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히피, 일베

2013.01.10 21:13

방드라디 조회 수:7442

방드라디는 사람들이 일베를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과격하니까요. 그런데 과격하다는 말은 꾸밈이 없는 것이고 순수한 거죠. 그들은 어떤 종류의 감정을 순수하게 쏟아냅니다. 증오죠. 무엇에 대한 증오일까요?

 

당연히 위선이죠. 그들은 인터넷 주류 문화, 즉 깨시민 문화에 대한 반 문화입니다. 일베에서 생산되는 컨텐츠는 정확히 깨시민들이 싫어하는 것이죠.

 

일베는 깨시민의 이중 잣대에 항의합니다. 깨시민들은 권위 의식을 싫어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만, 그들은 그들의 독특한 80년대 운동권 역사의식에 기반하여 그들 자신에게 윤리적 권위를 부여합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이 가진 옳고 그름의 잣대를 무시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의 죽음을 모욕 하는 것은 안되지만 박정희의 죽음을  모욕 하는 것은 권장됩니다. 그들은 새로운 타입의 권위 주의자들입니다.

 

일베는 깨시민의 민주주의를 조롱합니다. 깨시민들에게 민주주의란 다수결 내지는 인기 투표에 지나지 않습니다. 방드라디가 어제 듀나님에게 경고를 받았을 때 누가 "민주주의란 참 어렵군요" 라고 리플을 달았더군요. 깨시민은 이 곳의 경고 시스템이 민주주의적이라고 생각을 하는 가 봅니다. 이 곳의 경고 시스템은 도편 추방제의 일종입니다. 물론 이곳이 듀나님의 관리하에 있는 커뮤니티이기에 방드라디는 이곳의 경고 시스템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그 제도가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심으려고 했던 사람들에 대한 모욕입니다. 실제로 민주주의의 본질은 대화와 토론에 의한 합의의 과정인데 그게 있나요? 깨시민들이 자기들의 숫자를 이용하여 수로 밀어붙이는 거에 불과하죠. 이명박적이죠. 저는 깨시민들이 맨날 자기가 하던거를 이명박이 하니까 욕하는 거 보고 웃겼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곳곳에서 깨시민들의 폭력에 의해서 자신들의 신념을 조롱 받던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들이 다수인 공간을 만든 다음 민주화란 단어를 조롱합니다. 깨시민들이 자기들을 치장하는 민주화라는 단어의 참 뜻에 걸맞게 좀 더 참을성을 가지고 다른 의견을 설득하려고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그들은 자기를 사랑하는 동물들이기 때문에 "불쾌"하기 때문에 설득보다는 효율적인 수의 폭력으로 소수 의견을 밀어냈고, 그게 지난 10년의 인터넷 문화 였으며 지금 그 반문화의 등장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일베는 깨시민의 감성팔이를 조롱합니다. 그것은 깨시민이 자기들의 역사 의식을 공유하지 않은 사람들을 무식하다고 낙인 찍는 그 엘리티즘에 대한 반감입니다. 사실 깨시민들은 반 지성주의자입니다. 그들은 그들보다 똑똑한 사람이 똑똑한 소리를 늘어놓으면 비현실적이라고 끌어내립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경제학자는 맨큐의 경제학 수준의 소리를 늘어 놓는 유시민이죠. 그들의 역사 의식 역시 미천한데, 박정희가 다까기 마사오였다면 김대중이 도요타 다이쥬인 거는 사실이고, 36년의 일제 치하를 통해서 그 때 어지간한 사람은 다 친일을 했으며 독립군들은 지금 노동운동 하는 사람만큼 소수였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만약 그 때 친일파를 처벌했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엄격함으로 노무현 정권의 친 재벌주의자들을 처벌한다면 재벌의 밑에서 평범하게 정규직 회사원으로 있는 깨시민 역시 처벌 받을 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 같습니다. 또한 그들은 너무나 머리가 나빠서 노무현은 조선 왕조 이래로 600년 동안 단 한번도 역사를 바꿔보지 못했다고 이야기할 때 와!! 하고 열광하지만 노무현 바로 전 대통령이 김대중이라는 아주 간단한 사실도 까먹습니다. 이런 인간들이 무슨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까요?

 

결국 깨시민은 위선적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윤리적으로 고결하다고 주장하고 민주적이며 똑똑하다고 자부합니다만, 사실 그들은 자기애가 강하여 자기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거지 그들은 교만하기에 윤리적으로 더럽고, 수의 폭력에 의존하는 반민주적이며 멍청합니다. 그들은 승리에 집착하고 상상력은 빈곤하며 마음이 좁은 소인들입니다. 다만, 친노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서 그런 깨시민들의 허영을 키웠습니다. 일베는 바로 그런 위선적인 깨시민 문화에 대한 반감이 모여 만든 반-문화가 지배하는 커뮤니티입니다.

 

방드라디는 일베를 정당화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왜 일베가 태어났는지에 왜 그들이 저런 행동을 하는 지에 대한 한 가지 가설을 이야기한 것 뿐입니다. 한 가지 빼먹었는데, 자극적인 글은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 마약 비스므레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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