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하는 복싱 이야기

2012.12.10 22:36

산체 조회 수:3379

일단 저는 이시영씨에게 별 감정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맞는게 무서워서 생활 체육 복싱 대회도 나가길 꺼려하는 나이롱 생활 체육인입니다. 이 복싱이라는 운동이라는게 아무리 잘해도 힘듭니다. 시합에 나간다고 했을 때, 제가 해 본 시합이래봐야 2분 2라운드짜리 생활 체육 대회였지만, 그 시합 자체도 힘들고 그걸 준비하는 과정도 힘듭니다. 그런데 시합 나가서 못하면 더 힘들죠. 아픕니다. 서럽고 쪽팔리기까지 해요. 이건 다른 운동과 결정적인 차이점입니다. 맞으면 아픕니다. 준비하는 단계에서 부터 고통에 대한 공포와 싸워야 하며 그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매소드 복싱이나 스파링이 아닌 대회에 나가려면 상당한 용기와 각오가 필요합니다. 물론 그래도 재미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하죠. 하지만 전업으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선발전 같은 복싱 대회에 나가는건 대단한 각오 없이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시영씨는 대단한 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 지만 저는 몇몇 경기들에서 이시영씨가 편파 판정으로 승리를 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이시영씨의 문제가 아니라 복싱 협회의 문제입니다. 아마 복싱과 프로복싱 연맹과 협회가 다른 기구인데 하는 짓은 둘 다 똑같습니다. 무능력하고 불공정합니다. 승부의 현장에서 그러한 협회의 부조리 때문에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아마 복싱의 경우 지금 동양태평양 라이트급 챔피언을 하고 있는 김민욱 선수의 사례를 들 수 있을 겁니다. 다음에 가면 전상영의 "청춘이 청춘일 때"라는 만화에서 김민욱 선수의 사연을 보실 수 있는데 그런게 일반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프로 복싱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김지훈 선수와 김동혁 선수의 경기를 보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올 지경입니다. 


애초에 전 48kg급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올림픽 정식 정목에 여자 복싱이 포함되어 있지만 48kg급이라는 체급은 없습니다. 51kg급이 최저 체급이죠. 그러면 상식적으로 이시영 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이 되려면 51kg급의 몸을 만들어서 51kg급 선발전에 참가해야 할 겁니다. 근데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 48kg급에서 우승을 한 선수가 51kg급에서 우승한 선수와 맞붙어서 국가대표를 선발할 겁니다. 48kg급에서 우승한 선수가 51kg급에서 준우승한 선수보다 국가대표로서의 자격이 더 있는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밑에 보면 복싱룰에 대해 말씀을 하셨는데... 일단 프로복싱룰과 아마복싱룰이 다르다는 것부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마 복싱룰은 너무 자주 바껴서 저도 요새 복싱룰이 뭔지 좀 헷갈리긴 했는데 이시영선수 건 때문에 다시금 확인을 했네요.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을 해보죠. A라는 선수와 B라는 선수가 4라운드 동안 복싱 경기를 한다고 합시다. 1라운드 동안 열심히 경기를 했는데 A선수는 B선수를 10대를 쳤다고 가정합시다. B선수는 A선수를 한대도 못 때렸고요. 그런데 2라운드부터는 상황이 역전 되었습니다. B선수는 A선수를 3대 때렸는데 A선수는 B선수를 한대도 못 때렸습니다. 2라운드와 똑같은 포인트로 4라운드까지 경기가 지속이 되었다고 해보죠. 그러면 최종적으로 선수는 B선수를 10대 때렸고, B라는 선수는 A라는 선수를 9대 때린 셈이 될 겁니다. 이 때 승자는 누가 될까요? 프로 복싱 룰에서는 B선수가 승자입니다. 비록 때린 횟수는 A선수보다 적지만 9분 3라운드 동안 B라는 선수가 더 효율적인 경기를 했다고 볼 수 있겠죠. 종합격투기 등을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라운드에 따라 누가 더 우세했는지 부심들이 판정을 하고 그에 따라 총점을 주는게 프로 복싱의 채점 방식입니다. 한 라운드에서 우세했던 선수는 10점 열세였던 선수는 9점을 받습니다. 여기서 다운을 빼앗기면 한점씩 감점이 됩니다. 이 경우 A와 B의 점수는 27대 29가 되겠죠. 아마 복싱은 조금 다릅니다. A 선수가 승리하게 됩니다. 한 대 때릴 때마다 점수가 올라가는 방식이거든요. A 선수가 한대라도 더 때렸으니 A 선수의 승리입니다. 그런데 현행 아마 복싱 룰에서는 파워펀치만 유효한 점수로 인정을 합니다. 어떻게 서로 왔다갔다하다가 내 주먹 너클 파트에 상대 선수가 걸렸다고 점수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상대 선수에게 데미지가 들어갔다고 판정단이 판단한 경우에만 점수로 인정이 됩니다. 아마 현재 선발전 복싱 룰에서는 4명의 선심 중 3명의 선심이 유효타로 인정을 해야 점수로 인정될 겁니다. 한 때는 파워펀치든 뭐든 대충 걸리기만 하면 점수가 올라가서 아마 복싱선수들의 경기 스타일이 그 쪽에 유리한 방식으로 몰렸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새는 그건 아닙니다. 근데 이건 워낙 왔다갔다 합니다. 한참 전에는 또 지금 룰이었거든요. 지금 세계 아마복싱연맹 회장인가가 룰을 또 바꾸려고 한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여기서 판정단의 판단이 포인트 입니다. 사실 이건 복싱 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의 공통점일텐데 주최측에서 장난을 칠 여지가 만들어 집니다. A라는 선수는 대충 스쳐도 유효타라고 판정을 하고 B라는 선수는 때려도 유효타라고 인정을 안하면 됩니다. 부심 한 명만 그런 각오로 경기를 판정하면 됩니다. 말도 안되는 거 같으시죠? 올림픽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경기를 아래 동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경기에서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우리나라 선수가 최종 승자가 됩니다. 은메달에 그친 빨간 유니폼의 로이 존스 주니어라는 선수는 훗날 무하마드 알리에 버금가는 중량급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이름을 날립니다. 지난 올림픽 때 여러 종목의 편파 판정으로 많은 분들이 분개하셨는데, 원래 이 바닥이 이렇게 돌아간다는 걸 알면 좀 덜 억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 늘 경기에서는 이시영씨가 이긴게 분명합니다. 확실히 상대 선수를 압도하는 느낌이 있었죠. 하지만 제가 문제 삼는건 선발전 첫 경기 때 판정입니다. 제 판단에 의하면 분명 근소한 차이로 상대 선수의 유효타가 더 많았습니다. 포인트에서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한 2점에서 3점 정도 될거에요. 누가 더 적극적이었느냐, 어그레시브 했느냐를 떠나서 포인트로 들어갈만한 펀치에서 그랬다는 겁니다. 이런 경우 많이도 필요 없이 조금만 이시영 선수 입장에서 채점을 하면 승부는 뒤집힙니다. 물론 이건 큰 차이가 아니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이시영 선수 복싱 스타일도 문제가 있습니다. 클린치를 그렇게 적극적으로 하면 안되죠. 아마 복싱에서는 그런 식으로 하면 바로 감점이 들어갑니다. 프로 복싱에서는 주심이 경기 중에 감점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고의적으로 버팅을 하거나 로우블로를 때리거나 명백하게 룰에 벗어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경기를 중단 시키고 선수의 팔을 잡은 뒤 부심들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마 복싱은 생각보다 감점이 자주 발생합니다. 소극적으로 경기를 해도 감점을 줘요. 프로에서야 안들어가고 소극적으로 하면 어짜피 점수를 따기 어렵습니다. 굳이 주심이 개입해서 감점을 줄 필요가 없는거죠. 하지만 스파링 비슷한 걸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들어가는 쪽보다 받아치는 쪽이 더 때리기 쉬워요.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선수의 경우에는 더 그렇습니다. 소극적으로 할수록 유리하죠. 근데 두 선수가 모두 소극적으로 하면 경기가 되겠습니까? 그래서 아마 복싱에서는 주심 판단이나 재량에 따라 감점을 많이 줍니다. 그렇게 감점을 많이 주는 사례 중 하나가 오늘 경기처럼 의도적으로 자주 클린치를 하는게 보이는 경우에요. 프로 복싱은 클린치에 관대한 편이지만 아마 복싱은 그렇지 않아요. 국제 경기에서 저런 식으로 클린치를 하면 주의 없이 바로 1점 감점입니다. 말도 안되는 경기인데 이시영 선수가 질 경기를 이겼다고 하는게 아닙니다. 분명 내용에서 큰 차이는 아닙니다. 하지만 주최측에서 이시영씨를 중심으로 경기 운영을 하는게 분명한 상황이에요.




그리고 이시영씨 기량에 관한 말도 잠깐 언급이 되었는데... 제가 볼 땐 현재의 이시영씨는 엄청나게 큰 약점을 한가지 가지고 있습니다. 전업선수, 그러니까 프로나 아마추어 복싱 선수와 일반 생활 체육 선수의 가장 큰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마 기술적인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실 겁니다. 맞습니다. 프로 선수와 스파링을 하면 기술적인 부분에서 저 사람은 나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구나 라는걸 느끼게 되죠. 하지만 전업 선수와 상대를 할 때 일반 생활 체육 선수가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벽은 체력입니다. 2분 4라운드를 뛰건 3분 3라운드를 뛰건 실제 경기 시간은 10분 안쪽이죠. 복싱 경기를 하는건 1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기를 하는 것보다 힘들면 힘들었지 쉽지 않습니다. 저도 나름 구력이 좀 되고 운동을 꾸준히 했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가끔 아마추어 경기 준비하는 중고등학생들 운동하는거 보면 좀 무서웠어요. 운동의 강도와 시간에서 경기 준비하는 전업 선수들의 운동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물론 이시영씨도 선발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운동을 많이 했을 겁니다. 그런데 선발전 1차전 마지막 라운드를 보세요. 클린치의 빈도가 늘어날 뿐 아니라 클린치 후 상대방에 움직임 때문에 넘어지는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게 상대 선수가 쎄게 밀어서 그런게 아니라 이시영 선수 힘이 없어서 그런거에요. 그 전까지는 안그랬잖아요. 그리고 점점 가드가 떨어집니다. 머리로는 가드를 올려야 한다는걸 알아도 힘이 떨어지면 손도 제대로 안 올라와요. 우리나라 복싱 저변이 넓지 않은 편이라 이시영씨의 상대 선수들도 그렇게 전문적으로 운동을 오래동안 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선발전 첫 경기 이소연 선수와 비교해도 이시영 선수는 후반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게 보입니다. 이건 이시영 선수가 부족해서 그런거라기 보다는 전업 선수가 아닌 부업 선수의 한계입니다.



저도 복싱 생활 체육인으로서 이시영 선수를 좋아하고 이시영 선수에게 고맙습니다. 요새에는 신입 관원들로 봤을 때에는 여성 분들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현재 상황은 복싱 협회나 그런 쪽에서 이시영씨를 이용하려는 것 같은 분위기로 보여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어제 파퀴아오와 마르케스의 4차전이 있었죠. 미국 등지에서는 큰 관심을 받고 시합이였고, 결과 때문에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던 경기였습니다. 저는 그거 보겠다고 일찍 일어났는데 오프닝 매치 세 경기가 모두 판정으로 가는 바람에 아주 짜쯩이 났다가, 충격적인 경기 결과로 인해 하루 종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습니다. 근데 그런 경기들은 국내에서 합법적인 경로로 볼 수가 없어요. 복싱이 인기가 없거든요. 예전에는 호야나 홉킨스, 하다 못해 리키 해튼 같은 선수의 경기를 녹화 중계라도 해줬는데 요새는 그런 것도 없습니다. 국내 복싱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지 못하니까 복싱에 대한 관심은 날로 떨어져가고 그 때문에 복싱 선수를 희망하는 전업 선수들의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악순환의 구조에 빠져 있는 거죠. 그나마 이시영이라는 연예인 혹은 유명인이 있으니 복싱 대회라는 것이 이만큼이나마 주목을 받을 수 있는걸 겁니다. 협회 측에서는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 일테고요.  



우리나라에서 복싱이 인기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 시장 논리라는게 있고, 꼭 모든 종목의 모든 스포츠가 사랑받아야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물론 티비 중계라도 많이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요. 하지만 요새 이시영씨 관련해서 기사가 자꾸 나오는걸 보면 좀 씁쓸합니다. 자신들의 부조리를 스스로의 힘으로 개선해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인의 선의와 유명세를 이용해서 세를 불리려는 시도인거 같아서 짜증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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