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핵심과 새로운 투게더

2013.01.10 21:04

은밀한 생 조회 수:1031

 

 

1.

오랜만입니다.

그간 개인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고 아직은 그 여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 좀 본연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여러 번의 사계절을 함께 했던 사람과 헤어진 지 이제 이 년이 돼갑니다. 추억이라 인정하기도 싫던 날들이 지나니 이제 비로소 그를 추억하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공기와 온도가 달라질 때마다, 냄새가 바뀔 때마다. 눈물보다는 미소가 채우는 시간이 늘어갑니다. 원망보다 미안함이 더

많아지고 그저 건강하기만을 바라고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그의 아기도 낳아 행복하길 바랄 뿐입니다. 그에게 연락하지 않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란 것도 온전히 긍정합니다. 제가 이만큼 사는 것 모두 다 그 사람 덕이에요. 충분히 고맙다고 말도 못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깨닫는 건 만나고 있던 그 시절에 알던 것보다 훨씬 더 그가 훌륭한 사람이란 것입니다. 한 인간을 어둠에서 구원할 만큼.

 

 

2.

그리고 전 새로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 건지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댔죠. 이전 애인이 워낙 무한대 사랑을 줬던지라 모든 면면이 비교되는 걸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 저 자신이 부끄러워서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속으로만 아 그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는 이럴 땐 그냥 웃으며 안아줬는데.

그는, 그는, 그는. 그는을 되뇌며 정신을 못 차렸죠. 그때마다 새로운 사람에게 뭐라 말은 하지 못하고 가만히 먼 불빛만 바라보기 일쑤였어요.

불빛이 없는 낮에 만났을 땐 주로 아무 곳이나 정해서 시선을 쏟아부었습니다. 이게 다 내 죄지, 내 선택이지, 내가 달라져야 하는 거지. 다짐하면서.

새로운 사람으로선 최선을 다하는 것일진대 전 아무래도 남다른 인간은 못 되는지 저절로 일어나는 비교의 파도를 멈출 수가 없더군요. 미안했죠.

많이 미안했고, 미안하단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생각조차도 새로운 사람에게는 뻔뻔한 짓 같아서, 음 그러니까 미안하면 새로운 사람에게

잘하기나 해! 라고 자신에게 중얼거렸어요. 그러다 보니 작은 변화들이 생겨나더군요. 이제는 좋아요.

무엇보다 저절로 일어나는 감정들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아울러 새로운 사람에게도 고맙고, 우리 사이에 깃든 익숙함이 기뻐요.

 

 

3.

아버지의 위암은 완치되셨어요.

어머니의 헌신을 보면서 저 자신이 너무 부족하고 어머니가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평생을 희생으로 가득 찬 삶을 사시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작은 풀잎 하나, 이웃이 준 껌 하나에 감동하고 음식을 만들어서 사람들 입에 들어가는 걸 볼 때 가장 얼굴이 밝아지는 저희 어머니. 존경합니다.

그런 어머니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일 때, 이정희에게 '당한' 토론을 보시고는 새벽 2시까지 잠 못 들고 가슴이 아파 우셨단 얘길 듣고 앞이 까마득했습니다.

대체 이 엉킴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오로지 사상의 잣대로 그들을 우매하다 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어머니의 인생을 깊이 이해하고

존경하는 저로서는 제 어머니 같은 분들이 박근혜를 뽑은 것에 대해 함부로 말하기가 망설여져요. 다들 같은 마음이실 겁니다. 그러니 어쩌겠나요.

어머니는 계속 사랑하고 저의 투표는 소신을 지킬 수밖에. 어머니가 오래오래 사시길 바라면서 조국이 제발 좀 떳떳한 대통령을 갖길 동시에 염원하는 수밖에.

도리가 있겠습니까. 빨리 늙은이들이 사라져야 이 나라가 바뀔 텐데 라는 소리는 도저히 내뱉을 수가 없어요. 물론 그 마음도 충분히 가늠은 하지만요.

 

 

4.

투게더 맛이 변했습니다.

드셔 보신 분들은 다 느끼셨을 것 같아요. 예전의 투게더가 버터 케익이라면 이번 투게더는 생크림 케익의 맛 같다고 할까요? 빙그레에서 왜 이런 변화를

줬는진 모르겠지만, 이번 투게더가 맛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저는 어쩐지 서운했어요. 투게더란 게 뇌에 전구가 탁 켜질 정도로 화사한 맛의 고급 아이스크림은

아니잖아요. 예전에 먹었던 투게더를 떠올리면서, 또는 거기 얽힌 추억을 떠올리며 문득 슈퍼로 달려가 사오는 식의 아이스크림 아니겠나요. 

아이스크림 매니아가 고급 아이스크림을 먹고 다녀도 어쩐지 오늘은 투게더 같은 맛이 그리워, 하는 식 말예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아련함의 확인을 할 수가 없게 됐어요. 제 기억속에 존재하는 그 투게더 맛을 이제는 못본다 생각하니 어쩐지 서운합니다. 좀 많이 서운해요 흑.

음 그래 바로 이 맛이야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5.

신년 인사 드리고 싶어요.

벌써 10일이 지났네요. 듀게를 좋아합니다. 듀나님도 건강하시고 돈 많이 버셨으면 좋겠어요.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건강과 행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2013년에 목표하신 일들 꼭 이루시길 바랄게요.

듀게가 무탈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길 염원해요. 말이 씨가 된다는 말, 전 실감했고 믿어요.

 

 

재미 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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