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나라이즈. 네 전 정말 재미있었어요! 킹왕짱 재미있었습니다. 같이 본 영화 좋아하는 애인님도 보면서 재미있던지 덩실덩실 좋아하더군요. 사실 듀게나 트위터나 다들 좀 기대한 것보다는 별로라는 평들이 많아서 약간 마음의 무게를 가벼이 하고 갔더니, 오히려 즐기는 데는 더 효과적이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 한 번 차분차분 애인과 이야기한 것도 되새김질해보면서 소감을 써볼까요.

 

1.

 

8년이라니...! 8년이라니! 8년은 너무 긴 시간 아닌가요? 다크나이트가 2008년 개봉이었는데, 솔직히 저는 8년이라는 공백이 좀 너무 긴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니 그러면 브루스 웨인 같은 멋쟁이 돈 많은 청년이 그 긴 시간을 혼자 고독하게 홀아비 신세마냥 지냈다는 것인가..! 말도 안 돼! 그리고 아무리 돈 많아도 재단이 8년을 버티지는 못하잖아! 음냐, 사소한 꼬투리일까요?

 

 

2.

 

앤 해서웨이는 제 생각보다 정말 잘 어울리더군요. 배우 얼굴상부터가 강아지과라는 느낌을 예전부터 갖고 있던지라 솔직히 흐음냐앙 과연 캣우먼이라는 매력적인 역할에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웬 걸, 제 생각 이상이더라구요. 음, 생각해보면 놀란 감독의 소품으로서 잘 활용이 된 것 같습니다. 약간 레즈비언 삘도 있었고...... 사실 저는 기존의, 그 설정을 굉장히 안 좋아해요. 그 화장품 회사의 음모를 알아서 위험에 빠져서 죽어서 고양이가 목숨을 아홉개 줘서 어쩌구저쩌구. 이 설정이 빠져서 진짜 좋았습니다.

 

저는 사실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이 주는 굉장히 현실적인 듯한 그림이 마음에 들어요. 정말 저런 도시에 정말 저런 인물이 있다면 정말 저런 일이 일어났을 법한 그림이랄까나요? 애초에 히어로물이라는 게 줄 수 있는 미성숙하고 진지함이 없는 그런 느낌을, 성숙하게 풀어낸 게 이 3부작의 특징이 아닌가 싶어요. 히어로물의 사명이란 것은 본래 이런 류의 정의의 사도를 좋아하는 보통의 코믹스 팬들에게 쾌감을 주는 것인데, 이 인물들 중에 어두운 인물에 속하는 배트맨이 사람들에게 기존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사실 다시 보면 성숙한 고찰을 하는 액션류가 되는데) 나타나서 더 신선함을 주고......이 시리즈에 이런 식으로 접근한 발상 자체가 기발하고 재기 넘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관련해서 앤 해서웨이의 캣우먼이 비록 탄생비화를 버림으로써 그냥 고양이탈 쓴 좀도둑, 좀 좋게 말해줘서 대도로 전락해 미셸 파이퍼가 보여줬던 넘치는 개성을 조금은 잃었을지라도, 하나의 역할로서는 충분했던 것 같아요. 뒤에 가서 존재감이 없어진다, 는 이야기를 봤던 것 같은데 캣우먼의 위상을 생각하면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이 영화의 역할 중 하나로서는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배트맨도 이뤄진 건 캣우먼이구요...!

 

 

3.

 

사실 듀나님 리뷰 보면 다 나오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3부작의 마지막으로서 시리즈를 종결하는데 훌륭한 기능을 수행한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쩌리 별 거 아닐 줄 안 1부의 라스 알굴이 계속 나오기도 하구요. 3부작 내내 킬리언 머피가 나오는 것도 좋았어요. 1부에서는 나름 비중 있는 악역이었는데, 3부에서는 맛이 간 역할로서 훌륭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같이 보던 남친은 아주 그 재판을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추방! 아니면 죽음! 죽음을 선택한 자에게는 추방을 통한 죽음을!!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역시 조커가 나왔던 2편이 계속 생각납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서두요 아 2편의 그 조커의 그...그 느낌을 이기진 못하는구나. 사람들이 왜 전편보다 별로라 하는지 제 느낌이 먼저 그것을 알겠더라구요. 사실 썼던 것처럼, 아무리 배트맨을 새롭게 이야기하는 영화라도 저는 이 스케일이 배트맨이라는 인물을 최적으로 설명하기엔 역시 아주 훌륭한 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감독이 워낙 좋아서 훌륭하게 살린 건 맞는데요, 조커라는 절대악과의 일대일의 대결이 더 흥미롭고 짜릿했던 느낌..?

 

애인한테도 말했지만 저는 사실 다크나이트라이즈는 다이하드4 느낌도 났어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 사회의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그 느낌이라든지.. 네, 다크나이트라이즈와 같은 작품들은 비슷한 퀄리티라든지 비슷한 요소가 많은 작품들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다크나이트 같은 느낌의 작품은 아무리 거장이라도 쉽게 만들 수 없겠다는 느낌이 나더라구요. 저는 그 정도 차이인 것 같습니다. 뭐가 더 우월하고 뭐가 더 떨어진다 라고 표현하긴 좀 부적절한 것도 같아요.

 

 

4.

 

저는 이 시리즈 중 1부는 다시 봐야 할 정도로 기억이 가물가물하구요..2부에서는 참 브루스 웨인이 안 나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브루스 웨인보다는 배트맨이 더 많이 나온 느낌..? 조커와 싸우는 배트맨이 더 많이 나왔었는데 3부가 되서야 이제 브루스 웨인이라는 인물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으면서도 동시에 미묘하게 상충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인물에 관해서 저는 사실 이 로맨스 부분이 좀 마음에 안 들었는데요. 8년간 그렇게 폐인으로 있다가 사회에 나오자마자 만난 톡톡 튀고 재기 넘치는, 자기를 잘 도와주는 여자에게 홀까닥 넘어가버리다니. 물론 매우 그럴 듯 하지만 은근 연결이 좀...음...뒷부분에 캣우먼이랑도 확 잘 되는 걸 보면 음...뭐랄까요...연결이 매끄럽지 않았다고나 할까요. 약간 더 설득력이 넘쳤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마리옹 꼬띠아르를 생각해보면 저는 좀 약간 이 인물에 대해서 좋게 말하기가 힘듭니다. 반전 요소였던 건 인정하고, 매우 나름 충격적인 것도 맞긴 한데요... 이 인물이 갑자기 배트맨 허리에 칼 꽂으며 돌려대니까 베인이라는 인물이 저는 시시해보이더라구요. 갑자기 이따만해 보이던 남자가 줄어든 느낌? 끝도 허무하구요. 저는 사실 이 여자의 존재 자체가 베인과 배트맨의 1대1 대결의 끝을 교묘하게 회피하려는 술수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5.

 

 

액션신들은 기본적으로 다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결말이 저는 참 좋았어요. 훌륭하게 결말을 낸 느낌? 도식적인 듯 하긴 한데 그래도 그래 음, 이렇게 끝을 내야지! 하는 깔끔한 느낌이었습니다. 적어도 중간에 일을 크게 너무 벌렸다! 나 어떻게 해! 이런 느낌이 안 들어서 좋았어요. 딱 계산한 대로 끝을 내는 느낌이었어요. 배트맨이 은퇴하고 로빈이 나오는 설정도, 기존의 배트맨은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영웅이라는 말을 지킨 것 같아요. 배트맨이든 로빈이든 누구면 어떠겠어요.

 

 

음... 어찌 되었든 전 재미있게 보았답니다. :) 다크나이트나 다시 봐야겠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9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5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134
71040 강남ymca앞 신호등이 오류로 인해 파란불이었다 갑자기 빨간불로 바뀌어서 사고날뻔했어요 [6] military look 2012.08.09 1964
71039 [바낭] 영원히 살수있다면 [18] 내꼬마 2012.08.09 2403
71038 [AVI] 손연재 1예선전 경기 : 후프 & 볼 [14] 黑男 2012.08.09 3573
71037 [바낭] 남자 분들 손 예쁘다는 이야기 들으면 기분이 어떠세요? [17] 정독도서관 2012.08.09 4917
71036 오늘 각시탈 메피스토 2012.08.09 1035
71035 [바낭] 듀게의 버릇, 폐해 [1] 異人 2012.08.09 1569
71034 우디 앨런 타임지 기사 지엽적인 독해 질문~ [10] dlraud 2012.08.09 1946
71033 듀게 5분 대기조는 몇명이나 될까요 [5] 가끔영화 2012.08.09 1573
71032 올 여름이 진짜 더웠구나, 여름이 꺾였구나 바낭 [2] 안녕하세요 2012.08.09 2096
71031 여자배구 4강 불판 [103] 晃堂戰士욜라세다 2012.08.09 3049
» 차암 뒤늦은 다크나이트라이즈 보고 온 소감입니다. **스포일러 잔뜩!** [7] 비밀의 청춘 2012.08.09 2498
71029 중학생 남자애한테는 귀엽다고 하면 안되는거군요. [7] 유은실 2012.08.10 4203
71028 노트북 관련 커뮤니티는 어디가 있을까요? (vaio) [6] Ms. Cellophane 2012.08.10 1555
71027 오늘 구글 메인 페널티킥 12번 막았네요 [2] 가끔영화 2012.08.10 1549
71026 핸드볼 시작해요! [25] 꽃띠여자 2012.08.10 1780
71025 [바낭] 뉴스룸 7화 소감 (스포) [9] 나오 2012.08.10 3042
71024 노래)슬픈 영화는 항상 날 울려요 가끔영화 2012.08.10 1022
71023 혼자바낭 듀9)포인트가 안오르는거 같습니다(질문맨님만 클릭) [8] 가끔영화 2012.08.10 1094
71022 이지성 씨가 디씨인사이드 도서갤러리를 고소한다고 하네요 [6] 유우쨔응 2012.08.10 8182
71021 [바낭] 손 예쁜 남자의 심정 [5] bete 2012.08.10 38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