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작가와 한국 여배우의 만남

2012.10.27 11:55

Isolde 조회 수:2438

<국화의 칼>의 저자는 일본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한다. 
개인적 발로가 아니라 정부가 의뢰한 일이지만 일본의 문화보고서는 위의 이유만으로 사장되지 않았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저자는 어떨까?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도 않고 작가는 일본에서 살았던 배경만으로 소설을 적을 수도 있었겠지만, 한국지명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나온다. 
처음으로 지상과 접하는 클론이 묘사한 강원도 산맥 위의 동터오는 바깥세상의 아침, 강물 위의 대모산, 그리고 "흰 눈은 어스푸레한 빛 속에서 라일락 꽃" 같았다는 첫눈의 장면은 찡했다. 

한국에는 겨울이 없고 눈도 없다는 무지한 구미 독자에게는 놀랍고 신선할 것이다. 
아시아는 무조건 온통 무더운 곳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 동부에 있는 훗카이도로 큰 사슴 사냥을 간다는 한국인을 소설에서 대담하게 묘사한 작가는 일본 우익에게 테러를 당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한국 게시판은 벚꽃 타령이다. 
벚꽃이 한국에서 일본인에게 애호 받는 사실만으로 폭행을 당하는 것에 깊은 조의를 표한다. 

작가가 클론을 통해 <인어공주>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에 관한 어두운 보고서라고 했다. 
유년 시절 운명과 사랑에 버림받은 인어공주보다 인간과 인어 그 어떤 곳에서 속하지 못한 그 모습에 통증이 있었다.

클론 역을 할리우드 여배우가 한다고 했을 때 수 많은 원작 팬의 실망과 항의를 읽었다. 
<21>에서 블랙잭의 확률싸움을 하는 핵심 두뇌는 백인이 아니었다. 원작을 뒤엎고 영화 제작자가 백인 배우로 모두 대처했을 때 게시판은 인종전쟁터가 되었다. 

한국은 이 영화배경이 왜색이 강하다고 지엽적인 사건으로 싸우고 있지만, 세계는 근본적인 문제로 싸우고 있다.

개인적으로 영국작가와 한국 여배우의 만남을 기다렸다.

손미 451의 오리즌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기록관이 '당신의 관점에서 본 진실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클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 복제)은 '나에게는 다른 어떤 관점에서의 진실도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다. 

시작은 건조하고 공허하다. 
그러나 영화 등이 금지된 기업 관료체계의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폐기처분이 된 과거 영화로 서로 위로받았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영화는 역사를 정지시키고 잃어버린 세계를 잠시나마 복원시키고 부활시킨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건물과 이미 흙으로 돌아간 인물에 빠졌다'. 

새로운 세계와 조우하게 해주고 적을 위해서 같이 싸웠던 연인이었던 이가 비참한 죽임을 당하고 기록관 앞에서 대면하는 장면에서 클론역을 맡았던 한국 여배우는 그 사람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계속 나와서 NG가 많이 났다고 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주요 배우들이 시대는 물론 성별과 인종을 바꾸어서 연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분장의 어색함을 찾는 것보다 더 의미있는 일이다. 
배우들은 계획보다 더 많은 역을 맡게 된 것도 재미있는 게임같은 경쟁에 뛰어들어서라고 한다.  이러한 시도는 소설의 주제와도 상통한다. 

비록 동양에서 윤회사상이 식상하더라도 당신도 과거와 미래에는 다른 인종일 수가 있다는 발상은 타인종에 구실링거리는 자들을 날려버릴 수 있는 신선한 장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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