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편과 아내 이야기에요. 

늦은 새벽 부엌 식탁에 앉아 남편은 학생들 시험지를 채점하고 부인은 차를 마시며 독서를 하고 있어요.

조금 쌀쌀한 날이었지만 난방을 하고 있어 실내는 따듯하네요. 

남자는 조금 피곤하지만 기분이 좋습니다. 

이게 사는 거지, 뭐 그런 생각도 들고. 

아무튼 그런 밤이에요. 


채점을 끝낸 남편은 부인과 담소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가볍고 친밀한 사이좋은 부부 사이의 대화. 

아이들 이야기, 이웃 이야기, 언젠가 초대 받았던 동료의 파티 이야기. 

그런데 갑자기 부인이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어졌어요. 

남편은 이유를 묻고 부인은 얼버무려요. 

호기심이 동한 남편은 짓궂은 농담을 하며 재차 묻고 부인은 뭔가 곤란해하지만 

포근한 실내, 따듯한 차, 친근한 대화의 마법에 넘어가 고백을 합니다. 

동료의 파티에서 외도를 했다는 고백. 

이미 지난 일이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부인은 남편의 반응에 깜짝 놀라지만 이제와 담을 수는 없는 노릇. 

결국 부인은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술이 떨어져 술을 사러 집주인과 나간 사이에...)

남편은 분노합니다. 부인이 아무리 달래고 용서를 구해도 좀처럼 분노를 잠재울 수가 없어요.


결국 이런 이야기가 흔히 그렇듯 남편은 부인을 충동적으로 한대 때리고 집을 나갑니다. 

밖은 춥고 갈 곳이 없지만 무작정 걷는 거죠. 

길을 따라서, 아래쪽으로, 뚜렷한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집을 나선 남자는 밤 늦게까지 연 술집에 들어가서 술을 퍼마시고 

다른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고, 결국 얻어 터지고 쫓겨나요. 

남자는 집에 돌아가고 싶고, 아이들을 보고 싶고, 인생 이대로 끝난 거 같고 아무튼 무지 슬픕니다. 

그러다 주류판매점에서 싸구려 위스키를 사서 길바닥에서 퍼마셔요. 

어느새 해가 뜨고

묘한 진정 상태에 접어든 남자는 어제도 오늘도 그렇다고 내일도 아닌 인생의 어느 한 지점 

어느 곳이라고는 집어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 곳도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 곳에 들어선 채 

텅 빈 기분을 느끼며- 어쩌면 읽는 사람만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소설은 끝이 납니다. 


전형적인 미국 단편 소설이죠. 

리처드 예이츠 분위기도 나고 리처드 포드 단편 중에도 비슷한 게 있고 

카버나 치버 둘 중에 하나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통 기억이 안 나요. 



2. 

이건 더 유명한 소설 같아요. 


한 여자가 한적한 산길을 가는데 갑자기 차가 고장나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중에 어떤 차를 얻어 타게 됩니다. 

일단 전화를 할 수 있는 곳에 가서 전화를 하려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그 차는 정신병원으로 가는 차였던 거예요.

영문도 모른채 그저 전화기를 찾을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을 따라 정신병원에 들어간 여자는

그대로 정신병원에 수용됩니다. 정신병자로 오인 되어서요. 

물론 누구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죠.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니까요. 

수용생활을 하며 이런저런 사람들의 비위를 맞춘 끝에 결국 남편과 통화에 성공한 그녀는 

남편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지만, 막상 찾아온 남편은 원장과 면담을 해요.

그리고 부인이 정신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지요. 

왜냐면 그들이 제시한 증거- 부인이 병원에서 보여준 행동들은 정신병에 그대로 부합하거든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남편은 그녀에게 몸조리 잘하라고 말한 후 떠나요. 

그리고 병원에 남은 그녀는 미쳐갑니다... 


이건 마르께스나 다른 중남미 작가의 단편인 거 같은데 정확하게 모르겠네요.



3. 

이건 상대적으로 최근 소설이에요. 

영미권 소설이고, 여류 작가의 소설이며(아마), 비교적 젊은 작가입니다. 


일상에 찌든 부장급 남자가 사무실에 잠입해 상사의 화초에 오줌을 누고 도망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건 조금 시시하네요. 

일상에 찌든 부장급 남자가 해고 당한 후 사무실에 몰래 잠입해 자신의 방에 있던 화초에 오줌을 누고 나오는 이야기 같아요. 

그렇지만 이건 좀 많이 찌질하고... orz 


남편은 부인에게 기가 눌려 지내는 사람이고 그래서 부인에게 어떻게 말할지가 더 걱정이고

출퇴근 시간에 항상 옆집 꼬마를 지나쳐요.

그 꼬마는 발달지체가 있는데 항상 이 아저씨를 보고 소리치나? 

이상한 질문을 하나? 뭐 그런 아이인데

남자가 오줌을 싼 후 도망치듯 떨리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에서 

다시금 그 아이를 만나고 그 아이에게 욕을 하나? 

그 아이에게 따듯한 말을 하나? 

그 아이를 보고 비로소 진정한 공포(그러니까 그건 실직한 자신의 현실에 대한)를 느끼나? 

뭐 그렇게 끝나는 내용입니다. 

물음표가 너무 많네요... 



요즘 기억력이 너무 떨어져서요. 

문득 문득 떠오르는 소설의 장면들이 있는데 

어떤 장면들은 무척이나 생생한데 어느 작가의 어느 소설인지가 통 기억이 안나요. 

이 글을 일종의 퀴즈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만 

제가 정답을 모른다는 게 함정. 


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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