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CGV에서 프랑켄위니 마지막 상영을 보고 오는 길입니다.

상영시간 5분전에 극장에 도착해서 발권을 하는데 맨앞줄과 두번째줄에 3석 남아있더라고요.

역시~ 마지막 상영이라서 대낮인데도 이렇게 꽉 차는군! 왠지 뿌듯한 마음으로 상영관으로 들어서는 순간,

무언가 낯선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 15년간 드나든 극장의 느낌이 아니었어요.


우글우글 와글와글 사운드와 폭주 달리기가 뒤섞인..

고등학생 단체관람이었습니다.

살짝 패닉이 왔지만 마지막 상영이니 미룰 수도 없고, 이것도 새로운 체험이다.라고 생각하고 제 좌석을 찾아갔지요.

제 자리에 남학생이 앉아있더군요.


- 오렌지 : 저기요, 이 자리 맞으세요? 

- 남학생 : 네, 맞아요

- 오렌지 : 그런데.. 제 티켓에 보면 이 자리가 제 자리에요. 티켓 확인해보실래요?

- 남학생 : 우리는 좌석번호 없는데요

- 오렌지 : 그러니까.. 그런데.. 제 자리에요...

- 남학생 : (옆자리 친구에게) 야! 뒤로 가자! XX 짱나네.


단체관람 티켓은 좌석번호가 없나봅니다. 학생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어쩌겠어요. 제 자리잖아요..

곧 영화가 시작되었고, 조금 시끄럽고 산만하긴 했지만 차라리 앞쪽 자리라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래 뭐! 인도극장에서도 영화볼 때처럼 축제 분위기라고 생각하자! 했지요.

하지만 곧, 축제가 아니라 테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 뒷자리 여학생이 두 발바닥을 동원해서 제 좌석을 계속 밀어댑니다

2. 온 상영관의 학생들이 팝콘을 엄청나게 먹습니다. 다 먹으면 나가서 또 사옵니다

3. 학생들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아요. 스파키 실험 장면에서는 '개고기 되겠다!' 단말마의 외침이...

4. 지루한 학생은 애니팡을 합니다

5. 갑자기 한 학생이 뚜벅뚜벅 걸어와 제 옆 통로에 서서 제 옆자리 친구에게 '돈 있냐? 콜라먹게'라고 합니다 

6.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몇몇 학생들은 계속 스크린 앞으로 뛰어다닙니다


아.. 영화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군요.

영화가 끝나자 학생들은 정말 순식간에 빠져나갔습니다. 

저는 상영관 밖에서 학생들과 섞이고 싶지 않아서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계속 앉아 있었지요.

불이 켜지자 극장 직원이 거대한 비닐봉투를 들고 들어오더군요.

참담했습니다. 다먹고 내던진 팝콘용기와 콜라컵이 정말 쓰레기장처럼 나뒹굴고 있었거든요.


상영관을 나오자 교사로 보이는 중년여성 3명이 티켓을 쥐고 지폐를 세듯이 손가락으로 넘겨가며 세고 있더군요.

학생들에게 극장매너 정도는 가르치셨으면 합니다..라고 할까도 싶었지만, 제 성격이 그렇진 않아서요.

도끼눈빛 한번 날리고 뒤돌아 섰습니다.

CGV는 단체관람이 있을 때는 일반관객은 받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특히나 좌석번호가 없다면 더더구나 말이에요. 이부분은 CGV에 문의하고 클레임을 하려고요.


그리고 언젠가 다시 오늘같은 이벤트가 발생한다면, 그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환불할겁니다.


(아래부터 스포 있습니다)


어쨌거나, <프랑켄위니>는 너무 즐거웠습니다. 블루레이가 나오면 꼭 사고싶을 정도로요.

프랑켄슈타인 부부가 폰부스 안으로 대피했을 때, 

부스유리에 얼굴을 착착착 들이밀던 민물새우 변종님들의 못된 표정을 잊을 수 없어요^^ 

한땀한땀 만든이들의 정성이 담뿍 담긴 행복한 작품이었습니다.


정상적인 극장환경에서 한번 더 보고싶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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