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디언'이 방송탄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진 않네요. 송새벽? 인가 하는  배우가 전라디언 운운했던가...

 

전라디언은 그냥 '전라도' + 'ian'을 합성한, '순수하게' 전라도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아닙니다. 물론 비틀즈코드 피디는 너무나 뻔하게도 이렇게 변명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디씨 소위 정사충(이젠 일베충에 밀려 잊혀져가는..슬프다)류 들에게서 시작됐죠. 길게 설명하는 것 조차 손가락이 더러워지는 기분인데, 걍 한마디로 '슨상님' '홍어'랑 같은 맥락이죠. 솔직히 인터넷 할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의미를 모른다는게 더 이상하고 거짓말입니다. 왜냐면 이런 식의 호남을 조롱하는 유희(?)는 특정의 제한된 커뮤니티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이미 광범위하게 대중화;된지 오래거든요. 온라인에서만 그럴까요? 오프라인에서도 공공연하게 '재미나고 신나는 말장난'처럼 쓰입니다 이젠.

 

저는 '일베가 뭐 대수라고 괜히 별것 아닌것 가지고 심각하게 오바한다'는 식의 반응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아니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위험하거든요 얘들은. 성격이 단순한 악플러나 인터넷 찌질이, 키워, 별난 극우무리랑은 좀 다릅니다.

 

일베류의 기원은 결국 디씨에서 찾아야 하고, 그 디씨가 극우+호남조롱 분위기로 바뀌어갈 때, 초창기 인터넷에서 '엽기'문화로 지칭되던, 모든 권위주의적이고 힘있는 것들을 이미지 합성이나 패러디로 비웃던 문화가 극우+호남조롱을 즐기는 부류와 결합해서 나온 산물이 지금의 일베류인거죠.

 

어떤 사람들이 '근데 일베충 부류가 만든 짤방이나 플래시같은거 보면 얘들이 잘 만들고 재밌긴 해'라는 식의 말을 하는데, 그래서 위험하다고 봐요. 이를테면 각잡고 정색하면서 쓴 글의 내용이 '호남지방에서 김대중에게 선생님 자를 안붙이면 집단구타당해서 죽을 수도 있다' '전라도 지방에서 태어난 인종들은 DNA에 남에게 사기치는 인자가 각인돼있다'같은 얘길 하면 다들 미쳤다고 하겠죠. 아무리 진정또라이라도 적어도 대놓고 '음 그래 옳은말이야'라고는 못할겁니다. 쪽팔리니까.

 

일베충들은 저런 이야기들을 마치 가볍게 주고받으며 농담따먹기 할수있는 소재, 가학성 TV 코디미프로그램에서 출연자를 괴롭히는 것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처럼 누군가를 괴롭히고 조롱함으로써 얻는 소소한 즐거움인 양 생산하고 나누고 유포합니다. 그 내용은 제정신으로 못할 무지막지한 것이고 이미 표현의 자유니 뭐니하는 소리는 개소리가 되는 수준인데, 애초에 접근 자체를 가볍게 하는겁니다. 이걸 가벼운 것으로 착각하고 또 착각하게 만들어요.

 

혹자가 이렇게 항변하기도 합니다. "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단지 인터넷에서 잠시 웃음거리를 찾는 것 뿐이야" 미안하지만 그렇게 되질 않아요. 거대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그 커뮤니티의 성격이 아주 뚜렷하게 규정되면, 그 안에서 어울려 놀려면 일탈하지 않아야 합니다. 일종의 규칙인거죠. 내가 심지어 전라도 사람이라도 '일베충들'사이에서 즐기려면 눈치없이 정색해선 안됩니다. 하하호호 슨상님 홍어를 말리고 땅크가 들어오고 무현이가 운지를 하고... 입에 담을수도 없는 말들을 태연하게 주고받는 룰에 굴복하고,  그 안에서 더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돋보이고 '와 쟤 웃긴놈이네'라는 평판을 얻으려면 그런 공유하는 언어의 용법이 더 강렬해져야 해요.

 

일베 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정사갤 등등 커뮤니티에는 이미 10대가 많았어요. 아니, 10대가 아니더라도 거기 드나드는 사람중 대다수는 뚜렷하게 이념적 지향이랄게 없는 사람들입니다. 적어도 그 안에서 어울려 놀기로 작정하기 이전까지는요. 여기부터는 순전히 제 생각인데, 소위 일베충류들의 대부분은 애초에 '역할놀이'로 시작한 부류가 대부분일겁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논객 행세하는 사람도 있고, 이번에 진중권에서 망신당했던 놈처럼 제딴에는 자기가 대단히 우월한 명분과 논리적 정합성 치밀성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 부류도 있죠. 이런 사람들이야 애초에 자기가 믿는걸 보는 사람이니 일베니 정사갤이니 하는거랑 상관도 없습니다. 문제는 거대한 '막장' 커뮤니티 안에서 무제한의 배설이 주는 쾌감을 즐기려고 역할놀이로 시작하는 대다수의 '충'들인거죠.

 

요즘 우리의 24시간에서 인터넷에서 마우스 클릭하고 키보드 두드리는 시간의 비중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스마트폰이 보급되었으니 이젠 더하겠죠. 매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소통하고 그걸 더 강화해나가는 날들이 반복되면 그건 이미 역할놀이가 아니에요. 그냥 그게 '나'인거죠.

 

방송 자막에 태연하게 전라디언을 입력할 수 있는건, 그 사람이 멘탈이 甲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은 '전라디언'이란 말을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된겁니다.

 

'원래 의미는 퇴색되고 단지 웃기는 말이라는 이미지만 남았으니 괜찮은것 아닌가' 글쎄요. nigger라는 말은 영어권 문명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날까지도 계속 nigger의 의미를 온전히 담은채 남을걸요. 전라디언, 오오미, 슨상님, 홍어, 노운지 등등, 이런 말들이 '의미가 퇴색'되었다구요? 새빨간 거짓말이죠. 한편으론 그런 더러운 역할놀이를 더 당당하고 더 지속적으로 하고싶다는 욕망이 만들어낸 치졸한 변명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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