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Ruthy님 글과는 사실 "친구하자"고 한 거 외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생각나서 써봐요.


바야흐로 도쿄로 교환학생 가서 첫학기. 저는 야심차게도 제2외국어였던 중국어 수업을 하나 들어보기로 합니다. 그래서 수업 첫날 강의실을 찾아 헤매었어요.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길래 "여기 중국어 수업 맞니?" 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한 학생이 "아니 여기 조선어 (우리말을 이렇게 부르고, 당시 설명으론 한 80% 남한말, 나머지 20% 정도 북한말을 배운다고 들었습니다) 수업이야" 하고 알려줬죠. 거기에 이어 나오는 웅성거림. "앗 저기 네이티브가 있어."


그 무리 중에 있던 한 소년이 다가와서 저한테 말을 걸었어요. 내 이름은 ____인데 나 한국말 배우는 중이야, 우리 친구 하자. 그렇게 얼렁뚱땅 친구가 되어(?) 저는 걔 우리말 공부 봐주고, 걔는 제 일본어를 봐주고 그렇게 자주 만났어요. 집도 마침 그렇게 멀지 않아서 공원에서 놀기도 하고, 아 또 주유소 습격사건 (일본어 제목 어택 더 개스 스테이션'ㅅ';)도 같이 보러갔어요. 그러면서 각자 살아온 얘기 같은 것도 종종 나눴어요. 걔 가족사 얘기, 대안 고등학교를 다녔던 얘기 이런 걸 들었던 것 같아요. "너 그 가방 참 예쁘다. 어디서 샀니?" "이거 우리 자유의 숲 고등학교에서 만든 거야." "앗 가방을 만든다고? 어떻게 만드니?" "일단 학교에서 키우는 양을 데려온 다음..."


지금까지도 조금 감동하고 있는 건, 걔가 제 tsu 발음이 어린애같다고(;;) 놀리면서 그 발음으로만 이루어진 희한한 문장을 생각해 준 거요. 패스트푸드점 냅킨에 쓴 걸 주섬주섬 꺼내더니 "어제 햄버거 먹다가 썼다" 하고 주더라고요. 그래서 그 냅킨의 메모는 한참동안 간직했다는 그런 어린 시절의 얘기 되겠습니다. 금요일 아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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