찬가지더군요

 

 한시간 여를 뒤척이다가 더이상 자는 것을 포기하고 게스트하우스의 수영장에 내려가 삼십여분 수영을 하다 올라와서

 샤워를 하고나니 다시 기운이 나서 움직여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 세상의 모든 우울이 이처럼 운동부족 때문에 생긴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냉큼 짐을 챙긴 뒤 택시를 타고 북부 터미널로 향했어요 빠이 콘쏭 모칫~~!!

 

 터미널에서는 친절한 현지직원들의 도움으로 아란행 버스표를 쉽게 구매할 수 있었죠

 

 아란행 버스를 타니 오래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다 찼는데 현지인들은 거의 없고 모두 다 세계각지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한국사람은 저 혼자였어요

 

 가는 동안 제 옆에 탄 태국의 일곱살 남짓되는 너무 예쁜 소녀와 장난을 치며 가느라 즐거웠어요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기도 하고 의자 뒤에 숨었다가 갑자기 나타나 깜짝 놀래키기 놀이도 하고 ㅎㅎ

 중간에 주유소에 잠시 정차했을 때 쵸코바를 여러개 사서 그 아이에게 수줍게 하나씩 건네기도 했지요...

 - 제가 사실은 아이들과 동물들을 엄청 좋아한답니다 그런데 제 외모 때문에 이런 말을 하면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아서

 오프라인에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답니다...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ㅠㅠ

 

 그런데 아란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에 갑자기 현지경찰이 버스에 타더니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 그리고 몇몇 현지인들에게 강압적으로 버스에서 하차할 것을 종용했어요

 

 무슨 일이었을까요? 뭔가 범죄를 저지른 뒤 아란으로 가서 국경을 넘으려다 잡힌 건 아닌지

 만일 그래서 그 아이의 엄마가 잡혀가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되는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되네요 가슴이 철렁해요

 

 그 밝고 예쁜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온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랄 수 있어야 할텐데

 제가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러고 싶은데...

 

 방콕의 거리에서도 참으로 많은 여인들이 자신들의 갓난쟁이들을 안고서 구걸을 하는 풍경이 흔한데

 볼 때마다 참 마음이 아프더군요

 

 어느 나라에서든 조금 가난하게 산다고 할지라도 아이들은 충분히 사랑받으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제 꿈은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이 충분히 사랑받으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데

 일조하며 사는 거예요 그런 일을 하기 위해 조금씩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구요

 - 근데 말하고나니 역시 손발은 좀 오그라드네요 이게 혹자가 말했던 듀게에서 PC한 척하기 일까요...

 

 아무튼 그 어머니가 경찰에 의해 강압적으로 하차를 당한게 별일이 아니기를

 괜한데서만 상상력이 풍부한 제 기우였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그렇게 그 소녀와 소녀의 어머니가 버스에서 내린 후 얼마 뒤에 아란에 도착했어요

 내륙인 캄보디아의 더위는 반도인 태국의 그것과는 또 다르더군요

 

 살아있었어요!

 

 버스에서 내려서 캄보디아 비자를 받으러 가는 동안에도 또 몇번이나 헤멨는지...

 

 비자를 받으러 가서도 펜이 없어서 입국카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해 한참을 기다릴 뻔 했어요

 - 여러분은 여행가실 때 꼭 펜을 준비하세요 저는 준비한다고 했는데 그게 어디로 갔는지 ㅠㅠ

 

 아니 근데 무슨 입국카드를 작성하는 곳에서 펜을 하나도 준비해놓지 않았는지...

 

 다행히 제옆에 앉아 간간히 이야기를 나누면 왔던 미국청년이 펜을 빌려줘서 무사히 입국카드를 작성할 수 있었어요

 

 익히 들었던대로 썩을대로 썩은 캄보디아의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원래 정해진 비자가격 이십불에 웃돈을 요구하더군요

 웃돈을 주면 빨리 비자를 발급해주겠다며...

 

 제가 계속해서 단호히 거부했더니 그들은 저를 몇분 정도 기다리게 하더니 결국엔 비자를 발급해주더군요

 

 사실 저도 기다리는 동안에, 뭔가 공기 중에 불법이 가득한 느낌에 압박을 받으며,

 계속해서 기다리게 하면 어떡하나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기왕 이렇게된 거 절대 웃돈을 낼 수 없다는 각오로 계속해서 인상을 쓰며 버텼더니

 오래지 않아 보내주더라고요

 - 여러분들도 저처럼 육로로 캄보디아로 가실 일이 있으시면 참고하세요 쫄지마요! '_'

 

 그렇게 비자를 받아서 마지막으로 입국허가를 받는 곳에 가서 또 입국카드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

 한번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 어쨌거나 끝이 좋으면 다 좋은거니까 - 무사히 입국을 할 수 있었어요

 

 방콕에서 출발해 이렇게 캄보디아 국경을 넘는데까지 다섯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캄보디아에 입국을 하자마자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택시정류장으로 가는 버스에 탈 것을 종용하더군요   

 

 저는 그 버스를 타지않고 최종 입국관리소를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는 로터리에서

 바로 택시를 타는 게 훨씬 싸게 씨엠립으로 갈 수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저 이외에 입국한 사람들이 모두 그 버스에 오른 광경과 출입국관리소직원이 여기서는 택시를 탈 수 없다는 으름장에

 마음이 급해져서 결국 그 버스를 타고 말았어요

 

 자, 그리고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안궁금하시다구요? ㅠㅠ 

 

 사실 일기는 일기장에 쓰는 게 좋은데 혹시나 제가 겪은 우여곡절이 혹시 어떤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렇게 기록을 하고자 합니다라고 하면서 듀게를 일기장처럼 활용함인가???

 

 여기 시간은 열한시 이십분 경이네요 내일은 아침 일찍 앙코르톰으로 향할 생각이니

 이제 방에 들어가서 가이드북을 한번 더 복습하고 자야겠네요

 

 여기 와이파이가 좀 불안정해서 사진을 못올린 점 양해부탁드려요

 텍스트로만 되어서 재미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 사실 서울에서도 듀게에 사진 올리는 법은 몰랐다는... 그 예쁜 아이의 사진은 꼭 올리고 싶었는데... -

 

 아무튼 그 이후의 일들과 내일 겪은 여행기는 내일 저녁에 또 올려보도록 할게요

 

 조회수가 두자리수 이하라도... 올려볼게요 ㅠㅠ 모두들 좋은 꿈꾸고 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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