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바클레이의 진실]

  1994년 6월 미국 텍사스 주 샌 안토니오에서 13살 소년 니콜라스 바클레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별다른 단서 없이 이 의문의 실종 사건이 미결 처리 된 지 3년 후, 니콜라스의 가족은 갑작스러운 소식을 받게 되는데, 그건 다름 아닌 니콜라스가 스페인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어찌하여 스페인에서 발견되었는지에 의아해 하면서도 돌아온 ‘니콜라스’를 그들은 환영했지만, 곧 서서히 미심쩍은 면들이 보여 지기 시작하고 결국엔 ‘니콜라스’는 23세의 사기꾼 프랑스 청년 프레드릭 부댕으로 밝혀졌지요. 몇 년 전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본 사건을 갖고 다큐멘터리는 관련자들의 인터뷰들, 재현 화면들, 그리고 자료 화면들을 오가면서 흥미진진한 범죄 스릴러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보기만 해도 뻔뻔스럽게 얄미울 지경인 부댕이 스스럼없이 자신 쪽 이야기를 현란하게 서술하는 광경도 재미있지만(이 사건 이후로도 그는 계속 밥 먹듯이 유사 사기들을 저지르다가 몇 년 전에 결혼해서 정착했고 지금은 자식들도 있답니다), 부댕 본인마저도 어이없어 할 정도로 그를 너무나 진심으로 받아들였던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본 외부인들의 증언을 듣다보면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르면서 우릴 감질나게 합니다. 어떻게 니콜라스와 전혀 닮지도 않은 부댕을 그들이 기꺼이 받아들였을 수 있을까요? 다큐멘터리를 만든 사람들은 이에 대한 상당히 음험한 가설을 하나 제시하고 부댕 뿐만 아니라 몇몇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글쎄요,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들을 생각보다 더 잘 속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2)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

 올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상 후보에 오른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의 주인공 에마드 부르낫은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의 한 마을에 살던 평범한 팔레스타인 농부였습니다. 이스라엘 정부의 무모한 정착촌 건설과 그에 따른 마을 사람들의 항의 시위들 그리고 이에 대한 이스라엘 군의 무력 대응들을 비디오카메라에 담는 동안 그는 어느덧 아마추어 프리랜서 저널리스트가 되었는데, 본 다큐멘터리는 2005년에서 2009년까지 그의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 그리고 아직 부서지지 않은 여섯 번째 카메라를 통해 그가 기록한 광경들과 그의 공동 감독 기 다비디 등이 찍은 부가 영상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와 다른 마을 사람들 시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시작부터 편파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부르낫이 생생하고 현장감 있게 카메라에 담은 광경들을 보다 보면 이스라엘 정부가 상황을 더 엉망으로 만들어 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 부르낫이 여러 위험들 속에서 경험과 실력을 쌓는 동안 다큐멘터리는 간간히 시적 비디오 에세이가 되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정부가 여전히 부당하게 그들을 압박하는 가운데 앞으로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본 다큐멘터리는 기록물 그 이상으로 가치가 있습니다. (***1/2)   





[르벨]

미국에선 [War Witch]로 소개되어 최근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캐나다 영화 [르벨][블러드 다이아몬드]의 가장 어두운 면을 소재로 가슴 저린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에선 언급이 안 되지만 아마 콩고 민주공화국에 속한 듯한 지역의 어느 마을에 반군들이 쳐들어오고, 12살 소녀 코모나는 부모님을 잔인하게 잃은 후 반군들에게 끌려가서 그들의 미성년 병사들 중 한 명이 됩니다. ‘War Witch'로써의 능력을 인정받는 동안 그녀는 그 어린 나이에 못 볼 것들 많이 보는 가운데 너무 빨리 순진함을 잃어버리고, 그러다가 한 소년 병사와 풋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를 그들의 험한 세상이 그냥 내버려 둘리는 없지요. 슬프지만 끝에 가서 자그만 희망이 엿보이는 본 영화에서 감독 킴 누옌은 덤덤한 시선 아래 전개되는 이야기로부터 상당한 정서적 힘을 끌어내고, 작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레이첼 므완자를 비롯한 비전문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1/2)

 



[로봇 앤 프랭크]

[로봇 앤 프랭크]의 주인공 프랭크는 한 조용한 동네에서 말년을 보내고 있는 중인 전직 금고털이범입니다. 혼자 편히 사는 게 그리 나쁘지 않지만, 그는 치매 증상들을 보이고 있고, 그러니 자주 방문하지 않지만 그를 염려하는 그의 아들은 그에게 건강 보조용 로봇 VGC-60을 사줍니다. 처음에 이 로봇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프랭크는 서서히 로봇과의 일상에 익숙해지고 그러다가 그는 로봇을 자신의 공범으로 끌어들이게 되지요. 자그만 저예산 SF 코미디인 본 영화는 정말 소박한 코미디 드라마를 하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자신의 설정을 우직하게 밀고나면서 동시에 그 설정 안에 머물기만 한 점이 이해가 갑니다. 영화엔 자그만 웃음들이 있는 가하면, 너무 감상적으로 되지 않는 가운데 프랭크 란젤라의 연기는 이야기에 상당한 절실함을 불어넣지요. 사실 그런 강점들 때문에 이야기 후반부가 약하다는 느낌이 더 들지만, 전반적으로 영화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소품으로써 괜찮습니다. (**1/2)

 



 [A Late Quartet]

 피터, 로버트, 줄리엣, 그리고 대니얼은 현악 4중주단 일원들로써 25년 넘게 경력을 같이 해왔습니다. 줄리어드 음대 시절에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이젠 해외 공연도 스케줄에 잡을 정도로 세계 정상급 수준의 명성을 가진 이들은 곧 있을 연주회를 위해 그들의 대표 레퍼토리인 베토벤 현악사중주 14번 연습을 하려고 하지만, 연장자인 첼리스트 피터가 파킨슨 병 진단을 받으면서 이들 사이에 서서히 불협화음이 생기지요. 오랜 동료들 간의 갈등이란 주제와 음악이란 소재의 결합은 그리 새로운 건 아니고 결말은 짐작이 가지만, 감독/공동 각본가 야론 질버만은 쓸쓸한 겨울 분위기 속에서 직업적/개인적 위기를 겪는 주인공들을 섬세하게 그려나가고, 그 와중에 보여 지는 음악인들의 일상에 대한 자잘한 디테일들도 보기 재미있습니다. 크리스토퍼 워켄, 필립 시모어 호프만, 캐서린 키너야 당연히 믿음직하지만, 마크 이바너와 이모겐 푸츠도 자신들만의 좋은 순간들에서 빛을 발하지요. (***) 




[7번방의 선물]

영화가 시작이 된지 20분이 지날 때쯤에 전 제가 본 영화의 대상 관객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고 영화 끝날 때도 그 생각은 변함없었습니다. 그러니 1) 만일 [아이 앰 샘]이나 [내 이름은 칸]과 같은 영화를 좋아하시거나 2) 판타지에 가까울 정도의 교도소 내부 묘사에 그리 크게 문제 삼지 않으시거나 3) 류승룡 연기를 보면서 [트로픽 썬더]에서 언급 된 ‘fully retard'란 용어를 떠오르지 않으시거나(하지만 류승룡은 좋은 배우이고 적어도 그는 [아이 엠 샘]의 숀 펜만큼 할 일 다 했습니다) 4)다른 영화들에서 더 좋은 연기들을 보여준 조연 배우들이 낭비되는 모습에 별로 아쉬워하지 않으시거나 5) 아역 배우를 귀엽게 굴거나 아니면 울먹거리는 것 외엔 별다른 걸 시키지 않은 것에 반감을 느끼지 않으시거나 6) 모의재판이 이야기의 어두운 면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으신다면 본 영화를 저와 달리 괜찮게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

 



[베를린]

장점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 여러 단점들 때문에 별 세 개 반 주기는 머뭇거려지지만, [베를린]은 좋은 액션 영화이자 좋은 첩보 영화입니다. 보는 동안 영어 대사들이 걸리적거리기 일쑤였고, 한국어 대사들은 북한 억양 때문에 간간히 듣기 어려웠고, 상황 설명하는 순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그림을 제가 다 파악했는지 확신이 안 가지만, 일단은 재미있게 봤습니다. 액션 장면들이야 인상적인 가운데, 60-70년대 첩보 영화들에서 보여 지곤 했던 그 우울한 분위기는 화면에 잘 살린 가운데, 하정우, 한석규, 전지현, 그리고 류승범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이보다 더 잘 만들 수도 있었을 거란 아쉬움은 좀 들지만, 올해 연말에 가서도 기억할 만한 영화입니다. (***)


 



[남쪽으로 튀어]

[남쪽으로 튀어]의 주인공 해갑은 분명 재미있는 주인공이긴 합니다. 누가 운동권 출신 아니랄 까봐 여전히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하고 다니면서 이리 저리 충돌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에 자잘한 유머스러운 순간들을 제공하고, 그를 연기한 김윤석은 믿음직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해갑과 그의 가족들이 남해바다의 한 섬으로 내려온 후로부터 영화는 그냥 한가롭게 그 동네 주변을 거닐고 있는 것 같고, 섬 개발과 관련된 후반부의 갈등도 밋밋하게 처리되는 가운데 실력 있는 조연 배우들이 잘 활용되지 않은 것도 아쉽지요. 영화표 값 낭비 했다는 느낌은 안 들고 추운 늦겨울 날에 여름날 섬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지만, 여느 불만족스러운 각색물들이 그랬듯이 원작 소설 한 번 좀 들춰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

간단히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이 시리즈가 계속 될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본 영화는 당분간은 선호도 순위에서 밑바닥을 차지할 것입니다. (**)

 



 [철권을 가진 사나이]

 쿠엔틴 타란티노의 지원 아래 RZA가 감독한 [철권을 가진 사나이]는 척 보기만 해도 홍콩 무협영화들을 표방하면서 아예 B급으로 가기고 작정한 영화인데, 일단 표면상으로 볼 때는 모범적이라고 말해두고 싶습니다. 영화 속 세트나 의상 그리고 액션은 좋은 재료들이고 그 안에서 많은 가능성이 보이거든요. 감독/공동 각본/주연/음악을 맡은 RZA는 생각보다 썩 어울리는 사운드트랙을 제공했긴 했지만, 이런 재료들을 어떻게 재미있게 갖고 놀 줄 알 정도로 실력 있는 감독은 아니고, 게다가 별로 좋지 않은 각본 덕분에 영화는 가면 갈수록 심심해져만 갑니다. 배우들은 몸 움직일 때만 빼곤 그냥 카메라 앞에서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적어도 러셀 크로우와 루시 리우만은 자신들 역 갖고 재미 좀 보는 것 같습니다. 본 영화에서 배울 게 있다면, 쿠엔틴 타란티노 혹은 그 수도 없이 많은 무협 영화들을 찍었던 전문가들이 하는 건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겠지요. (**)    





[월플라워]

개인적 문제들로 고민하는 가운데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내성적인 십대 소년 찰리의 인생은 첫날부터 힘들었지만, 곧 그는 전보다 덜 외롭게 됩니다. 자신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패트릭과 그와 이복남매 지간인 샘과 우연히 가까워지는 동안, 찰리는 전보다 더 사교적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그런 동안 여러 일들이 그들 일상에서 벌어지지요. 자신의 동명 소설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를 직접 각색/감독한 스티븐 츠보스키는 겉으로 보기엔 흔한 십대 성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개성 있고 윤곽이 뚜렷한 캐릭터들과 그들의 자잘한 순간들로 장식하면서 전개해가고, 그 결과물은 이런 드라마에 당연히 동반되는 성장통과 함께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주연 배우 로건 러맨도 좋지만, [케빈에 대하여]에서의 섬뜩한 인상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는 애즈라 밀러와 해리 포터 시리즈 밖에서 좋은 연기를 펼치는 엠마 왓슨에게 절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

 

 



 [Undefeated]

 작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예상을 뒤엎고 깜짝 수상을 한 [Undefeated]는 테네시 주 멤피스의 매나서스 고등학교의 미식축구 팀이 2009년 시즌 동안 겪는 일들을 담은 감동적인 다큐멘터리입니다. 코치인 빌 커트니는 나름대로 성공적인 사업가로 경력을 쌓아 왔었다가 이 고등학교미식축구 팀 코치를 자진해서 맡았는데, 그가 부임한지 5년이 지났는데도 그의 팀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가 오기 전에도 매나서스 고등학교 미식축구 팀은 오랫동안 별 볼일 없었고, 시합보다는 어떻게 한 시즌을 비교적 잘 지나가는 지가 더 관건인 가운데 경기장 밖에서도 문제들은 널려 있습니다. 흑인 빈민가 동네 고등학교인 만큼, 재정적 지원이 딸리는 가운데, 선수들의 가정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고(한 장면에서 집에 아버지 없는 사람 손들라고 하니 거의 다 손을 듭니다), 그들 사이에서 간간히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 커트니는 인내와 배려 그리고 엄격함 사이에서 어렵사리 균형을 맞추어가면서 자신의 선수들을 지도하고 가르치고, 다큐멘터리는 그와 세 선수들, 그리고 그들 팀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동안 거칠면서도 생생한 정서적 순간들을 화면에서 담아냅니다. 미식축구 외엔 자신들 달동네를 벗어날 다른 기회가 전혀 보이지 않는 선수들 모습을 보는 동안 걸작 스포츠 다큐멘터리 [후프 드림스]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데, 그만큼 훌륭하지 않을지언정 본 다큐멘터리엔 [블라인드 사이드]보다 훨씬 더 진실한 감동이 있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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