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오늘까지 본 영화들에 대해 짧게 짧게.

혹시 영화제 후반부에 오시는 분들께 영화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스포는 없도록 쓰겠습니다ㅋ 내용누설은 티켓카탈로그 시놉시스 수준으로만..


사랑에 빠진 것처럼 - 역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카세 료도 카세 료지만 감독 이름 보고 골랐는데, 보면서 좋았어요.

키아로스타미 특유의 호흡 같은 것과 일본 배우와 풍경, 일본의 언어가 만나니 또 색다른 느낌이더군요.

어떤 면에선 <텐>이나 <클로즈업>이 생각났어요. <텐>은 그렇다치고 <클로즈업>은 왜 생각난 거지, 싶었는데

나중에 영화 보고 상영관에서 빠져 나오다가 키아로스타미 짱팬인 아는 분과 마주쳐서 그 분 얘기를 듣다보니 납득이 갑디다.

저는 사실 영화 보고 '좋다 좋은데......... ?!!!!' 하는 상태로 벙쪄서 나온지라 그 팬심 가득찬 찬사들을 거의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이 사람 지금 뭐라는거야'라는 상태로 집에 왔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 말들이 맞더라구요. 보자마자 그런 걸 다 파악하다니 대단한 팬심! 문제는 그 해석을 듣고 나니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안 되더라는 거ㅋ


여기에 대해서는 비프웹진 리뷰 글 하나투척. 물론 여기는 스포 같은 게 있을 수도.


http://biff.kr/artyboard/board.asp?act=bbs&subAct=view&bid=9612_10&page=1&order_index=no&order_type=desc&list_style=list&seq=24185


아, 카세 료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습니다 <-

다만 카세 료 팬이 너무 많아서 옆에 할아버지가 서운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즉석에서 핸드폰 어플로 플랜카드라도 만들어 드리고 싶었지만 어차피 일본어를 몰라서.....


카세 료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를 엄청 좋아해서 그가 일본에서 영화 찍는다는 소식을 듣고 

꼭 거기 출연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봤다던가 하는 얘길 듣고 놀랬어요.

집에 와서 찾아보니 데뷔도 아사노 타다노부 같은 배우가 되고싶어서! 이고 

필모의 감독들도 꽤 취향이 있는 거 같더군요.

그냥 흔한 일본 젊은 남자배우라고 생각했는데... (반함 게이지가 +35 상승했습니다.)


굿 바이브레이션즈 - 음악 영화일 줄 알았는데, 음악 영화라기보다는 북아일랜드 내전에 관한 곳에 더 포커스를 둔 영화더군요. 

전 좀 재치있고 코믹한 음악영화를 기대하고 간지라 약간 기대와 어긋나긴 했지만, 그래도 볼만한 영화였어요.



석류의 빛깔 - 영화 시작하고 바로 관객을 현혹하는 이미지의 향연에 감탄하며,

그래!!! 영화제에선 이런 영화를 봐줘야지!!!!!!! 라고 생각하고 약 15분 후부터 딥슬립..... 숙면...... 자다 깼는데 아까 본 이미지인 거 같고 꿈인 것도 같고 가뜩이나 몽환적인데 잠도 오고...

그래서 자다가 '으안돼 이런 좋은 영화를!! 필사의 힘으로 눈을 떠야해!!'하고 눈을 떴더니 엔딩크레딧ing....

하여튼 꼭 한 번 봄직한 영화인 거는 같은데....... 오전 10시에 볼만한 영화는 아닌 거 같네요 T_T



홀리 모터스 - 상영관에 들어갔더니 사방팔방에 레오 까락스 팬들이 포진.

서로 모르는 사이인 듯한 분들이 '레오 까락스 좋아하시나봐요? 어떤 영화 가장 좋아하세요?' 등의 대화를 주고 받는 것도 엿들었어요 ㅋㅎㅎ

전 레오까락스 그다지 팬까진 아닌데 주말에 저따위가 한좌석을 차지하고 앉아서 본 데에 대한 조금의 죄책감이 들었어요. (사실 전 개봉하고 봐도 됐는데.... 좋아하는 감독 신작은 하루라도 빨리, 제일 처음으로 보고싶잖아요!)


영화는 볼만 했는데 레오 까락스에게서 드니 라방을 빼면 굉장히 다른 영화들이 됐겠다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만큼 드니 라방의 존재감이 빛나는 원맨쇼 같은 영화였어요. (물론 영화 자체도 좋았고요.)



웃는 남자 - 이 소설을 정말 짱 좋아해서 좋아하는 작가를 물으면 꼭 빅토르 위고라고 하고 다녔는데요ㅎㅎ

그래서 '언젠가 꼭 만들고 싶은 영화 로망리스트'에 상위랭크 되던 이야기인데, 누가 만들었더라구요.

제가 그전에는 imdb에서 발로 검색을 해서, 이 소설 영화화 된 작품이 20년대에 나온 무성영화 한 편인 줄 알았는데

요번에 다시 검색해보니 다섯 번인가 여섯 번인가 영화화 됐더라구요. 최근은 66년? 91년도 있었던가 헷갈리네요. (제목이.. 어렵...)

하여튼 어떤 버전이든 볼 기회가 없어서 영화화된 건 전혀 못 보다가 이번에 본 거였는데, 그냥 상상하던 대로 잘 만들긴 했어요.

어차피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아성에 영화로 도전장을 내밀긴 힘들 것이고 문학만 할 수 있는 영역도 있다고 생각해서,

딱 이야기 전개의 측면에서만 보면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대로 열심히 만든 듯 했어요.

다만 그냥 그게 끝. 차라리 <슬픈 광대를 위한 발라드> 같은 풍의 괴기스러운ㅋ 느낌으로 만들어졌더라면 더 새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은 미드나잇패션2인데요. 영화 얘기 전에 제 자랑을 좀 하자면 저 세 편 보는 동안 단 1분도 안 졸았어요!!!

매년 영화제마다 심야상영 꼭 한 번은 챙겨보는 편인데 대체로 10분 정도는 졸았거든요. 이번에는 필사의 힘을 짜내서..


사슬 - 데이비드 린치 딸내미 제니퍼 린치 영화입니다. 그, 박싱 헬레나로 더 유명한.. 이 영화 때문에 미드나잇2를 골랐는데

과연 잘한 선택이었어요. 스릴도 있고 만듦새도 좋고 배우들도 엄청 적역 같고, 하여튼 좋네요. 낮타임에라도 보실 수 있는 분은 보시길.

물론 미드나잇패션 특성상 보고나서 기분은 더러운 영화입니다 하하하.


컨플라이언스 - 전 이 영화, 시놉시스 읽고 사실 자는 타임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인기가 많더라구요.

선댄스 화제작이라는 게 이 영화였던가요? 하여튼 낮타임 상영 표도 구하는 분들 많고 하길래 뒤늦게 기대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좀 지루한 부분도 있긴 했지만요. 

(심지어 객석에서 영화보는데 지루하다고 짜증내는 소리도 들리고, 제 옆자리에 앉은 관객도 이 영화 제일 기대된다며 상영전에 설레하던데...영화 끝나고나서 '올해 본 영화 중에 제일 재미없다'는 혹평을ㅋㅋ)

다만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던데, 피해자들의 동의 여부는 궁금했어요. 


시니스터 - 에단 호크가 주인공이더군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드니 라방이랑 에단 호크 닮지 않았나요? 거기에 좀 덜 닮았지만 덱스터 주인공까지.. 왜 닮게 보이지. 앞의 두 사람은 진짜 닮은 거 같아요.

영화 너무 무서워서 귀막고 봤어요. 중간중간 눈감고 본 부분도 있네요 ㅎㅎ 호러영화 공식대로 밤에는 긴장감조성-낮에는 좀 긴장완화 이런 리듬이 계속 됐는데

왜 그렇게 밤이 자주 빨리 오는지 ㅠㅠㅠ 무서웠습니다...



엔젤스 셰어 - 미드나잇 패션 세 편을 한숨도 안 자고 관람하고 바로 3시간 자고 일어나서 이걸 보러 갔습니다.

진짜 켄 로치 영화만 아니었어도 표 버리고 잤을 거에요. 그래도 한 때는 좋아하는 감독 말하라면 세 손가락 안에 꼽던 감독이라서 신작이라니 놓칠 수 음스! 하면서 초인적 힘으로 달려가서 봤어요.

백프로 잘거라고 생각하면서 들어갔는데 역시 10초도 졸지 않았어요!

간만에 정말 귀엽고 웃기면서 다소 감동적인(?)영화를 찍었더군요. 이 '다소 감동'은 켄 로치 영화에 빠지지 않는 거 같지만..

영화 장면 중에 좀 드럽고 비위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관객들이 다들 '이엑!!'하고 외국인들은 'fuck!! oooh!!' 하고 심지어 누가 헛구역질을 하셔서 ㅋㅋㅋㅋ

엄청 재밌게 봤네요 영화제에서만 느끼는 잔재미ㅋㅋㅋㅋㅋ

미드나잇패션 때도 그랬지만 외국인 관객들이 가끔 미드에 나오는 주인공의 방정맞은 친구(그러니까 세스 로건)처럼 리액션 할 때 뭔가 주위사람까지 덩달아 빵 터지는 거 같아요 ㅋㅋㅋ



맹목적인 기회 - 키에슬롭스키 영화였는데 엄..... 초반에 다른 관객분의 소소한 행동때문에 집중을 잘 못해서 안타까운 영화입니다.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제대로 빠져서 봤는데 썩 괜찮네요. 이래서 키에슬롭스키네요(?) 사실 전 이 감독 영화를 많이 못 봤고 (제대로 본 건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뿐인 듯)

별로 큰 관심도 없었는데.. 다른 작품들을 늦었지만 찾아봐야겠단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극장 상영이 별로 없는 영화 같아서, 시간닿는 분이면 이 기회에 극장에서 한 번...



실종신고 - 홈페이지에서 스틸컷만 보고서는 <독일영년> 같은 영화를 생각했는데요. (그 약간 폐허더미에 아이들이 잡힌 스틸컷이라서..)

그렇진 않았고 오히려 어른의 로드무비이자 성장담 같은 영화였어요. 피리 부는 사나이 동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만든 영화라고 소개돼있던데

GV에서도 감독이 그 얘기를 하더군요. 그 동화의 결말이 '피리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을 어딘지 모를 산으로 데려가버린다. 그 후로 산쪽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실려왔다.'

뭐 그렇게 끝나는 게 마음에 들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던데 그 동화 끝이 그랬었군요.

영화 볼 때는 그렇게 좋은 줄 몰랐는데 집에 오는데 계속 생각나요. 묘한 여운이 있는 영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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