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낭] 순수의 시대

2013.02.10 23:09

오맹달 조회 수:1365

 

지난번 독서중 적었던 내용에 덧입혀서 적어봅니다.  

 

1.

조금 힘들게 읽었었지만 돌아보니 러시아 문학이나 옛 프랑스 문학등 낯선 시공간, 국가, 관습에 익숙해지느라 그랬었나 봅니다.

끝까지 읽어서 기분좋습니다. 이디스 워튼판 미드 시즌 1을 본것처럼 이제 다음 시즌을 즐겁게 정주행할 준비가 되었네요.

 

2.

영화를 보고나서 읽은게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이 엄청나게 꼼꼼하게 소설을 영화화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을 읽고보니 미셀파이퍼 역시 소설속 인물에 최적화된 연기를 하셨다는걸 알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도 들었던 생각인데) 이런 소설은 영화화 한다는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싶었습니다.

영화속에선 별 의미없이 들어간듯한 장면들이 소설속에서는 전체 흐름을 위한 큰 당위를 가지더군요.

-영화속 내러티브로 설명을 덧붙였음에도 힘들었네요.

 

-그런데 언듯 뉴욕부심이신(맞나요?) 감독님으로서는

구대륙에 비해서는 풋내기인데다가 위선이 가득했던 뉴욕을 그리는 이런 영화를 찍고 싶으셨을까 싶기도 합니다.

 

3.

당시 뉴욕의 경직된 형식을 느끼게 했던 부분입니다. 1870년대 뉴욕의 상류층에서는 "상식"이었겠지요?

 

물론 그녀는 <그는 나를 사랑해>가 아니라 <마마 M'ama!>라고 노래했는데 그것은 독일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프랑스 오페라를 스웨덴 가수들이 영어 사용 관객 앞에서 노래할 때는 좀 더 명확한 이해를 위해 가사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해야 한다는 음악계의 불변의 법칙 때문이었다. (10페이지)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알바니아의 관습법 이야기가 담긴 "부서진 사월"이 떠올랐습니다.

부서진 사월의 관습법이 기괴해 보였다면 뉴욕이라는 당시 세상을 선도하는 도시의 관습법이라고 그리 달라보이지는 않는달까요?

-하긴 현재의 대한민국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한한 관습법들이 넘쳐나겠지요? (글쓰다가 수도이전, 경국대전이라는 단어들이 떠올라 버렸습니다.)

 

 4.

지난번 영화를 보고서도 느꼈지만 저는 남미식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뉴랜드 아처가 엘렌과 뜨겁고 즐거운 도피행각을 몇 달 벌이다가 열기가 식은다음 연인들의 흔한 이유중 하나로 헤어져서는

메이에게 돌아와 남은 평생을 깨갱거리며 기 못펴고 산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이 참 낮선 환경과 관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참 사실적이구나."

뉴랜드 아처는 그나마 관습을 깨기 직전까지 갔었지만 현실의 우리는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자괴감에 빠져버리는게 얼마나 흔한가?

 

5.

메이의 시선에서 돌아보니 메이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습에 얽메인 갑갑한 여자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그 관습의 틀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운명에 정면으로 맞부딪혀서 원하는 걸 이 악물고 지켜낸 모습에 존경심이 들지 않을 수 없네요.

 

6.

소설의 마지막에 뉴랜드 아처의 아들 댈러스가 악명높은 보퍼트가 정부였다 둘째 부인이 된 여인의 딸과 결혼을 앞둔게 묘사됩니다.

그냐말로 뉴랜드 아처의 젊은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아들인 댈러스의 시대엔 당연한듯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지요.

대한민국의 고인이 되신 어느 대통령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참 이상하지? 사람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데 세상은 변해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7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4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117
58497 [음악바낭 + 스압주의] Origin of Love 에 관한 글 [8] 생각이나서 2013.02.10 1758
58496 몇년 전 듀게에 올라왔던 게임을 찾고 있어요. 나미 2013.02.10 1307
58495 설날에 모인 친척형제들이 심심해서 죽어가고 있어요ㅋㅋ [11] Tutmirleid 2013.02.10 3999
58494 정글의 법칙.. 원주민 보다도.. [4] 도야지 2013.02.10 3673
58493 사라 제시카 파커 매력글(?) 보고 느낀 점 [30] 허만 2013.02.10 5648
58492 세인트 영멘을 보다보면...불교에 대한 가십? [5] 타르타르 2013.02.10 1932
58491 명절 주말 내 딸 서영이 [4] 메피스토 2013.02.10 2829
58490 이런 선물 어떤가요 [1] 가끔영화 2013.02.10 1394
58489 85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상 후보 영화보기 [3] 칠리 2013.02.10 3178
58488 남쪽으로 튀어 봤습니다. (애초에 흥행할 영화는 아닌듯요) [4] 디나 2013.02.10 2216
58487 마성의 게임, 닌텐도 3DS "튀어나와요 동물의숲." 발매 됐어요. [10] 아룡 2013.02.10 4057
58486 김구라 나오는 예능 "남자의 그 물건", 재미있네요 [7] espiritu 2013.02.10 3687
58485 돈의화신-강지환 괜찮네요 [6] pingpong 2013.02.10 2606
» [책바낭] 순수의 시대 [5] 오맹달 2013.02.10 1365
58483 와 벌써 TV에서 <건축학개론>을 하네요 [30] 화려한해리포터™ 2013.02.10 4169
58482 노로 바이러스 무서워요. [8] 닥호 2013.02.10 3773
58481 내가 좋아하는 책 5권 [3] 호크브라운 2013.02.11 2530
58480 여러 가지... [15] DJUNA 2013.02.11 4678
58479 다이하드5 보고오면서 업어온 책 [7] 무비스타 2013.02.11 2123
58478 [듀나인] 도와주세요! 호텔 취소 위약금 관련.. [4] nomen 2013.02.11 2707
XE Login